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윤경림, 끝내 대표 후보직 사퇴…경영 공백 현실화

윤경림, KT 대표이사 후보 전격 사퇴. KT제공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인 윤경림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이 결국 사퇴했다. 최종 후보로 내정된지 20일 만이다. 구현모 대표가 연임을 포기한데 이어 윤 사장까지 후보직을 내려 놓으면서 KT의 경영 공백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윤 사장은 27일 차기 대표이사 후보에서 사퇴하기로 결정하고, 이사회에 이같은 의사를 전달했다. 윤 사장은 "주요 이해 관계자들의 기대 수준을 넘어서는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새로운 CEO가 선출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차기 대표 후보로 확정된 이후 계속된 정치권 안팎의 사퇴 압박에 부담을 느낀 탓으로 해석된다.

이사회는 그간 윤 사장의 후보직 사퇴를 만류하며 오는 31일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까지 버텨야 한다고 설득해왔다. 윤 사장도 이사회의 뜻을 헤아려 장고했지만, 끝내 사퇴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고 한다. 주총에서 표 대결을 거쳐 대표에 취임하더라도 정부와 주요 주주의 견제 속에 정상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앞서 KT 이사회는 이달 7일 윤 사장을 차기 대표 후보로 최종 확정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KT 이사회가 내부 인사들로만 압축 후보군을 구성한 부분을 문제 삼으면서 '그들만의 리그' '사장 돌려막기' 등 수위 높은 표현으로 강하게 비판했다. 윤 사장을 둘러싼 각종 비위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관련 고발 사건이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에 배당됐다.

차기 대표 후보로 내정된 직후 윤 사장은 '지배구조개선 TF'를 구성하는 등 정면 돌파 의지를 내보였지만, 실제 대표직 선임 전망은 여전히 어두웠다. KT 지분 약 10%를 가진 1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정부·여당의 의견에 따라 윤 사장의 선임에 반대표를 던질 공산이 컸기 때문이다. 2대 주주인 현대차그룹도 국민연금 측 입장으로 기우는 분위기였다.

이날 윤 사장이 사의를 공식화했지만, 오는 31일 주총은 예정대로 열린다. 대신 대표이사 선임의 건은 의안에서 제외되고, KT는 이같은 사항을 공시하게 된다.


윤 사장의 사퇴로 KT는 대표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오는 주총에서 차기 대표를 선임하지 못하게 된 터라 이사회는 원점으로 돌아가 선임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진행해야 한다. KT 정관상 임시 대표를 정한다고 해도 투자나 자금조달 등 중요 의사 결정은 내리기 힘든 구조가 당분간 불가피하다. 모든 게 불확실한 만큼 경영 공백 장기화에도 대비해야 한다. KT는 "조기 경영 안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세계적인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글래스루이스는 윤 사장의 차기 대표 선임에 찬성안을 권고했다. 국내 자문사인 한국EGS평가원과 한국ESG연구소도 찬성 의견을 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가 윤 사장의 선임에 힘을 실었지만 결국 후보직 사퇴는 현실화됐다. 윤 사장이 후보직을 물러나게 되면서 잠시 잠잠했던 외압 논란은 재차 점화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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