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장관의 '총선 차출론'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검수완박' 법안 효력 결정 후폭풍으로 야당이 탄핵을 거론하면서 한 장관을 공격할수록, 오히려 여권 내 한 장관의 존재감은 커지는 모양새다. 한 장관 본인은 부인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한 장관의 '총선 역할론'에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한 장관은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며 자신의 총선 출마에 대해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할 일이 굉장히 많고 저와 무관한 일"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민주당의 탄핵 주장에 대해서는 정면으로 응수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그는 "지금 저에게 (민주당이) 사퇴하고 사과하라는데, 제가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헌법재판소 결론조차 위장탈당 등 심각한 위법적 절차가 입법과정에 있었다는 점을 인정했다"며 "사과는 제가 아니라 민주당 의원들이 하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장관은 회의에도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특유의 직설적 화법과 반문을 이어가며 신경전을 벌였다.
당사자의 꾸준한 선긋기에도 한 장관은 여권 내 차기 지도자 적합도에서 선두를 달리며 정치권 등판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전당대회 국면에서 지도부가 '수도권‧MZ에 소구할 수 있는 당대표론'을 꺼냈을 때도 한 장관의 전당대회 출마설이 제기됐지만, 당시는 '시기상조'라는 분위기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1년여 남은 내년 총선에 있어 한 장관이 역할을 할 것이라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된 모습이다.
친윤계에서는 공개적으로 한 장관의 총선 역할론을 띄웠다. 여의도연구원장으로 임명된 박수영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73년생 한 장관은 X세대의 선두주자라고 볼 수 있는데, 그분이 나와서 기존의 586, 소위 운동권 세력을 물리치고 영호남 지역갈등까지도 전부 없애버리는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게 개인적인 바람"고 힘을 실었다. 나아가 박 의원은 "(한 장관은) 지금 굉장히 인기 있는 일종의 '셀럽'이 돼 있기 때문에 등판만 하면 무슨 자리를 맡느냐 안 맡느냐를 떠나서 수도권 선거를 견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국적인 인지도와 야당 의원들과의 설전과정에서 보여준 존재감은 여권에서 한 장관을 내년 총선의 적임자로 꼽는 이유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인사청문회나 상임위에서 보듯이 야당 의원들과 붙어서 줄줄이 나가떨어지게 할 정도의 실력을 갖춘 사람이 여권에 없다"며 "본인은 부인하지만 선거가 임박할수록 당원들의 요구에 의해 자의반 타의반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다만 한 장관의 출마가 양날의 검이 될 것이라는 신중론도 있다. 윤석열 정부의 '검찰공화국' 프레임을 강화할 뿐 아니라 '정권 2인자'로 인식된 이미지가 오히려 부담이 될 것이란 이유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총선 출마 여부는 본인의 선택이겠지만 총선이 1년 넘게 남은 상황에서 출마 이야기가 거론되는 것은 본인뿐 아니라 당 입장에서도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야당과 부딪치며 쌓인 강경한 이미지가 중도층에도 소구될지는 미지수"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