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태극 마크를 달고 경기를 뛰었지만 무게감도 달랐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에서 A매치를 소화한 손흥민(31·토트넘)과 김민재(27·나폴리)는 경기 후 사뭇 다른 분위기에서 인터뷰를 했다.
손흥민은 지난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와 평가전 후 "저희가 (결과를) 만족시키지 못했다"며 "선수들도 해산하면서 다 많이 아쉬워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첫 감독님 소집에서 분위기도 너무 좋았고 선수들도 잘 마무리하고 가는 것 같아서 얻어 가는 것이 많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주장 완장을 차고 클린스만호의 첫 A매치 2연전을 풀타임으로 소화했다. 콜롬비아전 2 대 2 무승부, 우루과이전 1 대 2 패배로 첫 승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새 감독 체제 속에서 의미 있는 경기라고 평가했다. 공격수로 콜롬비아전에서 2골을 넣은 만큼 의미도 남달랐다.
나란히 2경기 풀타임을 뛰었지만 수비수 김민재는 상황이 달랐다. 나폴리에선 철벽 수비를 자랑하며 세리에A 우승과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 동시에 도전했지만 대표팀 센터백 자리는 험난했다. A매치 2경기에서 4골을 허용했다. 두 경기에서 김민재의 실수는 곧바로 득점으로 연결됐다.
경기 후 김민재는 돌발 발언을 했다. 그는 "그냥 지금 좀 힘들고 멘털 쪽으로 무너져 있는 상태고 당분간이 아니라 그냥 지금 소속팀에서만 집중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그는 "그냥 축구적으로 힘들고 몸도 힘들고 그렇기 때문에 대표팀보다는 이제 소속팀에서만 신경을 쓰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것이 조율이 된 것인지 취재진이 되물었고 김민재는 "조율이 됐다고는 말씀드리지 못하겠다. 이야기는 좀 나누고 있었다"고 대답했다. 취재진이 재차 확인 질문을 하자 김민재는 "이 정도만 하겠다"라는 말을 남기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김민재의 발언은 파장은 컸다. 전날 경기 전 공식 기자회견 때만 하더라도 김영권(울산 현대)의 센추리 클럽 가입(A매치 100경기)을 굉장히 자랑스럽게 평가했기에 그의 말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다. 멘털적으로 힘들 수 있지만 경솔한 발언이었다는 것이 주를 이뤘다.
결국 김민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과문을 올렸다.
김민재는 "마냥 재밌게만 했던 대표팀에서 점점 비중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는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멘털적으로 무너졌다는 이야기는 경기장에서의 부담감, 나는 항상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 수비수로서 실점했을 때의 실망감, 이런 것들이 힘들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김민재는 "단기간에 모든 부분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되었음을 알아주시고, 대표선수로서 신중하지 못한 점, 성숙하지 못한 점, 실망했을 팬, 선수분들께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김민재의 사과로 대표팀 은퇴 논란은 일단락됐다.
김민재의 사과문을 올린 몇 시간 뒤 손흥민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렸다.
손흥민은 "나라를 위해 뛴다는 것은, 대한민국 축구 국가 대표팀의 유니폼을 입는 것은 항상 자랑스럽고 영광이다"고 언급했다.
이어 "오랜만에 홈 경기를 치르면서 축구가 받고 있는 사랑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며 "여러분들께 멋진 승리로 선물을 드리진 못했지만 앞으로 발전되는 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2010년 12월 30일 시리아전(1대0 한국 승)부터 국가대표 경기를 뛴 손흥민은 우루과이전까지 A매치 110경기를 뛰었다. 유럽에서 데뷔한 손흥민은 '선수 혹사' 논란에도 지난 13년 동안 장거리 비행 일정을 마다하지 않고 A대표팀 일정을 소화했다.
김민재는 2017년 8월 31일 이란전(0대0 무)에서 국가대표 첫 경기를 시작으로 통산 A매치 49경기를 치렀다. K리그 전북 현대, 중국 베이징 궈안에서 활약했고 2021년 페네르바체(터키)를 통해 유럽 무대로 진출했다. 유럽에서 대표팀 일정을 소화한 것도 비교적 최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