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함(CVN-68)이 28일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했다.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 뒤에는 한국 문화를 경험하고 싶다는 선원들의 소박한 바람도 뒤따랐다.
이날 오전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 부두. 23층 건물과 맞먹는 높이의 항공모함 니미츠함이 부둣가에 거대한 그림자를 드리우며 천천히 입항했다.
군악대 연주 속에 크리스토퍼 스위니 미 제11항모강습단장과 크레이그 시콜라 니미츠함 함장이 육지를 밟자, 화동들이 다가가 꽃목걸이를 걸었다.
함정으로 돌아가는 이들의 뒤를 따라 내·외신 취재진 80여 명이 니미츠함에 올랐다.
함 내 가파른 계단을 4차례에 걸쳐 오르자, 축구장 3개 넓이의 갑판이 끝을 모르게 펼쳐졌다.
갑판 위로는 영화 '탑건:매버릭'에 나온 F/A-18E/F '슈퍼 호넷' 전투기가 빼곡하게 늘어서 위용을 자랑했다.
이외에도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 E-2C 호크아이 조기경보통제기 등이 낯선 손님을 맞이했다.
비행갑판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는 최근 이어진 북한의 도발이나 미-중 간 남중국해 신경전 등 무거운 주제가 오갔다.
그러나 취재진을 안내하는 니미츠함 승조원들은 마치 한국으로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처럼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그 어느 때보다 밝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크리스토퍼 스위니 미 제11항모강습단장은 "승조원들은 전 세계를 구경하길 바라며 해군에 입대했지만, 코로나19 탓에 지난 2~3년간 그럴 기회가 없었다"며 "승조원들이 한국 문화를 경험하길 진심으로 바랐는데, 이번에 부산항에 입항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방문은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있다"며 "우리는 동맹국들과 함께 항상 평화와 번영을 바라며, 또 이를 위해 움직인다"고 강조했다.
니미츠함은 다음 달 1일 부산작전기지에서 일반인 1200명을 상대로 함정 공개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미 해군 항공모함의 국내 공개 행사는 극히 드문 일로, 27일 시작한 선착순 참가 신청은 이미 마감됐다고 해군은 밝혔다.
한편 이날 부산에서는 니미츠함의 부산 입항과 한미연합 상륙훈련에 반대하는 1인시위가 펼쳐지기도 했다.
이날 오전 부산진구 주부산미국영사관 앞에서 1인시위를 연 부산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은 "북한 위협에 대비한다는 명분 아래 지난해 레이건함 이후 6개월 만에 또 핵 항공모함이 부산에 입항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핵 항모와 같은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는 핵전쟁을 부르는 것"이라며 "니미츠함 부산 입항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