[법정B컷]"협박이다" vs "그냥 전화다"…여러분은 어떻게 들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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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던 '故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관련 재판이 한창 진행 중입니다. 군에서 벌어진 조직적인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호소에도 부실했던 군의 대응, 피해자 사망 이후에도 논란을 빚은 군의 수사. 결국 특별검사팀이 출범해 다수의 관련자를 재판에 넘겼습니다.

오늘 법정B컷이 전해드릴 재판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최고위직 군인이었던 전익수 전 공군본부 법무실장(준장)의 재판 이야기입니다. 그는 자신이 연루된 사건을 수사하는 후배 군 검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압력을 넣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압박을 느꼈다는 19년 차 후배 군 검사, 그저 전화를 했을 뿐이라는 전 전 실장의 상반된 주장. 법정에서 공개된 당시 전화 통화 내용을 보시고 직접 판단해 보시길 바랍니다.

"아이고, 어떻게 그렇게 함부로 기재하나?" 통화 공개


성추행 피해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수사한 군 검사에게 부당한 위력을 행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익수 전 공군 법무실장. 황진환 기자

사상 초유의 장군 강등이라는 징계를 받았던 전 전 실장의 혐의는 '면담 강요'입니다. 물론 강등에 반발한 전 전 실장은 소송을 통해 대령으로 내려갔던 자신의 계급을 준장으로 원상복구했습니다.

우선 전 전 실장의 혐의부터 보겠습니다.

이예람 사건을 수사하던 군 검사 A대위는 지난 2021년 7월, 직무유기 혐의가 적용됐던 전 전 실장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 수사하던 중 이예람 사건 관련 재판 정보와 내용은 물론 기타 재판 정보가 담긴 휴대전화 메시지를 발견합니다. 발신자는 당시 국방부 고등군사법원 소속 양 모 사무관이었습니다.

A대위는 양 전 사무관에 대해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합니다. 이어 구속영장에 전 전 실장이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어 수사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내용도 담았습니다.

그러자 어떠한 방법으로 구속영장 내용을 파악한 전 전 실장은 지난 2021년 7월 16일, A대위에게 전화를 겁니다. 이에 특검은 '전 전 실장이 계급이 높다는 이유로 수사와 관련해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위력을 행사했다'며 면담 강요 혐의를 적용합니다. 참고로 군 검사 출신인 전 전 실장은 1999년 군번의 준장이었고, A대위는 2018년 군번의 군 검사였습니다.

그리고 지난달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정진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전 전 실장 재판에 A대위가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현재 해외 파병 근무 중인 그는 재판 증언을 위해 주말 사이 귀국했다고 합니다. 전 전 실장과의 당시 통화 내용과 분위기, 본인이 경험했던 내용을 증언하기 위해 증인석에 선 그는 영락없는 군인이었습니다. 증언 내내 이른바 '다' 나 '까' 말투를 유지했죠.

2023.3.13 서울중앙지법, 전익수 면담강요 혐의 공판 中
특검 "양 전 사무관은 2021년 6월 2일, 전익수에게 장 모 중사(이예람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가 당일 저녁 개최될 것이란 내용부터 판사 이름, 계급, 구속 필요성을 설명하러 간 군 검사, 변호인이 누군지, 어느 로펌 소속인지, 장 중사가 어떤 내용을 주장했는지, 영장 발부 시간이 언제인지, 시시각각 누설했죠?

A대위 "네"

특검 "전익수는 양 전 사무관이 보낸 정보에 'ㅇㅋ 떙큐. 발부되면 알려줘. 기각되도 알려줘'라고 답장하면서, 거부감 없이 고마워하면서 추가 정보 요구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증인도 이 답장을 수사 때 이와 같이 해석했나요?"

A대위 "ㅇㅋ를 봤을 때는 이런 일이 한번 있었던 게 아닐 수도 있다고 추측했습니다"


특검 "당시 증인은 양 전 사무관이 전익수에게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한 행위가 그 자체로 양 전 사무관과 전익수의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직결되고, 동시에 공군 측이 얻은 정보로 자신들을 상대로 진행되는 이예람 사건 부실 수사, 로펌 유착 의혹 등 진상 파악을 무마하거나 은폐하는 시도로 이어질 수도 있어서 민감한다고 판단했나요?

