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카지노' 결말과 양정팔에 대한 이동휘의 해명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에서 양정팔 역으로 열연한 배우 이동휘. 디즈니+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이쯤 되면 배우 이동휘의 '대국민 사과'가 필요하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의 결말에 거의 모든 시청자가 분노했고, 그 분노의 화살은 양정팔에게 향했다. 이동휘의 지인들조차 "빡친다"고 할 정도로 이동휘가 연기한 양정팔 캐릭터는 '배신의 아이콘'이 됐다.
 
차무식의 오른팔을 자처하며 그를 극진히 보필하던 양정팔은 일련의 사건 사고를 겪으며 그에게 묘한 거리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김소정(손은서)과 필립이 연루된 카지노 VIP 100억 도난 사건을 통해 이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목격한 양정팔. 그는 차무식의 부재와 몰락 그리고 바뀐 상황 속에서 자신만의 판을 설계해 나가며 180도 변화된 모습을 예고한다. 그리고 이후는 바로 우리가 아는 결말이다.
 
결말에 분노한 시청자를 위해 이동휘의 '대국민 사과'급 해명을 들어봤다. 그의 해명 아닌 해명을 보기 전, 공공연히 '민식앓이' '최애민식'을 외친 데 이어 "최민식 선배님의 복귀작, 석구 형의 차기작, 그리고 나의 그냥 '작'"이라고 했던 이동휘에게서 배우 최민식과 손석구와의 만남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스틸컷. 디즈니+ 제공
 

이동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 최민식과 손석구

 
▷ 제작보고회 등 '카지노' 공식 석상에서 끊임없이 '민식 앓이' '최애민식'을 외쳐왔다. 직접 호흡을 맞춘 배우 최민식은 어떤 선배이자 어떤 배우였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다.
 
일단은 많은 후배에게 그냥 존재만으로도 귀감이 되는 배우가 확실하다. 한 시간씩 일찍 오셔서 스태프들이 기다리게 하는 일이 없었다. 현장에 오시는 자세와 준비 과정을 보니 덩달아 나도 무조건 한 시간씩 일찍 오게 됐다. 일찍 오라고 절대 말씀 안 하셨는데, 계속 스태프에 대한 배려가 엄청난 걸 보게 되니 자연스럽게 배우고 행동하게 됐다.
 
그리고 이렇게 저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분이 아니라 계속 기다려주셨다. 그리고 많은 후배가 그랬듯이 나도 많이 긴장해서 너무너무 떨리는 순간이 많았는데, 후배들이 주눅 들지 않게 해주셨다. 부드럽게 포용하면서도 방심하지 않게,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늘 최선을 다해 준비해오게 만드셨다. 정말 현장의 등대 같은 존재였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스틸컷. 디즈니+ 제공
 
▷ 필리핀에서 촬영하면서 차무식과 양정팔의 관계처럼 가깝게 지냈다고 들었다.
 
코로나19 때문에 두 달 반을 필리핀에서만 계속 지냈어야 했다. 전지훈련이었다. 할 수 있는 게 대본 보는 것밖에 없었다. 모여서 신 찍은 거 분석하고, 다음 걸 캐릭터와 어떻게 유기적인 관계가 있게끔 채울지 고민했다. 이때까지 한 작품 중 집중도에서는 정말 최고였다.
 
정팔과 무식은 같이 나오는 신이 많고 같이 쉬다 보니, 진짜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아침에 조식 먹으며 시작해서 마지막 촬영 끝나고 숙소로 올 때까지 계속 같이 있으니 나중에는 진짜 가족처럼 느껴졌다. 재밌었던 게 선배님 방에 갔더니 호텔 전화기에 내 방 번호가 적혀 있던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방으로 전화가 온다.(웃음)

 
▷ '카지노'를 두고 "석구 형의 차기작"이라고 표현한 바 있는데, 손석구와 함께한 현장은 어땠나?
 
이 작품은 정말 많은 부분에서 석구 형의 노력이 들어갔다. 본인의 역할뿐 아니라 다른 많은 배우가 맡은 역할에 대한 개연성, 인물 간 입체적 설정을 정말 많이 고민해줬다. 자극도 많이 되고, 정말 석구 형한테 많이 배웠다. 작품에 임하는 자세가 굉장히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연기하면서 다른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할 때가 있는데 그런 걱정이 전혀 없게끔 완벽하게 자기 역할에 대한 연구를 끊임없이 한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더 많이 느꼈다.
 
그리고 필리핀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나의 해방일지' 방송 전이라 현지 분들이 석구 형을 잘 몰랐는데, 나중엔 호텔 로비에서 석구 형을 기다리고 계셨다. "석구 히얼(here)?" 이 정도로. 정말 대박이었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스틸컷. 디즈니+ 제공
 
▷ '카지노'가 세계적으로 많은 인기를 얻었는데, "동휘 히얼?"에 대한 기대가 있을까?
 
당분간 조심해야 할 거 같다.
 
▷ 작품 전체를 통틀어 인상 깊은 장면을 꼽아본다면?
 
