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출생아 수가 역대 최저를 기록하며 인구 절벽 위기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저출산 대응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윤 대통령 주재로 28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올해 2023년 제 1차 회의를 열었다.
7년만에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이번 회의에선 다양한 전문가로 구성된 민간위원과 정부위원인 관계부처 장관 등 70여명이 참석해 저출산 대책을 논의했다.
위원들은 그동안의 저출산 정책이 '목표'와 '방식' 모두 현실과 맞지 않다는 문제의식에 동의했다.
김영미 부위원장은 '개인 삶의 질 제고'라는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목표 대신, '결혼 출산 양육이 행복한 선택이 될 수 있는 사회 환경 조성'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저출산 대응 정책도 기존의 정책을 재구성할 계획이다.
위원회는 지난해 저출산 대응 과제 214개 중 군무원·장교·부사관 인건비 증액(987억원), 산학연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3025억원), 신진예술가 및 문화예술 전문인력 양성(83억원) 등 저출산 대책과 관련도가 낮은 과제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위원장은 "정책 수요가 높은 임신, 출산, 돌봄 등 아동과 가족에 직접 지원이 부족했다"며 "국민 소통 강화를 통해 체감도 높은 과제를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매년 수십조 예산이 투입되는 저출산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형식적으로 이뤄지던 평가 관행에서 벗어나 과학적인 '지표'를 적용해 정책을 평가한다는 방침이다.
위원회 관계자는 "각각의 주요 과제에 대해 성과 지표를 설정하고 평가도 예산 집행율에서 벗어나 정량적이고 전문성이 포함된 심층 평가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윤 대통령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과감하고 확실한 저출산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지만, 이번 위원회 대책은 획기적 정책보다는 기존의 정책을 수정 보완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위원회측은 "부처별로 망라된 기본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면서도 실효성이 높은 핵심 정책을 중심으로 전환해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우선 △돌봄과 교육 △일·육아병행 △주거 △양육비용 △건강 선정으로 5대 핵심 분야를 선정해 보편적이고 높은 수준의 서비스와 정책 지원을 확대한다.
돌봄과 교육 분야에서는 아이돌보미 서비스와 시간제보육을 확대하고, 늘봄학교를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대기업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는 육아휴직을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노동자도 활용할 수 있도록 근로감독을 강화하는 한편, 전담 신고센터를 신설해 집중 단속에 나선다.
또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특성상 대체 인력뱅크를 확충해 알선을 강화하는 등 육아휴직 사용이 어려운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할 계획이다.
일하면서도 부모가 직접 돌봄이 가능할 수 있도록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지원도 확대된다. 기존 초등학교 2학년(만 8세)에서 초등 6학년(만 12세)까지로 상향하며, 기간도 부모 1인당 최대 36개월까지 늘어난다. 또 육아기 재택과 유연근무 등 다양한 근무 형태를 위해 법적 근거도 마련할 예정이다.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주택공급과 자금을 지원해 주거 불안정 해소에도 나선다. 신혼부부에게는 공공분양 15만 5천호, 공공임대 10만호, 민간분양 17만 5천호 등 모두 43만호를 공급한다.
주택 구입과 전세자금 대출 소득요건도 완화한다. 주택 구입시 부부 합산 소득 7천만원 이하는 8500만원 이하로, 전세자금은 기존 6천만원에서 7500만원 이하로 변경된다. 또 소득 7천만원 이상 8500만원 이하에 대해서도 대출 불가 원칙을 변경해 향후 차등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공공분양의 경우 3자녀, 임대는 2자녀로 이원화돼 있는 다자녀 기준은 2자녀로 일원화한다.
현금성 지원제도도 확대된다. 만 0세에게는 한 달 70만원, 만 1세에게는 월 35만원을 지급하는 부모급여를 내년까지 각각 100만원, 50만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아이를 원하는 난임부부에 대해서는 난임시술비 소득기준을 완화해 지원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소득 수준에 관계 없이 미숙아나 선천성 이상아 의료비 지원 등 2세 미만 의료비 본인부담률을 현행 5%에서 0%로 개선한다.
정부는 향후 국민참여위원회를 구성해 사회적 공론화 과제를 논의하고 위원회 내 미래세대자문단을 꾸려 각 세대별 의견수렴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청년정책조정위, 사회보장위원회 등 타 위원회와의 연석회의도 진행할 예정이다.
위원회는 "이번 발표가 윤석열 정부의 저출산 대응의 첫 걸음"이라며 "향후 정책 당사자들과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저출산 고령사회 정책의 한 축인 고령사회 대응을 놓고도 '세대공존을 위한 지속가능 사회기반 구축'이라는 목표를 설정, 향후 관계부처와 함께 세부 계획을 추가로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