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은 공산폭동' 현수막 결국 강제 철거된다

'제주4·3은 공산폭동' 현수막 도내 80곳에 설치돼 도민 공분
국민의힘 태영호 국회의원 "4·3은 김일성의 지시로 촉발" 주장
서북청년단 구국결사대, 4·3 추념식 당일 집회 예고
제주시와 서귀포시, 도의회 4·3특위 참석해 "현수막 강제철거하겠다"
4·3 특별법 제13조 명예훼손 금지 규정 적용해 철거키로
4·3 역사 왜곡하면 처벌하는 규정 절실…4·3특별법 개정안 발의돼
윤석열 대통령이어 국민의힘 지도부도 4·3 추념식 불참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추념식 당일 현장 최고위원회
문재인 전 대통령도 추념식 당일 오후 4·3평화공원 찾을 듯

제주4.3은 공산폭동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제주시청 앞에 내걸렸다. 고상현 기자

◇박혜진>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전하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현안들을 분석하는 이인의 특별한 제주이야기, 오늘(30일) 딱 100회째를 맞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야기는 제주4.3 추념식을 앞두고 역사왜곡이 반복되는 현실을 짚어본다구요?
 
◆이인> 극우정당들이 '제주4.3은 공산폭동'이라는 현수막을 도내 80곳에 내걸어 제주도민들을 경악하게 했습니다. 제주시와 석귀포시는 급기야 강제철거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는데요. 또 국민의힘 태영호 국회의원은 4.3은 김일성의 지시로 촉발됐다는 황당한 주장을 했죠. 추념일을 전후로 반복되는 4.3 왜곡의 현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짚어보려고 합니다. 
 
◇박혜진> 극우정당들이 설치한 현수막 얘기부터 해보죠. 
 
◆이인> 지난 22일입니다. 제주시청 등 도내 주요 거리 80곳에 일제히 현수막이 걸렸는데요. 내용은 '제주4.3 사건은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해 김일성과 남로당이 일으킨 공산폭동이다'라는 겁니다. 우리공화당, 자유당, 자유민주당, 자유통일당, 자유논객연합이 후원 명단에 올랐습니다. 이들은 추념일 다음날인 4월 4일까지 현수막을 게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박혜진> 태영호 국회의원의 역사 왜곡 발언도 있었죠? 
 
◆이인>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로 나섰던 태영호 의원은 지난달 13일 첫 합동연설회 참석차 제주를 찾은 자리에서 느닷없이 4.3은 북한 김일성의 지시로 촉발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역사적 사실을 얘기한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은 태도를 보였고 4.3 유족과 제주도민들의 분노는 컸습니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대학생들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4.3항쟁 모욕·역사왜곡 앞장서는 태영호 의원 정계 퇴출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황진환 기자

◇박혜진> 서북청년단이라는 극우단체가 추념식 당일 제주 집회를 예고하기도 했어요?
 
◆이인> 서북청년단 구국결사대라고 밝힌 단체가 올해 4월 3일 서북청년단 구국의 깃발이 4.3 평화공원을 비롯한 제주시 일대에서 휘날리게 될 것이라며 집회를 예고했습니다. 4.3평화공원 진입로 삼거리, 옛 서북청년단 제주본부 사무실 터, 제주시청 등에서 집회를 하겠다는 겁니다.
 
◇박혜진> 제주4.3 당시 서북청년단은 도민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죠? 
 
◆이인> 서북청년단은 1946년 미 군정 당시 조직된 반공 단체로, 4.3 당시 수많은 민간인 학살을 저질러 서북청년단이라는 이름은 지금도 도민들에게 극한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박혜진> 이처럼 4.3 추념식을 전후해 올해도 어김없이 4.3 흔들기는 계속되는 군요?
 
◆이인> 태영호 의원의 망언, 극우정당의 4.3 왜곡, 서북청년단 집회 예고 등으로 4.3 흔들기는 올해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보수정권이 들어서면 4.3 흔들기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박혜진> 4.3 유족과 도민사회의 반발이 크죠? 
 
◆이인> 4.3 유족들은 지난 2003년 발간된 4.3 진상조사 보고서 어디에도 북한의 지령설, 공산폭동이라는 용어가 없다며 정부 보고서를 부정하고 제주4.3을 왜곡하는 만행을 통해 얻으려는게 도대체 무엇이냐고 극우정당의 4.3왜곡을 비판합니다.  
 
◇박혜진> 태영호 의원에 대한 비판도 커요? 
 
◆이인> 아무런 근거도없이 제주4.3을 김일성 지시설로 덮어 씌웠다며 북한에서 그렇게 배웠다는데 북한에서 배운 것을 아직도 신봉하는 자가 어찌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느냐고 유족들은 반문했습니다.
 
제주 4.3 유족회 등 4.3 단체들이 지난 23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인 기자

◇박혜진> 제주도와 도의회, 교육청, 정치권도 일제히 반발했죠?
 
◆이인> 오영훈 제주지사와 김경학 도의회 의장, 김광수 교육감은 공동 입장문을 내서 지역사회의 반목과 갈등을 일으키고 역사를 왜곡하는 현수막을 즉시 내려달라며 극우정당의 현수막 설치를 비판했습니다. 민주당과 정의당, 진보당 제주도당도 극우정당의 역사왜곡, 태영호 의원의 망언을 규탄했고 서북청년단의 집회 예고에 대해서는 4.3과 도민을 모욕하는 만행을 멈추라고 호소했습니다.
 
