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연극 무대에서 쓰는 소품용 총을 들고 돌아다닌 연극단원을 입건해 수사중이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 7시께 "한 남성이 총을 든 채 지하철 4호선에 타고 있다"는 112 신고가 들어오면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용의자를 추적, A(41)씨를 체포했다. A씨는 112 신고 내용처럼 '총'을 들고 있었는데 진짜 총이 아닌 연극용 소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연극단원인 A씨는 무대에서 쓸 소품용 모형총을 든 채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던 중이었다.
지하철 같은 칸에 탔던 한 시민이 A씨의 총을 실제로 착각해 깜짝 놀라 경찰에 신고했던 것.
경찰이 압수한 A씨의 모형총은 쇠 파이프로 만들어져 멀리서 봤을 때 외관이 엽총과 비슷했으며 탄알을 발사하는 기능은 없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사건을 담당한 서울 성북경찰서는 이 모형총이 말 그대로 총의 모양만 흉내 낸 수준이어서 살상 위협은 없지만 일반 시민이 느끼기엔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판단해 A씨를 총포·도검·화약류등의안전관리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가까이에선 허술한 부분이 보이지만, 시민들이 이를 확인하고자 근접한 거리까지 가기 어려웠을 것을 고려해야 한다"며 "총의 외관이 실제 총포로 충분히 오인할 만큼 유사한지를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발사 기능이 없는 모형총을 휴대하고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처벌될까.
총포화약법 11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총포와 '아주 비슷하게 보이는 것'을 소지해서는 안 된다.
2009년 헌법재판소는 외관의 유사성을 기준으로 개인의 행위를 제한하는 해당 법률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모형총 동호인 91명의 헌법소원 심판을 기각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공공의 안전 유지라는 목적에 비춰 해당 조항이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또 총포의 종류가 다양해 그 제한 범위를 결정하는 건 기술·전문적인 영역이라고 봤다.
모의총을 실제총으로 오인하는 것을 방지하려면 장난감 혹은 모형총에 '컬러파트'를 부착해 실제 총기가 아니라는 표시를 명확히 해야 한다.
컬러파트란 총구·총열을 주황이나 노랑 등 알아보기 쉬운 색으로 덮는 플라스틱 부품이다.
시중에서 유통되는 비비탄총, 서바이벌 게임에 쓰이는 에어소프트 건 등에는 이 부품이 부착된 채로 판매된다.
컬러파트를 붙은 모의총은 '가짜'라는 게 쉽게 드러나다 보니 사실감을 높이려고 일부 사용자는 이를 임의로 떼거나 도색하기도 하는데 이런 행위는 처벌될 수 있다.
지난 2월 파주에서는 아웃렛 쇼핑몰 주차장에서 컬러파트를 제거한 모의총포로 서바이벌 게임을 벌인 동호회원 6명이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A씨가 들고 있던 소품용 총 역시 컬러파트가 없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우리 사회는 일반인이 총기 범죄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 수준이 상당히 높다"며 "취미로 소지하는 장난감 총이라고 해도 공공장소에서 총기로 보이는 것을 들고 다니는 것은 위협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