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무기 '작명'의 정치…핵 방아쇠·해일·화산·화살

28일 부산 작전기지에 미 핵 추진 항공모함 니미츠(CVN-68)가 입항해 있다. 니미츠호를 포함한 미 제11항모강습단은 전날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해군과 연합해상훈련을 펼쳤다. 박종민 기자

미국의 핵 항모 니미츠 함이 부산항에 입항한 28일 북한은 전술 핵탄두의 실물과 국가핵무기종합관리체계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전술 핵탄두의 미사일 탑재능력에 대한 외부의 의심을 일축하고,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에도 겁먹지 않는다는 것을 대내외에 피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한미훈련기간에 각종 핵 훈련을 실시하면서 '동방의 핵 강국'이라는 강대국 의식을 주민들에게 대대적으로 선전·교양하고 있다. 주민 중에서도 주된 대상은 청년세대이다. 북한이 공개하는 각종 핵무기의 이름도 핵 강대국의 국가이미지를 대내외에 과시하는 선전선동의 맥락에서 의도적으로 선택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27일 핵무기연구소에서 최근 사업정형과 생산 실태를 보고받았다고 28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관계자들로부터 보고를 받는 모습으로 김 위원장 곁에 있는 남성 2명의 얼굴이 모자이크 처리(붉은색 원)됐다. 이들의 계급이 중장(별 2개) 혹은 소장(별 1개)으로 추정돼 실무진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핵 방아쇠 
 
북한은 이날 김정은 위원장의 핵무기병기화 사업 현장지도 소식을 전하면서 처음으로 '국가핵무기종합관리체계'의 존재를 알렸다. 이름이 '핵 방아쇠'이다. 김 위원장 참관 하에 최근 진행된 "핵 반격 가상 종합전술훈련에서 그 과학성과 믿음성, 안전성이 엄격히 검증"된 종합관리체계라고 했다.
 
김 위원장 집무실에 설치된 '핵 버튼'과 동부·서부·중부 전선에 배치된 전술핵운용부대 등을 연결하는 지휘통제통신체계(C4I)를 핵 종합관리체계인 '핵 방아쇠'로 명명한 것이다. "다각적인 작전 공간에서 각이한 수단으로 핵무기를 통합 운용"한다고 한 만큼, 김정은의 명령에 따라 여러 종류의 전술 핵무기를 다양한 장소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사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로 관측된다.
 
핵 종합관리체계인 '핵 방아쇠'는 좁은 의미로 핵 버튼, 즉 핵 단추를 뜻한다. 핵 가방처럼 미국과 러시아 등 강대국 최고 지도자의 핵 버튼을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핵 방아쇠를 쥐고서 핵 공격 명령을 내리는 사람이 바로 김정은이다. 미국의 핵 항모 등 전략자산의 전개에도 불구하고 핵무기종합관리체계인 핵 방아쇠를 운용하며 미국에 대항해 전쟁을 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대내외에 적극 강조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해일 
 
북한이 지난 2012년부터 11년간 공들여 개발했다는 '비밀병기', 즉 핵 무인수중공격정의 이름이 바로 '해일'이다. '해일'은 지난 3월 21일부터 23일까지 59시간 12분간 잠항, 25일부터 27일까지는 '해일-1'형이 41시간 27분간 잠항해 목표 수역에서 각각 수중 폭발했다고 했다.
 
해일로 명명한 이유가 있다. 북한에 따르면 이 수중핵전략무기의 사명은 "은밀하게 작전수역에로 잠항하여 수중 폭발로 초강력적인 방사능 해일을 일으켜 적의 함선집단들과 주요 작전 항을 파괴 소멸하는 것"이다. 초강력 방사능 해일을 일으켜 남한 전역의 항구와 항모를 모두 파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합참은 이런 북한의 주장에 대해 많이 과장되고 일부 조작됐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그럼에도 수중 무기의 위력을 효과적으로 느끼게 하는 작명으로 평가된다.
 
28일 부산 작전기지에 입항한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 니미츠(CVN-68) 갑판에서 한미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박종민 기자

#화산과 화살 
 
미국의 항공모함 니미츠가 한미 강습훈련을 마치고 부산항에 입항한 것에 맞춰 북한은 노동신문 등을 통해 강한 응전의 메시지를 던졌다. 바로 단거리 미사일에 탑재하는 전술 핵탄두의 실물을 보도 사진을 통해 처음 공개한 것이다.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에 대응해 최근 모의 핵탄두를 수중과 공중에서 폭발시키는 훈련을 해왔다. 그러나 핵탄두를 미사일 등 투발 수단에 장착할 정도는 못 된다는 게 우리 군의 평가였다. 그런데 이를 일축하기라도 하듯 핵탄두의 실물을 공개하고 600㎜ 초대형방사포과 순항미사일 등 8개의 투발수단을 제시했다. 이 전술 핵탄두의 이름이 바로 '화산 31'이다.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 투발 수단에 장착할 수 있을 정도로 탄두 소형화 및 경량화에 성공했음을 과시한 것이다. 화산 폭발 위력에 버금가는 전술핵이 실전 배치됐다고 위협하는 양상이다.
 
최근 발사훈련을 통해 초저고도 비행능력, 변칙적인 고도조절 및 회피비행능력을 검증했다는 전략 순항미사일은 화살1과 화살2로 명명됐다. '화살'은 초저고도 변칙비행을 통해 한미의 요격을 뚫을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 것으로 보인다.
 

핵 방아쇠·해일·화산 등의 조어는 핵 강국 북한 이미지 강화 

북한은 지난 21~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핵무인수중공격정' 수중폭발 시험과 전략순항미사일 핵탄두 모의 공중폭발시험을 각각 진행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북한은 항공모함 등 각종 전략자산을 동원하고, 연합상륙훈련과 전구급 실기동훈련 등을 부활한 한미훈련에 대응해 자신의 핵능력을 숨기지 않고 과감하게 공개하는 이례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국가 핵종합관리체계를 통해 김정은 집무실의 핵단추의 존재를 알렸고, 전술핵탄두 '화산 31',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 전략순항미사일 화살1과 화살2 등 비밀병기를 잇따라 공개해 핵 능력을 대외에 과시했다. 대내적으로도 핵에는 핵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인민들에게 보여줌으로써 내부 충성과 단결도 꾀하는 것으로 보인다. 핵 방아쇠와 해일, 화산, 화살 등 일련의 조어는 북한의 핵 강대국 국가 이미지를 강화하고, 북한 주민들에게 자신감을 주입하기 위해 선택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새로운 핵무기의 명명은 화살, 해일, 화산 등 간단하고도 분명한 용어를 통해 무기 위력의 형상을 잘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이우영 교수는 "새로운 핵무기의 이름을 정하는 것도 전체적으로는 핵 강대국이라는 국가 이미지를 강화하는 과정과 관련되어 있다"며, "북한이 핵 강대국이라는 자부심과 자신감을 주입하고자하는 주된 대상은 주민들 중에서도 입대군인 등 청년세대이고, 이는 김 위원장이 딸 주애를 군 관련 현장에 자주 대동하는 이유와도 연결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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