A대위 "네. 그럴 가능성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A대위는 당시 이예람 사망 사건에 대한 부실 수사 의혹으로 국방부 조사를 받고 있던 공군 본부 법무실, 특히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전 전 실장이 재판 관련 정보를 시시각각 입수한 것을 부적절한 행위로 봤고, 이 정보를 넘긴 국방부 고등군사법원 양 전 사무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그 직후 전 전 실장에게 걸려온 전화에 대해 증언하기 시작했습니다. 2021년 7월 16일 당시 두 사람의 통화 음성도 재생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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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7.16 당시 전익수 준장과 A대위 통화 내용
A대위 "네. ○○○ 법무관입니다"
전익수 "아~ 우리 ○○○ 법무관, 공군본부 법무실장이에요"
A대위 "네네"
전익수 "내가 그때 수사 지난번 포렌식 갔을 때 수사심의위원회"
A대위 "네네"
전익수 "요청서를 그때 신청서 접수했는데 △△△ 수사관에게 맡겼는데 그거 잘 받았나 모르겠네"
A대위 "네. 받아서 편철됐고 7월 14일 수사심의위 신청한 것으로 인지하고 있습니다"
전익수 "네네. 그것도 잘 확인해야 할 것 같아서 내가 그거 검사한테 말을 안 하고 수사관한테만 말해서"


전익수 "그리고 한 가지 이번 양 사무관 거기 내가 들리는 얘기를 하면 구속영장 청구 거기에 보면 마치 내가 이걸 공무상 비밀 누설을 지시한 것처럼 돼있다고 그러던데 사실이에요. 그게?
A대위 "어… 지금 구속영장 청구에 관련한 내용을 물어보시는 겁니까?"
전익수 "네네. 혹시라도 내가 나는 이게 전혀 내가 관련해 지시한 사실이 없는데 거기 지시한 것으로 돼있는 부분이 있나요?"
A대위 "실장님 죄송합니다. 저희가 이 부분을 답변드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구속영장 청구내용이라서 답변드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전익수 "그래요? 아니 그렇다면 이건 진짜 너무 그렇게 그런 식으로 적시돼 있다면 사실이 아닌 내용 아니에요 이게? 내가 이걸 어느 뭘 근거로 이걸 내가 지시했다고 근거 삼았는지?"

(4초 간 정적)

A대위 "어… 네. 이 부분"
전익수 "어떤 부분을 근거로 삼아서 했는지 이해가 안 돼서 그래요 이걸"
A대위 "저희가 이 부분은 제가 답변드리기 어려운 부분인 것 같습니다"
전익수 "아이고 그걸 그렇게 함부로 어떻게 그렇게 기재하나 싶어 가지고. 담당 검사니깐 뭐 근거가 있으니까 거기다 기재했을 거 아니에요?"
A대위 "제가 같은 답변을 계속 드리는 것 같은데 이거 내선으로 말씀드릴 수 없는 내용인 것 같습니다"
전익수 "아니, 기재를 했으면 그 이유를 설명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나한테?"

(다시 정적)

전익수 "음, 그래요. 네 알았어요" (통화 종료)


두 사람의 통화 음성이 법정에서 재생되자 방청석에선 '아이고, 저러면 안 되지'라는 탄성이 나왔습니다. A대위는 이날 법정에서 19년 차 군 검사 선배인 전 전 실장의 전화를 받고 압박을 느꼈다고 말합니다.

2023.3.13 서울중앙지법, 전익수 면담강요 혐의 공판 中
특검 "증인이 (통화에서) 머뭇거린 이유가 '이분 참 대단하다. 아무리 그래도 담당 검사에게 전화해서 따질 일이 아닌데. 근거를 대라고 하니까 이 사람이 왜 근거를 대라고 하는 것이지? 얘기 안 해야지'라고 조사에서 진술했죠?"

