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아낄 수록 늦는다…"아동수당 18년 줘도 2천만원인데 2배는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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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키우면서 삶을 이루어 나가는 부분 중 부담이 되는 부분을 최대한 줄여줄 수 있는 데 재원의 초점이 있어야 됩니다."
 
"최소한 OECD 평균 정도 수준의 예산 정도는 국가가 쓴다는 것을 보여줘야 국민들도 이해하고 그 다음 단계를 판단해서 동참하지 않겠습니까?"
 

16년간 280조원 투입했다지만…OECD 꼴찌수준인 합계출산율과 공공사회복지지출 비중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심각한 저출산·저출생 상태에 놓인 대한민국의 상황에 대한 연세대 성태윤 경제학부 교수와 국회 입법조사처 박선권 입법조사관의 제언이다.
 
합계출산율은 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측되는 아이 수를 가리키는 것으로, 0.78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최하위다.
 
정부가 인구감소를 막기 위해 2006년부터 2021년까지 16년 동안 이미 280조원을 투입했고, 연간 저출산 예산이 이미 2021년에 46조원을 넘어섰는데, 전문가들은 왜 예산 투입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하는 것일까?
 
OECD에 의하면 2019년 기준 한국의 국가별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은 12.2%다.
 
1990년 2.6%와 비교하면 크게 높아졌지만, OECD 평균인 20.0%의 절반을 겨우 넘어서는, 순위로는 38개 회원국 중 35위에 머물 정도로 주요국과 비교하면 빈약한 수준이다.
 
2021년 기준 합계출산율 1.8명으로 우리나라가 출산율 제고의 롤모델 중 하나로 꼽는 프랑스의 경우에는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 비중이 무려 31.0%로 한국의 3배에 가깝다.
 
1994년 이른바 '에인절 플랜'(angel plan)으로 불리는 대대적인 보육정책을 펼치기 시작한 일본도 공공사회복지지출 비중이 한국의 2배에 가까운 22.3%에 이른다.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1.3명이다.
 
박선권 입법조사관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사회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또 국민들에게 출산을 설득하는 것이 가능하려면 국가가 어느 정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국민들의 수준이 높기 때문에 정부가 정책으로 무엇을 한다고 했는지, 또 무엇을 이행하지 않았는지 다 안다. 그런 측면에서 관련 지출을 최소한 OECD 평균은 맞춰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관계자는 "현금성 정책이든 복지지원 정책이든 규모적인 측면에서 어느 정도는 기본적인 수준을 맞춰야 한다"며 "한국의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 비중은 한 마디로 기본적인 수준도 안 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40조원 넘는다더니…첨단무기 예산까지 '저출산 예산'으로 둔갑

연합뉴스

예산 규모는 크지만 출산·육아·보육 등과 직접 관련된 예산이 적은 점도 문제다.
 
저출산 극복 예산이 50조에 육박하고 있지만, 상당수 부모들은 저출산 예산의 혜택을 체감하지 못하겠다고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저출산 극복 정책이라며 청년내일채움공제지원 사업에 1조3098억원을 투입했다.
 
상대적으로 급여수준이 낮은 중소기업 종사 청년에게 지원을 함으로써 결혼·출산을 장려하겠다는 취지의 정책이지만, 정작 대상자인 청년층은 출산장려가 아닌 재정지원책으로 느끼는 경우가 허다하다.
 
본인 부담분을 포함한 공제 총액이 1200만원이라 아이를 낳고 기를 결심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기 때문이다.
 
첨단무기 도입 예산 987억원도 저출산 극복 예산에 해당했다. 저출산으로 입대자가 줄어드니 그만큼 무기를 도입해서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것인데, 출산 장려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낙후지역 학교 리모델링에 쓰이는 그린스마트스쿨 조성 사업은 그나마 교육과 관련된 정책이기는 한데, 이 또한 저출산 극복 예산이 맞는지 논란이 되고 있다.
 
