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라디오 방송 횟수를 종합해 순위를 매기는 '핫 100' 차트는 인기곡을 가늠하는 지표로 볼 수 있다. 데뷔 4개월을 갓 지난 중소 기획사 신인 걸그룹이 원더걸스,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트와이스, 뉴진스에 이어 6번째로 '핫 100'에 진입한 것을, K팝 팬들이나 대중은 주목할 만한 '사건'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큐피드'는 짧은 동영상을 올리는 플랫폼 '틱톡'에서 특히 인기였다. '2023 최고의 프리코러스'(best pre-chorus of 2023)라는 제목의 영상을 포함해 음악방송 무대와 포인트 안무 챌린지 등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사랑받고 있다.
미묘 음악평론가는 "'큐피드'의 인기는 틱톡 덕분으로 보인다. 틱톡에서 유통되는 버전을 보면 틱톡 인기곡이 대개 그렇듯 곡을 빠르게 재생해서 까불까불하고 유머러스한 느낌이 잘 나더라. 후렴보다 프리 코러스 부분이 유행한 게 재미있는데, 후렴 부분은 대중적인 노래로서의 선이 분명하고 특징적인 색깔을 띠는 반면, 프리 코러스 부분은 달콤한 무드는 있지만 좀 심심할 정도로 평이하게 느껴진다. 오히려 그래서 여러 영상에 잘 달라붙는 효과가 있던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틱톡 픽'을 겨냥하고 만든 노래는 아닌 것 같다고 부연했다. 미묘 평론가는 "이 노래는 바이럴(입소문) 히트를 노리고 만들어서 적중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대중이 뉴진스 곡의 다양한 리믹스를 만들어 화제가 됐던 것처럼, 글자 그대로 자발적으로 발굴해서 일으키는 현상으로서의 바이럴이랄까"라고 말했다.
이어 "틱톡 바이럴이 향후 커리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단정하긴 어려워도 성공의 동력이 될 가능성은 있다. 신선한 데가 있는 신인 아티스트이고 기회를 잘 잡으면 이후 성공적인 활동을 이어 나가는 데 보탬이 되지 않을까"라고 바라봤다.
곡이 가진 매력도 이번 흥행에 한몫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김윤하 음악평론가는 "피프티 피프티는 데뷔 때부터 '노래'에 치중하는 프로듀싱을 해 온 팀이라고 생각한다. 편안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음악 스타일도 그렇지만, 보컬 목소리를 앞으로 빼서 '가요적'으로 프로듀싱하는 보컬 어레인징도 큰 특징"이라고 우선 말했다.
피프티 피프티의 음악 스타일을 두고 "4세대 걸그룹보다는 '아브라카다브라' 흥행 전 브라운아이드걸스 같은 느낌"이라고 바라본 김 평론가는 "'큐피드'는 최근 수년째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레트로 신스팝의 넓은 스펙트럼 안에서 자신들의 가요적 면모를 부드럽게 잘 풀어낸 곡이다. 첫 느낌부터 좋았다"라고 전했다.
유튜브, 틱톡, 스포티파이 등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K팝 접근성이 좋아진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피프티 피프티의 '큐피드'는 '핫 100' 이전에도 빌보드 '월드 디지털 송 세일즈' 8위(3월 11일자)를 기록했다.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 스포티파이의 데일리 바이럴 송 글로벌&USA 차트에서도 정상에 오른 바 있다.
박희아 대중문화 저널리스트는 "이제 K팝은 국내 시장의 성과로 그룹의 성패를 결정할 수 없다. 국내에서 빛 보지 못하더라도 해외에서 찾아 듣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현재 K팝 팬들이 흥미롭게 생각하는 장르적 특성을 갖춘 곡이라면 해외 시장에서 언제든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미묘 평론가는 "K팝 관심층이 K팝을 두루두루 소비하고 뉴미디어에 친화적인 것, K팝 시장이 규모적으로 성장한 영향도 있어 보인다. 그렇기에 (틱톡 이용자가) 이 곡을 쓰겠다고 착안한 것이고. (틱톡 히트 송은) 일종의 리믹스 문화에 가깝다. 추천곡 중에서 사용자가 고른다기보다, 누군가 속도를 높인 스페드 업(sped up) 버전을 만드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아직 인지도가 낮은 신생 중소 기획사 소속의 신인 걸그룹이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피프티 피프티의 선전을 '이변'이나 '기적'으로 보는 시선이 존재한다.
가요 관계자 A씨는 "중소 기획사 아티스트가 이런 사례를 만들어갈 좋은 발판을 만들어준 느낌이다. 신인 걸그룹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적인 인기를 얻는 것을 넘어 기록적인 성과를 낸다는 점이 놀랍고 기특하게 느껴진다. 앞으로의 성장이 궁금하다"라고 밝혔다.
미묘 평론가도 "틱톡 바이럴은 어떤 의미에서 음악의 진검승부 같은 면도 있어서, 일반적인 음악 시장에 비해 유명하다고 잘 되고 덜 유명하다고 빛을 못 보는 곳은 아닌 것 같다"라며 "그래서 중소기업 신인이지만 가능했던 부분도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중소 기획사 관계자 B씨는 피프티 피프티의 사례를 두고 "중소 기획사에도 기회가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투자 규모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중소 기획사가 비용을 들여 홍보할 때, 주요 타깃층이 '노래나 영상이 좋다'라고 느껴야 그다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독창성'과 '질'이 중요하다. 통할 만한 콘텐츠를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