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는 연극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세월호 희생자·생존자 학생 엄마들로 구성, 이하 노란리본) 일곱 엄마의 일상을 따라간다. 얼떨결에 시작한 연극이지만 어느새 엄마들은 연극의 매력에 푹 빠진다. 주인공 자리를 놓고 갈등이 깊어져 연습을 무단으로 불참하는 등 무대 위 스포트라이트를 원하는 엄마들의 욕망까지 솔직하게 담아냈다.
이소현 감독은 최근 간담회에서 "엄마들을 참사 피해자가 아닌 이웃이나 친구 같은 느낌으로 소개하고 싶었다"고 했다. 노란리본을 이끄는 김태현 연출은 "참사를 다룬 다큐 치곤 무거움에 갇혀 있지 않아 좋았다. 전형적인 피해자다움을 벗어나는 세계를 그려줘 이소현 감독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노란리본 활동을 하면서 뒤늦게 연기에 대한 재능을 발견한 영만 엄마(이미경)는 국립극단 무대에 서는 등 배우로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자식 그렇게 떠나보내고 웃음이 나오느냐고 하는데 그냥 나는 더 멋지게 살고 싶을 때도 있다"는 영만 엄마의 말은 이 작품의 메시지를 간명하게 드러내준다. 영만 엄마는 간담회에서 "연극을 통해 제 안의 슬픔을 조금씩 덜어내면서 희망적인 생각을 많이 하고 새로운 꿈을 꾸게 됐다"고 했다.
시종일관 쾌활한 분위기의 연극 '장기자랑'은 제주도 수학여행에서 선보일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청소년극이다. 아이돌이 꿈인 조가연, 글쓰기를 좋아하는 한아영, 패셔니스타 천지수, 거친 입담 소유자 지백희, 엉뚱발랄한 장하늘 등 다섯 명의 아이들 그리고 아이들과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는 방미라, 한아영의 비밀친구 루피가 등장한다. 극중 캐릭터는 4.16 단원고 약전(略傳·한 개인의 역사를 간략하게 적은 전기)과 엄마들의 구술을 반영했다.
"엄마가 대신 그 무대에 서서 한 번 놀아볼게." 아이들과 똑같은 교복을 입고 무대 위에서 웃고 즐기는 엄마들의 모습은 참사를 바라보고 기억하는 새로운 방법을 보여줘 반갑다. 아픔을 아픔으로만 남기지 않겠다는 결심이 낳은 애도 방식이다.
노란리본은 2016년부터 '그와 그녀의 옷장'을 시작으로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 '장기자랑' '기억여행' 등 4개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지금까지 전국에서 200회 이상 공연했다. 세월호 9주기인 오는 4월에는 신작 '연속,극'을 공연할 예정이다. 김태현 연출은 간담회에서 "연극이 아이 잃은 엄마들의 슬픔을 근본적으로 치유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느꼈을 때 가장 힘들었다"며 "세월호 10주기에는 5개 작품을 한 편 한 편 꺼내 보이면서 관객과 대화하고 싶다"고 했다.
92분 상영, 4월 5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