부모의 일자리가 부족, 아이들의 학업능력 향상을 위한 기반 시설 부족 등이 원인이 되면서 낙후지역이 형성되는 것인데, 학교를 리모델링했다는 이유로 그 지역을 떠난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겠냐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최현수 연구위원은 통화에서 "지난해 청년 대책을 포함해 출산 장려 대책으로만 발표된 것이 수십 개가 있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도 종합대책을 내놓은 것이 있지만 새롭거나 필요한 곳에 예산이 추가로 투입되는 개념은 거의 없다"며 "이 사업 목록을 쫙 펼쳐놓고 청년들이나 아직 아이가 없는 부부에게 이걸 보면 결혼할 마음이, 출산할 마음이 생기는지 물어봤을 때 긍정적인 답변이 나오겠느냐"고 말했다.
 

전문가들 "아동수당·출산휴가 늘려야…재정 투입으로 비용 줄여주는 것 필요"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아이를 낳고 싶은, 낳아도 괜찮겠다고 느끼는 경제·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재정 투입을 늘리는 것만으로 가능하지는 않지만, 최소한의 예산조차 배정하지 않으면 출산 장려가 아예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출산율 감소나 인구 감소와 조금이라도 관련되면 '저출산'이라는 제목을 붙여서 저출산 극복 예산이 많아 보이도록 하는 부풀리기 행태를 지양하고, 대신 출산·보육·교육과 같은 출산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부분에 예산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육에 가장 직접적으로 연관된 영아수당과 아동수당의 경우, 영아수당은 부모급여로 개편되면서 지급 규모가 다소 늘어났지만 아동수당은 만 8세 전까지 월 1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이는 아동의 성장기 전체를 아동수당 지급 기간으로 정하고 있는 유럽 국가들과 큰 차이를 보인다. 프랑스는 14~20세의 경우 추가급여를, 스웨덴은 16~20세의 경우 연장 아동수당을 지급하며 성년 직전까지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녀를 언제까지 경제적으로 부양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15~49세의 기혼 여성 중 59.2%는 '대학 졸업 때까지', 17.2%는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14.7%는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라고 답했다. 최소한 만 18세까지는 양육비를 책임져야 한다는 응답이 전체의 91.1%에 달한 반면 양육비 지원은 이보다 10년이나 짧은 만 8세에 끝나는 셈이다.
 
박 조사관은 "출산을 했으니 보상을 해주겠다는 차원으로 수당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양육하는 데 필요한 것을 지원해준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지금 수준의 아동수당은 증액을 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수준으로 18년을 지원해줘도 1인당 2천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두 배 정도는 증액을 해야 아이를 키우는 동안 분유값 등에 들어가는 가구 소득이 줄어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온전한 방식이자 선진국의 방식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현재 아카데미나 문화센터 등에서 매월 수십만원 대의 수업료를 내야 배울 수 있는 예체능 수업비용을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원한다면 해당 업계 종사자들의 일자리도 창출되고 교육비 부담도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방안도 제시됐다.
 
최 연구위원은 "아동수당을 월 100만원을 주는 등 체감이 될 정도로 대폭 늘려주지 않는 한은 결국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상생활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여주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활동하는 시기 외에는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 등에 나서는 예체능 종사자들 입장에서는 전공을 살려 본업을 유지할 수 있고, 지역 주민들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두 가지 효과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를 돌보러가는 가는 데 눈치나 부담을 주는 사회 문화의 개선에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최슬기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아이가 태어날 경우 아빠들에게도 1개월 이상의 출산 휴가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출산 직후 산모에 대한 돌봄과 아이에 대한 돌봄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데, 아빠에게 30~40일 가량의 휴가를 제공한다면 이런 상황들을 보다 수월하게 대처함으로써 출산 직후에 발생하는 큰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병원에서 며칠, 또 조리원에서 며칠은 휴가 기간이라고 해도 아빠들이 직접적으로 돌보는 시간은 아니다"라며 "이후에 한 달 정도의 휴가를 유급으로 줘야하는데 결국 정부가 재정을 지원하지 않으면 쉽지 않은 제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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