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은 올 시즌 감독 및 단장 경질 사태 등 내홍을 딛고 정규 리그를 1위로 마쳤다. 김대경 감독 대행과 '배구 여제' 김연경(35·흥국생명)의 뛰어난 리더십이 흔들리는 팀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여기에 시즌 막바지에는 공석이던 사령탑에 세계적인 명장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을 선임해 완전체를 이뤘다. 통합 우승을 향해 속도를 높였다.
챔피언 결정전 상대는 정대영(42), 임명옥(37), 배유나(34) 등 베테랑 선수가 즐비한 도로공사다. 토종 에이스 박정아와 외국인 선수 캣벨 쌍포도 위력적이다. 올 시즌 상대 전적에선 흥국생명이 5승 1패로 우세하지만, 최근 6라운드에서 덜미를 잡힌 만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정규 리그를 3위로 마친 도로공사는 2위 현대건설과 플레이오프(PO)에서 격돌했다. 3전 2선승제 PO에서 2경기 만에 챔피언 결정전 진출에 성공했다. 세터 이윤정의 정교한 토스가 도로공사의 승리를 이끌었다.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도로공사는 PO 3차전이 예정된 27일 휴식을 취하고 오는 29일 흥국생명과 챔피언 결정전 1차전을 치를 수 있게 됐다. 기세가 바짝 오른 상태에서 체력 안배도 가능해진 것.
임명옥은 "부담은 오히려 흥국생명이 더 클 거라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즐기면서 임할 거다. 선수들이 이미 정규 시즌보다 더 즐기는 것 같아 보인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박정아는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재미있는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모든 걸 쏟아 붓겠다"고 다짐했다.
흥국생명이 우승에 대한 부담이 큰 건 사실이다. 김연경이 시즌 중 은퇴 고민을 내비친 만큼 이번 기회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 김연경이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환하게 웃는 얼굴로 코트를 떠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김연경은 시즌 득점 5위(669점), 공격 성공률 1위(45.76%) 등으로 여전히 압도적인 기량을 뽐내고 있다. 아직 은퇴 시기를 정한 건 아니지만 높은 자리에 있을 때 내려오고 싶다는 뜻을 전한 만큼 이번 챔피언 결정전에서 우승을 위해 마지막 불꽃을 태울 것으로 보인다.
두 팀은 4년 전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우승을 놓고 다툰 바 있다. 당시에는 흥국생명이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환하게 웃었다. 이번 챔피언 결정전에서 도로공사는 4년 전 패배의 설욕을 노리고, 흥국생명은 김연경과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기 위해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