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대표팀은 이번 WBC 조별 리그에서 2승 2패를 기록, 조 3위에 머물며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2013, 2017년에 이어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에 주장 김현수(LG)가 먼저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김현수는 "내가 주장으로서 부족한 탓에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후배들에게 고맙다"면서 "나는 이제 나이도 많고, 젊은 선수들이 더 잘할 거라 생각한다. 내려놓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
뒤이어 김광현(SSG)이 WBC를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SNS를 통해 대표팀 은퇴 의사를 밝혔다. 김광현은 "대표팀을 하면서 많이 성장했고 많이 배웠다. 성적이 안 좋을 때도 있었지만 실망하지 않고, 이를 계기 삼아 더욱 강해질 수 있었다"고 떠올린 뒤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후배들에게 넘겨줘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여기에 대표팀의 안방마님 양의지(두산)마저 대표팀을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양의지는 30일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2023시즌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이번 WBC는 국가대표로 출전한 마지막 국제 대회였다"고 밝혔다.
양의지 역시 이번 WBC 부진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있었다. 양의지는 "열심히 준비했고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아 아쉬웠다"면서 "베테랑들이 좀 더 잘했으면 좋은 평가를 받았을 텐데 아쉽다. 이젠 후배들에게 양보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양의지는 2015년 프리미어 12에서 처음 태극 마크를 달았고, 2017년 WBC,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19년 프리미어 12, 2021년 도쿄올림픽 등에 출전했다. 그리고 이번 WBC까지 줄곧 대표팀의 안방을 지켜왔다.
그간 대표팀에서의 성적은 아쉬웠다. 2021년 도쿄올림픽까지 통산 31경기 타율 1할6푼9리로 부진했다.
하지만 이번 WBC에서 그동안의 침묵을 말끔히 털어냈다. 타율 4할, 2홈런, 5타점으로 활약했다. 대회 첫 경기인 호주전부터 화끈한 3점 홈런을 쏘아 올렸고, 다음 날 한일전에서는 다르빗슈 유(샌디에이고)를 상대로 2점 홈런을 뽑아내며 펄펄 날았다.
이번 대회에서만큼은 제 몫을 해냈지만 팀의 1라운드 패배를 막진 못했다. 이에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고, 이제는 소속 팀 두산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양의지는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친정팀에서 하게 됐다"면서 "두산에 많은 도움을 주는 것이 마지막 임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동료들과 함께 힘을 합쳐 최고의 성적을 거두겠다"고 다짐했다.
아직 투수들과 호흡을 많이 맞추진 않았지만 베테랑답게 젊은 선수들을 이끌겠다는 각오다. 양의지는 "시범 경기에서는 교체되는 경우가 많아 투수들과 호흡을 많이 맞추지 못했다"면서 "조금 걱정되는 부분이지만 맞춰나가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