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저녁 6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두 번째 월드 투어 '액트 : 스위트 미라지' 서울 마지막 공연이 열렸다. 빅히트 뮤직 제공 1분의 지연도 없었다. 26일 저녁 6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케이스포돔)은 예정대로 암전됐고,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TOMORROW × TOGETHER)의 두 번째 월드 투어 '액트 : 스위트 미라지'(ACT : SWEET MIRAGE) 서울 공연 마지막 날의 막이 올랐다.
VCR 상영이 끝난 후 청아한 종소리가 들렸다. 대형 화면을 가득 메운 영롱하고 깊은 밤하늘에 감탄할 찰나, 회전목마 구조물이 내려왔다가 올라갔다. 여기에 현악기 연주가 어우러져 마치 동화 속 세상에 들어온 듯했다. 성문(城門) 앞 멤버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시작 전 공연장에 은은히 풍기던 향과는 다른, 달콤하면서도 알싸한 새 향이 짙어졌다. 첫 곡 '5시 53분의 하늘에서 발견한 너와 나'의 무대를 알리는 사인이었다.
본 공연 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태현은 "곡에 맞는 향이 나온다는 게 나중에 (관객들이 집으로) 돌아갔을 때 그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좋은 요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해서 향 분사 시스템을 도입했다"라고 귀띔한 바 있다. 특정한 향기로 기억되고 싶다는 바람처럼, 공연장에서는 때에 따라 향이 뿜어져 나왔다. 집에 돌아오고 난 뒤에도 옷과 소지품에 여전히 향긋함이 남아있을 정도였다.
왼쪽부터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수빈, 휴닝카이, 범규, 태현, 연준. 투모로우바이투게더 공식 트위터 향 분사 시스템 외에도 태현이 언급한 이번 콘서트의 특징은 바로 "마법 같은 연출"이었다. 대규모 LED와 조명, 곡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무대 세트 등이 어우러져 공연 제목 그대로 '달콤한 신기루'(SWEET MIRAGE)를 만들어냈다. 특히 규모 면에서 상당한 압도감을 가져가면서, 무척 다채로운 이미지를 구현한 대형 LED가 인상적이었다. 공중에 떠 있는 구조물을 포함해 '화면'을 십분 활용한 연출은 공연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졌다.
별빛 찬란한 밤에서 시작한 화면은 두 번째 곡 '그냥 괴물을 살려두면 안 되는 걸까'에서 초록빛이 가득한 숲속으로 변했고, 관객들이 쥐고 있던 응원봉도 연둣빛으로 바뀌었다. 곡 분위기에 맞춰 맑은 하늘과 무지개로 만화적인 느낌을 주는 배경이 나오다가도, 불타올라 재만 남은 흔적으로 변하는가 하면, 모든 생명이 빛을 잃은 듯 마르고 시든 폐허가 등장해 무대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곡마다 변하는 화면을 보는 것 자체가 하나의 관전 요소였다.
왼쪽부터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범규, 수빈. 빅히트 뮤직 제공 '드라마'(Drama) 무대 때는 커다란 농구 골대가 화면으로 등장했다. 멤버들이 농구공을 옮기며 한 편의 뮤지컬 같은 퍼포먼스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노 룰스'(No Rules) 때는 다채로운 색과 그래피티가 돋보였으며, '캣 & 독'(Cat & Dog)은 흑백 화면에 강아지 발자국이 나타나 깜찍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9와 4분의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Run Away)에서는 풀이 자란 정원에서 반짝이는 금빛 효과로 중심이 옮겨지는 것이 흥미로웠다. 휴닝카이의 독무 때는 배경 화면과 어우러진 절묘한 연출로, 마치 휴닝카이의 손짓에 따라 금빛 효과가 좌우되게끔 보이게 했다.
'세계가 불타버린 밤, 우린'(Can't You See Me?)에서 정원은 폐허처럼 변했고 이따금 불을 내뿜었다. '제로바이원=러브송'(0X1=LOVESONG)(I Know I Love You)에서는 눈보라가 치는 눈의 왕국이 나타났으며, '루저=러버'(LO$ER=LO♡ER)에서는 멤버들이 나란히 탄 스포츠카가 서부의 사막을 달리는 듯한 장면이, '디어 스푸트니크'에서는 우주를 향해 뻗은 고속도로가 나왔다. '안티-로맨틱'(Anti-Romantic)에서는 만화 '미녀와 야수'에서 야수의 목숨을 상징했던 유리 속 장미가 등장해 노래가 진행될수록 꽃잎이 떨어지는 연출이 전개됐다.
왼쪽부터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연준, 태현, 휴닝카이. 빅히트 뮤직 제공 '이터널리'(Eternally) '굿 보이 곤 배드'(Good Boy Gone Bad) '티나이터스'(Tinnitus)(돌멩이가 되고 싶어) '데빌 바이 더 윈도우'(Devil by the Window)까지 조금은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로 끌고간 구간을 지나, '앤젤 오어 데빌'(Angel Or Devil) 차례가 되자, 화면도 덩달아 밝아졌다. 맑은 하늘과 무지개, 꽃이 핀 평화롭고 생명력 있는 풍경이었다. '소악행'에서는 화면 안팎에 아이스크림이 솟아나 귀여운 느낌을 물씬 풍겼다. 본 무대 마지막 곡이었던 '슈가 러시 라이드'(Sugar Rush Ride)는 화려한 피날레를 상징하듯 휘황찬란한 색의 나무 배경이, 앙코르 첫 곡 '네버랜드를 떠나며'에서는 돛을 단 배가 나왔다.
