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 때부터 금연패치를 붙이며 수차례 담배를 끊기 위해 노력했지만, 힘든 일이 닥쳐올 때마다 다시 담배를 피웠다.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의 정치역정은 흡연과의 전쟁이었지만, 번번이 대통령은 패배했다"고 기억했다.
2004년 후반기 계속된 해외 순방으로 노 전 대통령의 건강은 악화됐고, 의료진은 금연을 강권했지만, 담배를 놓지 못했다.
윤 전 대변인은 "대통령은 담배를 피우는 손님이 오면 겉으로 드러내지는 못했지만 내심으로 반기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렇게 한 두 개비씩 조심스럽게 피우던 담배는 2005년 대연정 제안으로 인한 상처가 깊어지면서 이전의 애연가 수준으로 완전히 회귀하고 말았다"고 썼다.
봉하마을로 돌아 온 뒤 노 전 대통령은 담배를 줄이기 위해, 피우고 싶은 생각이 들 때만 비서로부터 개비로 담배를 제공받는 제한적 공급에 동의했다.
윤 전 대변인은 "하지만 그나마의 끽연조차도 작년 말 건강진단 후에는 의료진의 강력한 금연 권고 앞에서 다시 중단될 수밖에 없는 위기에 처했다. 건강은 완벽한 금연을 요구하고 있었지만, 작년 말부터 시작된 상황은 대통령의 손에서 담배가 끊어지는 것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었다"고 기억했다.
윤 대변인은 회고글에서 노 전 대통령과 담배에 대해 이렇게 썼다.
"담배는 책, 글과 함께 대통령을 지탱해준 마지막 삼락(三樂)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남긴 글에서 말했듯이 책 읽고 글 쓰는 것조차 힘겨워진 상황에서는 대통령이 기댈 수밖에 없는, 유일하지만 허약한 버팀목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담배로는 끝내 태워 날려버릴 수 없었던 힘겨움. 지금이라도 사저의 서재에 들어서면 앞에 놓인 책들을 뒤적이다가 부속실로 통하는 인터폰을 누르며 ''''담배 한 대 갖다 주게''''하고 말하는 대통령, 잠시 후 배달된 한 개비의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인 대통령이 ''''어서 오게'''' 하며 밝은 미소를 짓는 대통령.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그 모습이 영결식을 앞두고 다시금 보고 싶어진다. 미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