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진은 우리은행 왕조의 상징이나 다름 없었다. 위성우 감독, 전주원 코치 부임 후 우리은행 통합 6연패의 주인공이었다. 정규리그 MVP 5회, 챔피언결정전 MVP 3회(최다 타이) 수상에 빛나는 우리은행 에이스였다.
5년 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한 2022-2023시즌 스포트라이트는 박혜진을 향하지 않았다. FA 이적생 김단비, 그리고 한층 성장한 박지현이 스포트라이트를 가져갔다.
박혜진은 이번 시즌 발바닥 부상으로 고전했다.
시즌 초 A매치 브레이크 덕분에 4경기 결장에 그쳤지만, 개인 성적은 뚝 떨어졌다. 평균 득점 12.77점은 2015-2016시즌 이후 가장 적었다. 어시스트, 리바운드 기록 모두 지난 시즌보다 하락했다.
하지만 박혜진은 우리은행의 힘이었다.
위성우 감독은 23일 통합 우승 후 "말을 할 수는 없지만, 박혜진이 몸이 상당히 안 좋다. 정말 힘들어했다. 나와 11년을 같이 있었다. 정말 팀을 위해 희생하는 선수는 박혜진밖에 없다고 할 정도로 몸이 안 좋은데도, 경기를 뛸 수 없는 몸인데도, 본인이 안 뛰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줄 정도로 훈련한다. 옆에서 지켜보는 것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정상적인 몸이었다면 챔피언결정전에서 박혜진을 믿는다고 했을 것이다. 그만큼 큰 경기를 많이 뛰었다. 그래도 몸이 안 좋은데 주장으로서 잘 끌고 왔다. 선수지만 존경할 정도"라면서 "내 마음 속 MVP는 박혜진"이라고 덧붙였다.
몸 상태가 좋지 않음에도 1, 3차전은 36분 이상을 뛰었다. 여유가 있었던 2차전에서만 출전시간이 32분 정도였다. 챔피언결정전에서 주장 박혜진의 출전 시간을 줄이기는 어려웠다. 위성우 감독은 대신 초반 이소희(BNK 썸) 수비를 나윤정에게 맡기는 등 박혜진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애썼다.
MVP 김단비도 박혜진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김단비는 "혜진이가 발바닥이 안 좋아서 중간에 많이 아팠다. 굉장히 힘들었다"면서 "혜진이가 없다고 생각하니 막막했다. 아픈데도 불구하고 '언니, 우리 같이 우승할 수 있게 하고 싶다'고 말해줬고, 재활을 잘해서 복귀해줬다. 내가 옆에서 도움이 많이 못 돼 미안하다. 몸도 안 좋은데 옆에서 큰 힘이 돼 고맙다. 앞으로 혜진이 발바닥 좋아질 수 있게 내가 한 발 더 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