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시사매거진 제주>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17:00~17:30)
■ 방송일시 : 2023년 3월 22일(수) 오후 5시
■ 진행자 : 박혜진 아나운서
■ 대담자 : 청년문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이문수 신부
◇박혜진> 수요인터뷰 오늘은 청년들에게 3000원으로 김치찌개를 판매하며 밥과 반찬을 무한 리필로 제공하는 식당을 연 사장님을 만나봅니다. 사장님이 신부님이라고 하는데요. 바로 청년밥상 문간의 대표인 이문수 신부님을 스튜디오에서 만나보겠습니다. 신부님 안녕하세요.
◆이문수> 안녕하세요.
◇박혜진> 청년밥상 문간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어요.
◆이문수>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2015년 여름에 기억나실지 모르겠지만 서울의 한 고시원에서 생활하던 청년이 굶주림과 지병으로 고독사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고 뉴스에 떠들석하게 보도가 됐었는데요. 그 뉴스를 보고 한 수녀님이 청년들이 식사를 잘 못하는구나라는 걸 처음 자각하셨던 것 같아요.
그렇다면 청년들을 위한 식당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셨고 저희에게 그런 제안을 해주신 거죠. 함께 살고 있는 신부님들과 의논을 해서 우리가 한번 해보자 결정을 해서 2017년 12월부터 문을 열었습니다.
◇박혜진> 2017년 처음 문을 연 매장은 어디인가요.
◆이문수> 서울 성북구 정릉시장 안에 저희 식당이 있습니다.
◇박혜진> 현재 제주점 외에 몇 군데 식당이 있는 건가요.
◆이문수> 서울에는 처음 시작한 정릉점이 있고요. 이화여자대학교 바로 옆에 이화여자대점,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에 낙성대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주점이 4호점입니다.
◇박혜진> 청년밥상 문간의 메뉴가 김치찌개 한 종류더라고요. 많은 메뉴 중에 김치찌개로 정한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이문수> 사실 처음 식당을 시작할 때는 제가 돈이 많지 않아서 주방장님과 저 두 사람이 운영하는 작은 식당을 구상할 수밖에 없었고 주방에서 일하시는 분이 한 분이다 보니까 메뉴는 한 가지로만 해야겠다, 복잡하게 하기는 어려울 테니까 청년들에게 뭔가 특별하고 맛이 있는 집밥을 제공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어떤 메뉴를 하면 좋을까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당시 제 후배가 김치찌개 하면 어떻겠냐고 하더라구요.
저도 좋아하는 음식이고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무난하게 좋아하는 음식이니까. 그 후배가 즐겨 찾는다는 김치찌개 전문점 식당에 같이 갔었어요. 손님들이 굉장히 많았고 줄까지 서서 기다릴 정도로 그래서 김치찌개도 괜찮겠구나라는 생각을 해서 결정하게 됐습니다.
◇박혜진> 지금 김치찌개 가격도 3000원이잖아요. 시작할 때부터 고물가로 계속 가격이 상승하고 지금도 가격을 올리지 않고 계속 유지하고 있는거죠.
◆이문수> 사실 처음부터 수익을 목적으로 했던 식당은 아니었기 때문에 3000원으로 정하게 됐는데 5년이 흐르면서 지금은 물가가 많이 올랐거든요. 2017년도에 저희가 3000원 할 때는 원가가 3000원이 되지 않았었어요. 약 2900원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6000원 정도 됩니다.
음식 재료비만이 아니라 인건비, 임대료, 여러 부대 비용들을 다 포함해서 올 초에 계산을 해보니 6000원 가까이 되더라고요. 5900원 좀 넘으니까 저희가 3000원에 제공하는데 원가는 6000원 정도 되는 거죠. 사실 그렇다고 해도 음식 가격을 올릴 마음은 없어요.
500원, 1000원 올린다고 해서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고 오히려 오시는 분들에게 여기도 식비가 올랐다라는 그런 부담감만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저희가 이렇게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식사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청년들을 응원하는 많은 후원자분들이 계시기 때문인데요.
