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챔프전 무산' 초보 감독의 다짐 "내년에는 처음부터 기다리겠다"

한국전력 권영민 감독. 한국배구연맹
창단 첫 챔피언 결정전 진출에 나선 한국전력의 도전이 아쉽게 막을 내렸다.
 
한국전력은 28일 충남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시즌 도드람 V리그 남자부 포스트 시즌 현대캐피탈과 플레이오프(PO) 3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1 대 3(19-25, 19-25, 25-23, 21-25)로 패했다. 세트 스코어 0 대 2로 뒤진 상황에서 3세트를 잡고 추격의 불씨를 살려봤지만 역부족이었다. 
 
준PO부터 시작한 혹독한 일정에도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투혼을 발휘했다. 주포 타이스는 무릎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도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고, 베테랑 신영석은 아픈 발목을 부여잡고 팀을 위해 헌신했다. 
 
비록 아쉽게 시즌을 마무리하게 됐지만 한국전력 권영민 감독은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는 "나도 선수들을 믿었고, 선수들도 나를 잘 따라줬다. 아쉽지만 선수들은 150%를 해줬다"면서 "타이스가 잘해줬으면 좋았겠지만, 부상을 입어서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한 시즌을 돌아보면 선수들 모두 고생 많았고 잘해줬다"고 덧붙였다. 
 
시즌 중 9연패의 수렁에 빠진 기간도 있었지만 마지막은 봄 배구의 뜨거운 열기로 장식했다. 권 감독은 "시즌을 치르면서 힘든 점도 많았지만 선수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었다"면서 "(박)철우, (신)영석이, (서)재덕이 등 베테랑들이 선수들을 잘 이끌어준 덕분에 편하게 감독을 했다"고 떠올렸다.
 
9연패를 당했을 시기에는 그 누구도 한국전력의 포스트 시즌 진출을 예상하지 못했다. 이에 권 감독은 "나도 생각치 못한 결과다. 시즌 중 부상자도 발생했지만 그래도 초반에 나와서 다행인 것 같다"면서 "선수들과 함께 이겨내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대견하고 고맙다"고 전했다. 
 
시즌을 마무리한 한국전력. 한국배구연맹
지난해 한국전력의 지휘봉을 잡은 권 감독은 데뷔 첫 시즌부터 PO 진출에 성공했다. '초보 감독'이라 불린 그는 준PO에서 우리카드를 꺾은 뒤 "이제 초보 감독이 아니지 않나"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비록 PO에서 현대캐피탈에 덜미를 잡혔지만 아직 데뷔 1년 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뛰어난 성과라 할 수 있다. 권 감독은 "처음 부임했을 때 팀의 문화를 먼저 생각했다"면서 "분위기를 잡아줄 고참들이 많아서 편했다"고 돌아봤다.
 
아쉬운 부분에 대해서도 짚었다. 권 감독은 "시즌 초부터 세터를 바꾸면서 팀에 녹아들 시간이 짧았던 것 같다"면서 "재덕이도 타이스의 리시브가 좋았다면 공격에만 집중했을 텐데 체력적으로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쉬운 만큼 가능성도 봤다. 권 감독은 차세대 에이스 임성진의 가파른 성장에 "가장 뿌듯한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시몬이가 전역을 하기 때문에 내년에는 아웃사이드 히터 운용이 편해질 듯하다"면서 "아시아 쿼터도 있기 때문에 취약한 부분을 채워서 지금보다 한 단계 더 올라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PO에서 뜨거운 승부를 벌인 상대 팀 현대캐피탈의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하기도 했다. 선수 시절 오랫동안 몸담은 팀인 만큼 챔피언 결정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했다. 
 
권 감독은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너무 잘해줬다"면서 "과거 현대캐피탈맨이었기 때문에 이제는 (현대캐피탈이) 잘해서 우승을 하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챔피언 결정전에서) 대한항공과 붙으면 당연히 현대캐피탈이 이기길 바란다"고 전했다. 
 
끝으로 다음 시즌 목표에 대해 "올 시즌 PO 진출이 목표가 아니었다. 분명히 더 올라갈 기회가 있었는데 아쉽다"면서 "다음 시즌에는 (챔피언 결정전에서) 처음부터 기다릴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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