나는 최민식 선배님의 모든 신이 눈에 선하다. 촬영장에서 연기하다가 잠깐 모니터를 봤을 때 본 선배님의 눈은 '저게 바로 진짜 배우의 눈이구나' '저 눈의 힘으로 16부작을 이끌었구나' 싶었다.
 
선배님과 함께 찍지 않은 분량도 작품을 통해 보게 됐는데, 진짜 그냥 마에스트로(대음악가나 명지휘자를 이르는 말) 그 자체인 거 같다. 능수능란하게 지휘하고 각 배우가 만날 때마다 다른 설정과 포지션, 분위기를 채워 넣어가는 걸 보면서 정말 감동을 많이 받았다. 선배님이 없었으면 '카지노'라는 작품 자체가 없었겠다 싶을 정도로 너무너무 대단한 배우라고 느꼈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에서 양정팔 역으로 열연한 배우 이동휘. 디즈니+ 제공
 

양정팔은 왜 최무식을…양정팔을 위한 이동휘의 해명

 
▷ 그런 차무식을 양정팔이 배신한 것은 물론 엔딩 장면으로 인해 많은 시청자가 큰 충격을 받았다. 분노하는 반응도 제법 많다. 알고 있나?
 
나도 사실 시청자 입장에서 차무식이 우여곡절 끝에 또 살길 원했다. 차무식에 이입하다 보면 응원하게 되더라. 끝까지 해내서 마지막을 멋있게 장식하고 다음 시즌의 여지를 줄 수 있게끔 하는 결말을 많이 생각했다. 그래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
 
작품을 설계할 때부터 민식 선배님이 불나방같이 활활 타서 허무하게 죽은 남자의 모습을 그리자고 했다. 나도 한편으로 그런 생각을 했었다. 기세로 밀어붙여 해결할 때도 있고, '운칠기삼'(운이 칠 할이고 재주나 노력이 삼 할이라는 뜻으로, 사람의 일은 재주나 노력보다 운에 달려 있음을 이르는 말)으로 해결하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오히려 허무하고 정말 충격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게 더 현실적이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 양정팔이 라스베이거스에서 '카지노의 왕'이 된 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많은 분이 오해하시는데, 카지노 왕이 된 게 아니다. 그냥 거기서 왔다는 건데, 6개월 만에 왕이 됐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런 게 있지 않았을까. 정팔이 위협적인 인물이 아니기에 그쪽에서도 살려둔 정도지, 대단한 능력이 있어서 시즌3을 이끌어갈 '제2의 차무식'은 아니다. 그저 어떻게든 연명하는 거다. 온갖 거짓말이란 거짓말로 연명하는 설정이라 생각했다.
 
▷ 어찌됐든 만약 시즌3이 나온다면 정팔도 계속 볼 수 있을까?
 
정팔이 그렇게 나타나게 된 건 브리지 같다. 배턴을 잡은 사람이 들고 넘어가는 그런 역할 말이다. 정팔이 뒷일을 확장해 끌어가기보다 '저 사람은 또 얼마나 처참하게 결말을 맞이할까', 그런 거다.
 
내 나름대로 잠깐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해본 적이 있는데, '카지노'가 시즌 7, 8까지 나왔는데 정팔이 살고 또 살아남은 거다. 빅보스는 아니지만 시청자와 같이 호흡해서 10년간 시리즈가 진행됐다고 쳤을 때, 응원받을 수도 있겠구나 싶다. 이 지경까지 왔는데 또 살아라. 그래서 마지막에 대단원의 막으로 결국 정팔이가 죽었을 때 장례식에 찾아가고 싶을 정도로 응원받는 것도 재밌겠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스틸컷. 디즈니+ 제공
 
▷ 결말에 대한 지인들의 반응은 어땠을지 궁금하다.
 
지금도 단톡방에서 "이동휘 때문에 빡친다"고 한다. 다들 과몰입을 많이 해서….
 
▷ 지금도 정팔을 원망하는 팬들을 위해 한마디 해 달라.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나 역시도 정팔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살면 '정팔이는 어떡하라고'란 생각이 들 정도다. 정팔이를 연기하기 정말 어려웠던 게 실제로 그런 사람이 있으면 손절이다. 너무 자기만 알고 무책임한 인물이다. 그런 부분에서 시청자와 똑같은 마음이라 나도 욕하고 싶다. 권선징악이라고, 비참한 결말을 맞아야 해소가 된다고 생각하는데, 정팔은 특이하게 그런 게 없다. 어떻게 보면 이런 게 인생 아닌가 싶다.
 
▷ 많은 것을 배우고, 많은 사랑을 안겨 준 작품인 거 같다. '카지노'는 이동휘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나?
 
또 숙제가 됐다. 개인적으로 배우가 탈을 아예 바꿔 등장하지 않는 캐릭터였다고 생각한다. 작품을 위해서 내가 부드럽게 풀어줘야 하는 장면도 분명 존재했기에 보는 분들이 어떤 지점에서는 (이전 작품 속 캐릭터와) 비슷해 보이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본다. 그런 부분에서 숙제가 남았다.
 
앞으로 작품 선택에 있어서 더 신중하고, 어떻게 하면 시청자나 관객의 기대에 부응하고 만족시켜드릴 수 있는지 여전히 숙제로 남은 작품이다. 내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해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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