'꿈의 장'으로 시작해 '혼돈의 장'을 거쳐 '이름의 장'을 시작한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그간 활동한 타이틀곡은 물론 '오프닝 시퀀스'(Opening Sequence) 등 팬들이 원했던 수록곡까지 고루 선보이며 앙코르 포함 25곡을 들려줬다. 많은 무대 중에서도 더 귀 기울이게 되고 눈이 뜨이는 무대가 분명히 있었다.
가장 최근 곡이자 '데뷔 4주년' 가수로서 여유가 한껏 묻어난 '슈가 러시 라이드', 당연한 일상이 사라져 찾아온 혼란을 그린 가사와는 달리 아련함과 청량함을 지닌 '날씨를 잃어버렸어', 보컬의 풍부한 감정 표현이 돋보인 '안티 로맨틱', 어쿠스틱 기타 소리와 곡 전반에 묻어나는 쓸쓸한 정서가 매력적인 '네버랜드를 떠나며', 팬들의 떼창 이벤트로 뭉클한 분위기를 자아낸 '아워 써머'(Our Summer)를 꼽고 싶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이날 공연에서 총 25곡의 무대를 선보였다. 빅히트 뮤직 제공 '모아'(공식 팬덤명)를 위해 만들었다는 팬 송이자 미발매곡인 '블루 스프링'(Blue Spring)도 반가운 곡이었다. '내 뿔도 크라운으로 바꾼 너' 덕분에 나의 젊음은 '너의 온기'로 가득 차며, '따스한 너의 숨결에 서늘했던 내 세계에 마침내' 봄이 피어났다고 노래하는 '블루 스프링'은 수빈, 연준, 범규, 태현, 휴닝카이 등 멤버 전원이 작사에 참여해 의미가 더 남다르다. 트랙 작업에는 범규가 참여했다.
태현은 "청춘이 푸를 청(靑)에 봄 춘(春)이다. 모아를 만나기 전 저희 다섯의 세계는 마냥 따뜻한 봄날 같은 순간은 아니었다. 저희 출발점에 봄은 없고 그냥 블루, 우울한 날들의 연속이지 않았나 싶다. 봄날 같은 우리 모아들이 찾아와 주셔서 우리 청춘이 완성됐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범규는 "이번 투어 목표가 하나 있다. 투어 끝날 때쯤에는 이 노래를 모아와 다 함께 불러보고 싶다. 이 노래는 오롯이 모아와 저희만의 노래니까"라고 바랐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액트 : 스위트 미라지' 서울 공연에는 이틀 동안 2만 1천 관객이 들었다. 빅히트 뮤직/투모로우바이투게더 공식 트위터 1만 명 이상의 '모아'와 함께한 자리여서 그런지 어느 때보다 신난 멤버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멤버들은 본인이 참여한 결과물을 두고 '누가 만든 거야'라고 너스레를 떠는가 하면, 태어날 때부터 귀엽게 태어나서 귀여움이 숨겨지지 않는다는 멘트를 당당하게 했고, 연준이 챌린지 안무를 직접 짠 '해피 풀스'(Happy Fools) 때는 춤을 잘 추는 것뿐 아니라 잘 만들기까지 한다며 치켜세웠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멤버들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을 카메라로 비춰달라고 요구한 후 챌린지 안무를 시키는 데 성공해 웃음을 안겼다.
"여러분들이 제 영감"(태현)이자 "모아분들이 바로 저희의 성장 원동력"(연준)이라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데뷔 4년 만에 체조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 것에 감격했다. 휴닝카이는 "이 순간을 위해 살았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이 무대에 너무 간절히 서고 싶었다"라고, 범규는 "모아분들만 우리랑 끝까지 함께해준다면 나는 죽을 때까지 노래하고 춤추고 무대 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오는 4월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아시아~북미 투어를 진행한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공식 트위터 리더 수빈은 "모아들이 어디서나 자랑할 수 있는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그룹이 되고 싶다며 "모아가 저희를 생각하는 것만큼 저희도 모아를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오늘의 만남, 어제의 만남이 일회성이 아니고 앞으로의 만남을 기약하는 만남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모아분들 다음에 우리 또 보러 와 주실 거죠? 저희들도 항상 여러분의 편이다. 힘든 세상이지만 저희만큼은 여러분들의 안식처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25~26일 이틀 동안 총 2만 1천 관객과 함께한 서울 공연을 마친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오는 4월 1일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타이베이, 오사카, 사이타마, 가나가와, 아이치, 샬럿, 벨몬트 파크, 워싱턴 D.C., 덜루스, 샌안토니오, 로스앤젤레스(LA)까지 총 13개 도시에서 '액트 : 스위트 미라지' 공연을 23회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