A대위 "네. 이게 지시를 했는지 안 했는지 여부를 수사를 통해 확인해야 할 내용이고 제가 단정적으로 할 수 없는 것인데 '지금 그런 진행 사항을 얘기해선 안 되겠다',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특검 "전익수 피고인은 오히려 이유를 설명하라고 재차 요구하면서 하급자를 다그치는 행위를 보이는데요. 증인은 '내가 왜 저분한테 설명을 해야 하지?'라는 생각을 했다고 진술했죠?"

A대위 "네. 이성적으론 말해줄 수 없는 부분이고 수사가 기소 전 비공개로 진행되는 것은 당연히 조금이라도 수사를 해 본 법조인이면 다 알 텐데, 이런 부분을 왜 묻는지 그런 부분이 궁금했고, 제가 집중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했고, 저도 많이 당황했습니다"

특검 "공군 검찰 책임의 정점에 있는 분이 이렇게 따지듯이 전화한 것 자체가 너무나 부적절하고 압력 의도도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고 조사에서 진술하셨죠?"

A대위 "그런 압력이 제게 느껴질 것이라는 것을 (전익수 피고인이) 알고 있지 않았을까, 그건 알았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전익수 측의 반격 "해악이나 불이익 있을 것이라 못 느꼈죠?"


성추행 피해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을 수사한 군 검사에게 부당한 위력을 행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전익수 전 공군 법무실장. 황진환 기자

특검의 증인 신문이 끝나고 곧장 전 전 실장 측의 반대신문이 진행됐습니다.

전 전 실장에게 적용된 면담 강요 혐의에서 중요한 부분은 '상대방의 자유로운 의사 결정과 활동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이 있느냐'입니다. 통화를 통해 행동을 제약했다거나, 인사상 불이익·해악 등의 고지가 있었는지가 중요한데, 전 전 실장 측은 이 부분을 집중 공략했습니다.

2023.3.13 서울중앙지법, 전익수 면담강요 혐의 공판 中
전익수 측 "전익수에게 전화를 받고 증인이 수사 의지가 꺾여서 '수사를 그만해야겠다', '못하겠구나'라고 생각한 적이 있나요? 없나요?"

A대위 "없습니다"

전익수 측 "전익수가 (통화로) 증인을 설득하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죠?"

A대위 "네"
 

전익수 측 "실제로 부담감을 느꼈나요?"

A대위 "부담감을 안 느낄 수 없지 않습니까?"
 
전익수 측 "그것은 (이예람 사망 사건에 대한) 언론이나 정치권 관심으로 부담이 있었던 것 아닌가요?"


A대위 "그것도 있지만 그건 책임감입니다"
 
전익수 측 "증인은 2021년 7월 16일 전화 통화 다음에 전익수나 양 전 사무관에 대한 혐의에 대해서 (수사를) 느슨하게 하거나 사정을 봐주지 않았죠?"

A대위 "네"
 

전익수 측 "전익수가 전화는 했지만 수사 함에 있어서 그 전화로 인해서 하등 영향은 안 받은 것이죠?"

A대위 "영향을 받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수사에 영향을 안 주려고 한 것은 노력했지만, 사회적으로 (그 전화가)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답변 못하겠습니다"

전 전 실장 측의 질문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2023.3.13 서울중앙지법, 전익수 면담강요 혐의 공판 中
전익수 측 "증인이 답변을 거부하자 전익수가 '내가 양 사무관에게 지시했다는 부분의 근거가 있는지' 묻는 것 외에 증인에게 해악이나 불이익을 고지한 게 있습니까?"

A대위 "해악이나 불이익을 고지한 것 없습니다"
 
전익수 측 "최대한 예의를 지키며 억울하다고 말한 것 같은데, 예의를 지킨 부분은 어떻습니까?"

