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실종에 가격 상승까지…꿀벌 잃은 양봉 농가 '이중고'

전남 양봉 농가 94%서 피해 발생
지난해 피해 농가·규모보다 모두 1.6배↑
전라남도, 지난해 95억 원 지원

벌통에 살던 꿀벌 대부분이 폐사했거나 사라졌다. 박요진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남지역 양봉 농가에서 키우던 꿀벌이 집단 폐사하거나 사라진 데다 꿀벌 가격도 크게 올라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전남 장성군 서삼면에서 40여 년째 양봉을 하는 A씨.

A씨는 벌통 400여 개로 양봉을 하고 있지만 꿀벌이 채워진 벌통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꿀벌이 집단으로 폐사하거나 사라져 A씨가 양봉을 못할 경우 1억 원 정도의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 계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수천만 원을 들여 꿀벌을 구매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A씨는 "올해는 자기 자본이 없는 상황에서 8천만 원 정도가 있어야 다시 영농을 시작할 수 있는데 어쩔 수 없이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농민이 모든 것을 감수하기는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벌통에 살던 꿀벌 대부분이 폐사했거나 사라졌다. 박요진 기자

인근에서 벌통 250여 개로 양봉을 하는 B씨의 상황도 비슷하다. 벌통에 있던 꿀벌 대부분이 사라진 이후 B씨는 꿀벌을 구매하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아직 벌통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이마저도 꿀벌 가격이 두 배 정도 올라 부담이 만만치 않다.

B씨는 "지난해는 한통에 20만 원에서 25만 원 사이인데 올해는 최고 45만 원까지 올라 지난해와 비교할 때 두 배 정도 올랐다"며 "일부 농민들은 돈이 있어도 꿀벌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라남도 제공

최근 전라남도가 월동 꿀벌을 키우는 양봉농가 2160여 곳을 대상으로 피해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94% 정도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해 1280곳 농가, 10만 개 벌통에서 관련 피해가 발생한 것과 비교할 때 농가 수와 벌통 모두 1.6배 정도 피해가 늘어난 것이다.

전라남도 박도환 축산정책과장은 "진드기가 벌에 달라붙어서 기생충과 같은 역할을 하면서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이라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가축재해보험에 진드기 등 질병 특약을 추가하거나 꿀 생산량 피해 감소를 농업재해로 인정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전라남도는 양봉농가에 95억 원을 지원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75억 원을 확보하는 등 적극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한편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양봉협회와 양봉 농가는 정부 차원의 납득할 만한 정확한 꿀벌 실종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양봉 입식 자금 지원 ▲이상기후변화에 의한 농축산물 피해의 재해 인정 ▲질병방제 약제 확대 지원 등을 요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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