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 역사의 진실을 왜곡해 제주도민들의 공분을 산 극우정치권의 '4·3폄훼 현수막'이 철거됐다.
제주시는 31일 오전 11시 제주시청 조형물 앞 도로변에 설치된 '4·3폄훼 현수막' 철거를 시작으로 지역 내 35개 현수막을 모두 철거했다.
제주시는 4·3 왜곡 현수막의 경우 허위 내용을 적시했기 때문에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옥외광고물법)상 보호받을 수 있는 현수막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옥외광고물법에 따라 정당은 정당법에 따른 통상적인 정당 활동으로 보장되는 정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한 내용의 현수막이라면 수량, 게시 장소의 제한을 받지 않고 설치할 수 있다.
하지만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이들 현수막이 정당법상 정당 활동이 아니라 '4‧3특별법상 허위 사실을 알리는 등 통상적 정당 활동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4·3특별법에는 '누구든지 공공연하게 희생자나 유족을 비방할 목적으로 제주4·3사건의 진상조사 결과 및 제주4·3사건에 관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해 희생자, 유족 또는 유족회 등 제주4·3사건 관련 단체의 명예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
이날 제주시 공무원이 현수막 철거를 진행했다. 철거가 진행되는 동안 극우정치권 소속으로 보이는 시민들의 반발은 없었다.
극우정치권의 '4·3폄훼 현수막'은 제주시 34곳, 서귀포시 25곳 등 모두 59곳에 설치됐다
이에 앞서 지난 21일 우리공화당, 자유당, 자유민주당, 자유통일당 등 극우정치권은 '제주4·3사건은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하여 김일성과 남로당이 일으킨 공산폭동이다'라는 문구가 적힌 '4·3폄훼 현수막'을 제주 곳곳에 걸었다.
심지어 4월 3일 제75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을 앞두고 4·3평화공원 인근에도 설치돼 도민들의 공분을 샀다.
또 '4·3폄훼 현수막' 철거를 요청하는 제주도민 사회 각계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4월 3일 추념식까지 게시하고 심지어 일부 극우단체는 추념식 당일 평화공원에서 집회까지 열기로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강병삼 제주시장과 이종우 서귀포시장은 30일 4·3 왜곡 현수막에 대한 공동 입장을 통해 "적법한 절차에 의해 신속하게 철거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가 '정당법상 정당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을 담은 정당 현수막'이라는 해석을 제시했지만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제주 4.3특별법을 근거로 철거를 강행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정당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을 담은 정당 현수막이 아닌, 정당한 표현의 자유를 넘어 4·3특별법을 정면으로 위반해 4·3 유족의 명예를 극심하게 훼손하는 불법 현수막"이라고 밝혔다.
제주도의회 4·3특별위원회도 이날 긴급 현안 질의를 통해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입장을 묻고 조속한 철거를 요구했다.
제주시는 법률 검토 결과 "정당의 정책은 국민적 이익을 위해 정당이 취하는 방향을 의미하며 정치적 현안은 찬반의 논의 가능성이 있는 내용을 뜻하지만, 해당 현수막 내용은 국가가 정한 제주4·3특별법 정의에 반하는 허위 사실 그 자체이므로 정당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이라고 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특히 제주시는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정당법상에 따른 해석일 뿐 그 외 제주4·3특별법 등의 위반 여부에 대해서는 해석 권한이 없다'는 구두 답변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