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노웅래는 부결했는데…野, '하영제 체포안' 딜레마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하영제 의원의 자리가 비어 있다. 윤창원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노웅래 의원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부결시킨 민주당이 국민의힘 하영제 의원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 가결표를 던질 경우 '내로남불'이라는 비난을, 부결표를 던지면 부패 범죄를 옹호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국민의힘까지 하 의원 체포동의안에 가결을 던지기로 사실상 총의를 모으면서, 민주당이 '외통수'를 맞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는 23일 본회의에서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보고받았다. 하 의원은 지난해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남도의회 도의원 선거에서 예비후보자의 공천을 도와주는 대가로 7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자치단체장 등으로부터 지역사무소 운영 경비 명목으로 5750만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체포동의안은 오는 30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국민의힘 하영제 의원. 윤창원 기자

표결을 앞두고 민주당은 고민이 깊은 모양새다. 일단 당 지도부는 뚜렷한 표결 방침을 정하지 않고 하 의원의 신상 발언을 들어본 뒤 의원들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기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체포동의안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된다. 169석 민주당의 표결 향배에 따라 전체 결과가 좌우될 수 있다.

우선 민주당이 가결표를 던질 경우, 민주당이 자당 의원만 옹호한다는 '내로남불'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와 노웅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검찰의 정치탄압'을 이유로 부결시킨 점을 고려하면, 국민의힘 의원에게만 다른 잣대를 들이댄다는 비판이 충분히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이 대표와 노 의원을 지키면서 내세운 명분은 검찰 수사가 무도하다는 것"이라며 "이에 반해 하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가 어땠는지는 잘 몰라서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부결표를 던진다면 민주당이 '나홀로' 국회의원의 부패범죄를 옹호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국민의힘과 정의당이 사실상 가결로 입장을 정한 상황에서 민주당만 하 의원에게 면죄부를 주는 꼴은 민주당에게도 부담이다. 여기에 이재명 대표가 과거 대선 공약으로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폐지'를 약속했는데, 또다시 부결표를 던질 경우 '특권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처럼 보일 여지가 있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라디오에서 "저희는 거의 대부분 부결로 갔다"며 "그런데 이번에 부결을 하게 되면 부패를 옹호하는 것이냐 방탄 본능이 있는 것이냐는 비난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한 듯 '불체포특권 포기'를 서약하며 압박에 나섰다. 서약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51명은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불체포특권을 의원의 비리 방어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을 시대와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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