◇박혜진> 지금 4번째 지점을 제주에 세우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이문수> 제주는 언젠가는 저희가 진출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품고 있던 곳인데 사실 저희가 4호점을 서울 대학로에 준비하고 있었어요. 저희가 하는 프로그램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2030 청년영화제라는 프로그램을 하고 있습니다. 그 영화제 일 때문에 작년 8월에 제주에 와서 여러 제주 관계자분들을 만나서 제가 하는 일과 식당에 대해서 소개해 드리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중 한 분이 마음에 담아두셨던 것 같아요.
작년 10월에 제주에 식당이 하나 나왔는데 거기에서 한번 청년밥상 문간을 해보시지 않겠느냐. 그래서 바로 제주에 내려와 장소도 보고 그분들도 만났죠. 사실은 저희 계획보다도 한참 빨리 제주에 4호점을 열게 된 것인데요.
제주에 온 이유는 제주에 식사를 잘 못하는 청년들이 많아서라기보다는 모든 청년들이 오고 싶어 하는 곳이 제주여서 저희도 제주로 가자 이런 마음이 더 컸고요. 식당을 계기로 뭍에 있는 청년들도 제주로 오고 제주의 청년들이 함께 만날 수 있는 기회들 그런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보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박혜진> 그러니까 청년밥상 문간 제주점은 어떻게 보면 소통의 장소인 거네요. 제주점이 오픈되고 제주의 청년들이 많이 방문하던가요.
◆이문수> 저희가 지난 1월 30일 개업을 했고 두 달이 되지 않았는데요. 현재는 낮에만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청년들로만 100% 채워져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점점 입소문이 나면서 이용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박혜진> 많은 분들이 또 궁금해하실 것 같아요. 청년밥상 문간 제주점에 청년 외에 마음이 청년인 분들도 방문해도 되는지요.
◆이문수> 저희 식당은 청년들을 위해서 만들었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오실 수 있고요. 혹은 좀 멀리 계시더라도 궁금하신 분들은 언제든지 오셔서 저희 김치찌개를 한번 맛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박혜진> 요즘 청년들이 고민하는 것들이 어떤 것들일까 궁금합니다.
◆이문수> 결국은 취업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각자 다 노력을 해왔고 부모님의 기대도 있고 각자 자신들의 꿈도 있는데 그런 바람들을 충족하기 위한 일자리들을 얻으려고 하는데 그게 참 어려워요. 그래서 청년들의 제일 큰 고민은 취업이고요.
◇박혜진> 보통 취업을 준비하고 고민하는 청년들이 아무래도 주머니 사정도 여의치가 않을 거고요.
◆이문수> 제가 식당을 연 지 6년 차에 접어들었는데요. 지난 6년 동안 청년들을 만나면서 느낀 것은 청년세대 자체가 경제적 취약계층이라는 사실이었어요. 청년들 중에서 직장이나 일자리를 갖고 있다면 다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대학생이든 혹은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다 경제적인 취약계층이더라고요. 부모님의 지원을 받더라도 그건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박혜진> 게다가 제주 같은 경우는 제주에 있는 청년들이 일자리 문제로 제주를 떠나려고 하고 또 남아 있는 청년들은 여기 남아 있는 것은 뭔가 이기지 못해서 남아있는 것 같은 패배 의식을 많이 갖고 있다는 얘기들을 하더라고요. 이 문제는 어떻게 또 보세요.
◆이문수> 그분들이 저에게 부탁을 하셨던 게 제주의 청년들과 뭍의 청년들이 함께 만나서 제주의 청년들이 좀 더 자극을 받고 시야가 넓어지는 계기와 경험들을 제공해 줬으면 좋겠다라고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아무래도 살아온 시간도 짧고 경험도 부족하다 보니까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좁은 것 같기는 해요. 그래서 많은 경험들과 새로운 자극들에 자신을 노출하다 보면 자기가 생각했던 것만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느낌들과 깨우침들을 받을 것 같아요.