◇박혜진> 급기야 60대 남성이 현수막을 훼손하는 사건이 벌어졌죠?
 
◆이인> 60대 남성 A씨는 도내에 설치된 현수막 9개를 지난 23일 훼손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A씨는 4.3을 공산폭동이라고 왜곡한 현수막을 한 명이라도 덜 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훼손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 실정법을 어긴 벌이야 감당하겠다면서도 4월의 아픔을 함께 하는 국민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박혜진> 그런데 제주시가 강제 철거하겠다고 공식화했어요? 
 
◆이인> 오늘(30일) 오후 제주도의회 4.3특별위원회(위원장 한권)가 열렸는데요. 이 자리에 출석한 강병삼 제주시장은 정당법이 아닌 '제주4.3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하 4.3 특별법)에 따라 현수막을 강제철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4.3 특별법 13조의 명예훼손 금지 규정을 적용해 철거하겠다는 겁니다.   
 
강병삼 제주시장이 30일 도의회 4.3 특위에 출석해 4.3특별법 명예훼손 금지 규정에 따라 4.3 왜곡 현수막을 강제철거하겠다고 밝혔다. 제주도의회 제공

◇박혜진> 서귀포시도 강제 철거하기로 했죠?
 
◆이인> 이종우 서귀포시장도 4.3 특위에 출석했는데 그는 4.3 추념일을 앞두고 4.3 역사 왜곡 행위가 지속되고 있어 유감이라며 이번 현수막은 통상적인 활동으로 보지 않고 4.3 특별법에 위배되는 내용으로 판단해 강제철거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박혜진> 제주도 역시 강제 철거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죠? 
 
◆이인> 앞서 오늘(30일) 오전 조상범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브리핑에서 4.3 왜곡 현수막에 대해선 통상적 정당활동의 범위에서 벗어난다는 법률가들의 의견도 많다며 불법 현수막으로 판단되면 철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추념식 전날인 다음달 2일까지는 결론을 내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박혜진> 그런데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는 4.3 왜곡 현수막을 통상적인 정당활동이라고 판단했죠? 
 
◆이인> 제주도가 4.3은 공산폭동이라고 적은 현수막이 정당법을 위한했는지를 물었더니 제주도선관위는 통상적인 정당활동이라고 회신했습니다. 하지만 국가가 결정한 제주4.3을 폄훼하는 거짓 선전이 어떻게 정당활동이냐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어찌됐든 선관위가 그렇게 해석함에 따라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정당법이 아닌 4.3 특별법의 명예훼손 금지 규정에 따라 현수막을 철거하겠다고 밝힌 겁니다. 
 
◇박혜진> 행정시가 4.3 특별법에 따라 현수막을 철거하겠다고 밝혔지만 4.3 왜곡행위에 대해 처벌을 하지는 못하죠?
 
◆이인> 4.3 특별법 13조는 '누구든지 공공연하게 희생자나 유족을 비방할 목적으로 제주4·3사건의 진상조사 결과와 제주4·3사건에 관한 허위의 사실을 유포해 희생자와 유족 또는 유족회 등 제주4·3사건 관련 단체의 명예를 훼손해서는 안된다'고는 돼 있습니다. 그런데 처벌규정이 없어 4·3에 대한 역사 왜곡이 반복되고 있는 겁니다.
 
◇박혜진> 그래서 광주 5.18 민주화운동 특별법처럼 처벌 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죠?
 
◆이인> 송재호 국회의원(민주당, 제주시갑)이 4.3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는데요. 주요 내용은 희생자와 유족 또는 유족회 등 제주4.3 관련 단체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겁니다. 명예훼손 하지 말라는 규정에 더해 이를 어기면 처벌하는 규정까지 있어야 4.3 흔들기가 반복되지 않는다는 취집니다.
 
◇박혜진>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추념식에 참석해 4.3 역사 왜곡 행위에 쐐기를 박아달라는 요청도 많았어요?
 
◆이인> 유족들이 간곡히 호소를 했죠. 윤석열 대통령이 추념식에 참석해 4.3 흔들기를 중단하게 해달라고 말이죠. 그러나 윤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준비 등으로 일정이 바빠 올해 추념식에는 참석할 수 없다고 통보해왔습니다. 
 
◇박혜진> 문제는 국민의힘 지도부도 4.3 추념식에 불참한다는 점이죠? 
 
◆이인> 국민의힘 제주도당에 따르면 김기현 당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는 4.3 추념식 당일 일정이 겹쳐 불참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병민 최고위원만 참석이 유력한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국민의힘 지도부가 추념식에 불참하면서 정부 여당의 4.3 홀대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박혜진> 반면에 민주당은 추념식 당일 4.3평화공원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하기로 했죠? 문재인 전 대통령도 참석한다구요?
 
◆이인> 문재인 전 대통령은 추념식 당일 오후에 조용히 제주4.3 평화공원을 찾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4.3 평화공원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개최하기로 하는 등 국민의힘과 대비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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