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기소된 1호 대통령 기록…혼외정사 입막음 혐의

성추문 덮으려다 법정 끌려가게 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형사 기소되는 전직 대통령으로 기록되게 됐다.
 
뉴욕 맨해튼 대배심은 30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를 결정했다.
 
기소 혐의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 동안 미국 언론 보도를 참고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06년 스토미 대니얼스라는 이름의 여성과 혼외정사를 한 뒤 2016년 대선을 앞두고 그에게 돈을 주고 입막음 한 것으로 알려진 내용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2016년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이 트럼프의 지시를 받고 대선 직전 대니얼스와 접촉해 13만 달러를 전달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족기업인 트럼프그룹이 나중에 코언에게 13만달러에 추가 비용 등을 더해 총 42만달러를 갚아줬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트럼프그룹 내부 문건에 코언에게 지급한 돈을 '법률 자문 비용'이라고 기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맨해튼 검찰은 바로 이 기업 문서조작을 걸고 넘어진 것이다.

뉴욕주법상 기업 문서조작은 경범죄에 해당한다. 그러나 맨해튼 검찰은 기업 문서 조작이 선거법 위반과 같은 또 다른 범죄를 감추기 위한 것이었으므로 중범죄가 된다고 판단했다.
 
트럼프그룹이 지급한 돈은 당시 대선후보였던 트럼프를 위해 사용됐으므로 불법 선거자금 수수에 해당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그는 이날 기소 소식을 접하고 성명을 통해 "정치적 박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기소는 역사상 가장 높은 수위에서 자행된 선거 개입"이라며 "난 완전히 무고한 사람"이라고 반박했다.
 
또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을 통해서도 "그들은 내가 미국민 편에 섰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거짓되고, 부패하고, 불명예스러운 혐의를 씌웠다. 그들은 또한 내가 뉴욕에서는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법률팀은 트럼프가 오히려 대니얼스로부터 강탈당한 피해자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번 기소가 오히려 내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오히려 득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미국 정치 역사상 전현직 대통령이 기소된 일은 없었다.
 
미국은 전현직 대통령을 예우해주는 문화가 정립돼 있다.
 
1974년 당시 야당을 도청하려다 발각된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하야한 리처드 닉슨 대통령도 대통령직에서 사퇴한 이후 별다른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냥 눈감고 넘어갈 수 있는 사건을 뉴욕의 지방 검사가 무리하게 수사해 기소를 관철했다는 반발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층이 결집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하거나, 일부 혐의만 인정할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마녀사냥' 주장에 더 힘이 실릴 가능성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처럼 기업 문서 조작과 선거법 위반을 결합하는 형태의 기소는 전례가 없다시피 한 것이어서 유죄를 확신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재판부가 기각하거나 공소 제기된 혐의를 제한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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