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즌을 앞둔 프로야구 10개 구단 선수들이 팬들을 위한 유쾌한 우승 공약을 내걸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30일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그랜드하얏트 서울 그랜드 볼룸에서 2023시즌 개막 미디어 데이를 개최했다. 각 팀의 주장과 대표 선수들이 참석해 새 시즌을 향한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매년 미디어 데이에서는 선수들이 개성 넘치는 의상을 입고 등장해 눈길을 끌어왔다. 이날은 삼성 오재일과 원태인이 반짝거리는 은색 목걸이를 차고 등장해 많은 주목을 받았다. 두 선수 모두 목걸이가 부끄러운 듯 얼굴을 가리고 무대에 올라섰다.
오재일은 "(목걸이를) 차고 나가라고 해서…"라며 머뭇거린 뒤 "이렇게 큰 목걸이는 처음 차봐서 쑥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원태인은 "홈런 세리머니를 할 때 쓰려던 목걸이"라고 설명한 뒤 "홍보팀에서 이 목걸이를 꼭 차고 무대에 올라가 달라고 부탁했다"고 전했다.
지난 시즌 통합 우승을 달성한 SSG의 주장 한유섬과 외야수 최지훈은 멀끔한 정장을 입고 등장했다. 최지훈은 "(한)유섬이 형이 정장을 입고 가는 게 낫겠다고 했다. 깔끔하게 입고 나왔다"면서 "유섬이 형은 친한 형이라 괜찮은데 남들이 봤을 땐 무서울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키움 이정후와 김혜성은 올 시즌 슬로건으로 내건 '함께 더 높게'라는 문구가 적인 티셔츠를 입고 나왔다. 이정후는 올 시즌 목표가 담긴 이 문구에 대해 "고척돔 천장을 뚫으면 높게 올라가지 않을까요"라고 재치있는 답변을 건넸다.
이어 선수들에게 올 시즌 우승 공약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팬들의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답변이 주를 이룬 가운데 이정후는 키움 선배들의 다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정후는 "예전에 미디어데이에 나왔던 선배들이 고척돔에서 캠핑하자고 공약했는데 이후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다시 그 공약에 도전해보겠다"고 말했다.
LG 트윈스의 오지환은 우승 공략을 넘어 한 야구 팬과 구체적인 약속까지 해 눈길을 끌었다.
한 야구 팬은 현장에서 오지환에게 과감한 제안을 했다. 만약 LG가 우승하고 오지환이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할 경우 오는 12월로 예정된 자신의 결혼식 사회를 봐줄 수 있겠냐고 물은 것이다.
장내에는 웃음이 터졌고 오지환도 환하게 웃었다. 오지환은 "우승 공약으로 말씀하셨는데 우승과 상관없이 무조건 사회를 보겠다"고 답했고 관객석에서는 큰 함성이 터져나왔다.
KIA 타이거즈의 김도영은 "KIA 자동차를 타는 팬들을 추첨해 선수들이 직접 세차를 해드리겠다. 누가 할 지는 랜덤이고 왁스와 코팅은 차차 생각해보겠다"고 재치있게 말했고 오재일은 우승 시 원태인, 구자욱, 이재현 등 삼성의 젊은 선수들의 대구 동성로 공연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