뭍에 있는 청년들이 제주에 와서 제일 하고 싶어 하는 게 워킹홀리데이거든요. 아예 제주로 이주해 와서 사는 거라면 다르지만 일도 조금씩 하면서 생활비도 조금씩 보태면서 제주에서 몇 달간 혹은 장기적으로 머물고 싶어 하는 건데요. 제주 청년들을 서울로 데려가서 워킹홀리데이를 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혜진> 청년들이 여러 환경에서 다양한 도전들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으신 거네요. 이 시대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이문수> 저는 어쩔 수 없이 기성세대이고 꼰대여서 그런지는 모르는데 우리 청년들보다 조금 더 살아보니까 어려움과 실패가 있어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그래서 절대로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고통스러운 상황과 시간 중에 있을 때는 이 말마저도 굉장히 버겁고 부담스러우실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는다면 결국은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박혜진> 인생의 선배로서 말씀해 주고 계십니다. 청년밥상 문간에서 하는 프로그램도 소개해 주시죠.
◆이문수> 식당을 시작하고 얼마 안 돼서 어떤 분들이 큰 돈을 후원해 주셨어요. <청년 희망 로드>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스페인에 있는 산티아고까지 걷는 까미노데 산티아고라는 그 길을 완주하는 프로그램을 했고요.
청년들이 어르신들의 삶의 이야기를 듣고 그분들의 삶을 자서전을 만들어 드리는 건데 그림책으로 자서전을 만들어 드리는 <세대공감 잇다>라고 하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굉장히 갈등의 시대, 갈등의 사회라는 생각이 드는데 세대 갈등, 지역 갈등, 정치적 이념의 갈등, 젠더 갈등도 있고요. 청년들이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분들의 삶을 그분들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고 또 청년들이 자기들의 삶을 그려볼 수 있는 그런 소통의 기회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박혜진>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년들의 반응도 궁금해요.
◆이문수> 자기들이 학교를 다니며 여러 봉사활동에 많이 참여해 봤지만 이 프로그램만큼 깊이 있게 많은 걸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없었다라고까지 표현하더라고요. 그 정도로 한 사람의 인생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듣고 이해하는 프로그램은 이 프로그램 밖에 없다.
◇박혜진> 신부님께서는 청년밥상 문간을 통해 청년들에게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 뭘까를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셨던 것 같아요.
◆이문수> 2030 청년영화제라는 프로그램을 하는데 저희 정릉에 있는 식당이 2층이고 바로 위에 옥상 루프탑인데 저희가 그냥 이 옥상에서 청년들이랑 같이 영화 보고 이야기 나누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으로 처음에는 달빛 영화제라는 걸 시작했어요.
청년들이 세상을 향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짧은 단편 영화로 만들 수 있도록 제작 지원해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분 내외의 초단편 영화로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금도 지원하고 또 현역 감독님들의 멘토링도 해 주는 2030 청년영화제라는 걸 2021년부터 시작하게 됐고 올해가 3회째인데 총 6명의 청년들을 선발해요.
아주 짧은 단편 영화로 포맷을 정하고 현역 감독님들이 멘토링을 해주면서 만들어낼 수 있도록 돕고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를 저희가 2030 청년영화제라는 이름으로 11월에는 영화제를 개최합니다.
5월에는 제주시에서 지난 1회 2회 때 만들어진 영화 상영회를 하려고 합니다.
◇박혜진> 인터뷰를 마무리 지어야 할 시간이 됐는데요. 마지막으로 방송 듣고 있는 도민들에게 한 말씀 전해주시죠.
◆이문수> 저희 청년밥상 문간 혹은 청년 문간에 관심 많이 보여주셨으면 좋겠고요. 무엇보다도 제주도에 살고 있는 청년들에게 좀 더 관심을 갖고 청년들의 마음은 어떠한지 고민거리는 무엇인지를 살펴보면서 많이 응원해 주시고 격려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주변의 청년들에게 저희 식당도 많이 소개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혜진> 청년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 청년밥상 문간의 대표이신 이문수 신부님 오늘 만나뵙는데요. 앞으로의 활동도 기대하겠습니다. 오늘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문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