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원내대표를 뽑는 선거가 오는 4월 7일로 예정됐다. 지난 3·8 전당대회로부터 한달여 직후이고,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를 1년여 남긴 시점이다.
내년 총선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당 대표 선거와 공통점이 있지만, 여소야대의 정국을 감안하면 다른 차원에서 법안·예산안 협상이란 어려운 책무를 맡게 된다.
주요 후보인 김학용(4선·경기 안성), 윤재옥(3선·대구 달서을) 의원이 모두 '친윤(親윤석열)' 성향인데다가 김태호·조해진 의원이 불출마의 길을 택하면서 구도가 단순해졌다. 전대가 친윤과 비윤, 반윤까지 등장한 복잡한 양상이었던 데 비해 김기현 대표가 당권을 잡은 뒤 자연스럽게 김 대표의 소속 지역인 부산·울산·경남(PK) 후보들이 물러난 결과다.
남은 것은 지역 구도다. 김 의원과 윤 의원은 각각 수도권과 대구·경북(TK) 등을 지역적 배경으로 깔고 있다.
한편 김 대표가 임명한 당직자들이 PK를 중심으로 짜여지면서 '영남당' 논란이 일었던 것은 수도권 지역에 출마 명분을 주는 측면이 있다. 이 같은 맥락 속에서 김 의원 외에도 윤상현(4선, 인천 동·미추홀을) 의원이 출마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반드시 수도권만 명분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영남권이라도 TK가 PK에 비해 소외된 측면이 있고, 충청 지역은 아예 임명된 당직자가 없다.
金체제 당직자 중 현역의원 지역구도…PK 5명, TK 2명, 충청·호남·제주 '0'
2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김기현 체제의 당직자 중 현역의원의 지역구를 보면 PK가 5명으로 가장 많다. 김 대표 자신이 울산을 배경으로 하고, 정책위의장으로 임명된 박대출 의원은 경남 진주갑 출신이다. 사무부총장인 박성민 의원도 역시 울산, 강민국 대변인은 다시 진주을이다.
여기에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임명할 예정인 박수영(초선·부산 남갑) 의원까지 포함하면 절반에 가까운 현역의원 당직자가 PK 출신인 셈이다.
반면 전통적 텃밭인 TK는 현재까지 2명에 불과하다. 지명직 최고위원인 강대식(초선·대구 동을), 당대표 비서실장인 구자근(초선·경북 구미갑) 의원 등이 지도부에 포함됐는데, 이들 중 강 의원만 최고위원급 인사다.
수도권에선 서울 양천갑 당협위원장인 조수진(초선·비례대표), 태영호(초선·서울 강남갑) 의원이 자력으로 최고위원에 선출됐고, 배현진(초선·서울 송파을) 의원은 사무부총장에 임명됐다. 강원도에선 이철규 사무총장이 동해·태백·삼척·정선을 지역구로 두고 있고, 유상범(초선, 홍천·횡성·영월·평창) 의원이 대변인에 임명됐다.
지역구도는 최고위원급을 중심으로 원외 인사까지 포함할 경우 김기현·박대출(이상 PK), 김재원·강대식(TK), 조수진·태영호·김병민(이상 수도권), 장예찬(미상) 등이다. 여기에 원내대표가 당연직 최고위원에 해당하기 때문에 어느 지역 출신이 당선되는지에 따라 구도가 바뀌게 된다.
'친화력' 김학용 VS '전략통' 윤재옥…당직 두루 거친 윤상현
물론 의원들이 선출하는 원내대표 경선에서 지역 구도만 고려 대상은 아니다. 총선 승리에 누가 보탬이 될지, 여소야대 구도에서 연말까지 야당과의 협상력 등 여러 이슈와 출마자의 성품·자질 등도 중요하다.
김학용 의원의 경우 '영남당' 논란이 문제될 경우 유리한 입장이다. 그러나 구도상의 이점 외에도 원내대표 선거를 오래 준비했고, 특유의 친화력이 장점으로 꼽힌다. 김무성 전 대표시절 인맥이 핵심으로 꼽히는데, 김성태 전 의원과 권성동, 장제원 의원 등과 두루 친분이 있다.
김 의원 측은 4선이란 높은 선수(選數)만큼 협상력에서도 검증이 됐다는 입장이다. 2012년 예결위 간사를 맡아 5년 만에 처음으로 여야 합의로 예산안을 처리한 경험이 있고, 2018년과 2019년에 각각 국회 국방위원장, 환노위원장 등을 역임해 풍부한 상임위 경력을 갖고 있다.
윤재옥 의원은 2018~2019년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당시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아 여야 협상 실무를 경험한 것이 장점이다. 당시 김성태 전 의원이 단식을 통해 드루킹 특검을 끌어내자, 윤 의원이 특검 세부 내용을 조율한 바 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점도 주요 경쟁력이다. 윤 의원 측은 "이번 원내지도부는 1년 후 총선을 운영해야 한다는 점에서 지난 20대 대선 상황실장 뿐 아니라, 18대 대선 당시에도 정세분석 단장을 거치며, 전국의 선거 판세를 챙기고 큰 선거를 지휘해본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전략통이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윤상현 의원 역시 지역구도와 협상력, 친화력 등을 자신의 장점으로 꼽았다. 윤 의원은 통화에서 "수도권이라도 다 같은 수도권이 아니다. 절박함과 치열함이 다르다"고 밝혔다. 인천에서 어려운 선거를 여러 차례 치렀다는 점을 내세운 셈이다.
윤 의원의 경우 박근혜 정부에서 원내수석부대표와 사무총장 등 핵심 당직을 두루 거친 경력이 있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반면, 충청 지역과도 연고가 있어 이번 당직에서 소외된 충청권을 배려하는 의미도 있다. 김 의원과 윤재옥 의원이 친윤 성향인 것에 비해 안철수(비윤) 의원, 이준석(반윤) 전 대표,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親이재명)과도 친분이 있는 등 계파 색채가 가장 옅다는 점이 변별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