A대위 "음, 예의라고 얘기할만한 사이인지 먼저 좀…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예의라고…"
 
전익수 측 "전익수는 억울해했고 양 전 사무관 구속영장에 기재된 전익수가 양 전 사무관에게 지시해서 누설했다는 것이 너무 억울해서 하소연하고, 오해를 풀려고 했다는 것이 전익수의 주장입니다"

A대위 "그런 부분에 있어서 억울함, 부당함을 호소하고 싶었다면 법조인이고 절차를 아시니 의견서나 다른 루트로 할 수 있을 것입니다"

A대위는 압박은 느꼈지만, 전 전 실장이 해악이나 불이익을 주겠다는 말을 한 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전 전 실장 측은 이번엔 A대위가 평소 전 전 실장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나 감정은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닌 지를 캐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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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3.13 서울중앙지법, 전익수 면담강요 혐의 공판 中
전익수 측 "증인은 (특검 조사에서) 전익수가 군에서 실세라는 얘기를 먼저 꺼냈나요?"

A대위 "아닙니다"

전익수 측 "검사가 꺼냈나요?"

A대위 "아닙니다. 특검 조사에서 꺼낸 게 아니라 공공연한 소문이 있었습니다. 그런 소문이 있다 정도로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전익수 측 "실세라는 것은 증인 스스로 한 것인가요? 특검이 유도한 것인가요?"

A대위 "유도보다는 제가 진술한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전익수 측 "증인도 군 검사이고 법조인이잖아요. 실세이니 뭐니 하는 풍문을 법조인이 먼저 언급하는 것은 예외적이라서 그렇습니다" (중략) 증인은 특검 조사에서 전익수가 공군 법무실장 재직 동안 '□□□피자 아들 공군 법무관 복무 관리 문제' 관련해서 진술했어요. 누가 보더라도 제대로 관리를 안 했구나라는 취지로 들립니다"

A대위 "그게 아니라 풍문이 있었습니다" (중략) "제 진술 취지는 언론에 (복무관리 부실 문제가) 많이 나고, 저런 문제도 있어서 진급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데, 다양한 이슈가 있었음에도 진급을 했다는 풍문이 있었다는 취지입니다"
 

전익수 측 "그러면 전익수가 뭘 잘못했다고 저렇게 언급한 겁니까?"

A대위 "통상 그렇게 이슈가 나오면…"
 

전익수 측 "전익수 피고인을 지칭한 게 아니라, 누구를 지칭한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군에서 복무 기강이 해이했던 것을 언론에서 보도한 점을 말한 것이라는 것인가요?"

A대위 "네"
 

전익수 측 "증인이 특검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저렇게 진술하면 변호인 입장에선 증인이 평소에 전익수에 대한 반감 내지 감정이 있어서 저렇게 진술한 것이 아닌지 의혹을 갖게 됩니다"

A대위 "전혀 아닙니다"


유뮤죄 판단의 핵심인 해당 통화에 대해 특검은 외압이었다는 것을 강조했고, 전 전 실장은 법리적으로 무죄임을 주장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도 A대위에게 물었습니다.

2023.3.13 서울중앙지법, 전익수 면담강요 혐의 공판 中
재판부 "인사, 보직의 불이익을 걱정하진 않았습니까?"

A대위 "그 당시엔 그렇게까지 하진 않았습니다"
 
재판부 "지금은 어떤가요?"

A대위 "(머뭇거리며) 오늘 와서 이렇게 직면하니 걱정이 안 된다고 말씀드리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해외 파병 중 귀국해 증인으로 법정에 선 A대위는 이날 다소 격앙된 모습과 말투를 보였습니다. 재판 도중 변호인이 '감정적으로 좀 하지 말자', 재판부가 '물을 드시고 천천히 하셔도 된다' 등의 말을 하며 A대위를 달래기도 했을 정도입니다.

전 전 실장에 대한 분노 때문인지, 아니면 직업 군인이고 이후로도 직업 군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A대위가 전직 고위직 군 검사를 눈앞에 두고서 증언해야 하는 두려움 때문이지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불이익 등 해악의 고지가 없던 그저 3분 간의 짧은 전화 통화였을까요, 아니면 준장 계급의 고위직 군 검사에게 압박 전화를 받은 4년 차 군 검사에겐 길고 길었던 압박 전화였을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보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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