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일 정상회담이 끝난 지 일주일 지났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발언했지만, 독도와 위안부 문제,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된 의혹이 명쾌하게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논의가 없었다, 의제로 논의되지 않았다, 불분명한 말들 속 진실이 뭔지 권영철 대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 혹은 말은 나왔다? 진실이 뭔가요?
[기자]
외교 용어라는 게 사실 이렇게 볼 수도 있고 저렇게 볼 수도 있는 모호성이 생명이기도 해요. 먼저 그제 국회 외통위에서 있었던 민주당 우상호 의원과 박진 외교부 장관의 질의 응답 들어보시죠.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
문제는 우리 대통령이 기시다라는 사람이 저렇게 비외교적이고 무례하게 얘기했을 때 왜 단호하게 끊지 못했냐, 이걸 지적 하는 겁니다. 이런 원칙적인 입장을 얘기했습니까? 혹은 그 문제에 대해서 항의하고 발언을 중단시켰습니까?
[박진 외교부 장관]
대통령께서 몇 가지 문제에 대해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아주 명확하게 이야기하셨습니다.
[우상호 의원]
독도 문제에 대해서요?
[박진 장관]
독도 문제는 아까 말씀드린 대로 논의된 적이 없습니다.
[앵커]
독도 문제는 논의된 적이 없다? 그러면 거론은 된 건가요?
[기자]
논의(論議)는 어떤 문제에 대하여 서로 의견을 내어 토의함. 또는 그런 토의를 말하는 겁니다. 박진 장관의 말은 논의가 없었다는 것이지 기시다 일본 총리가 언급을 했는지 안했는지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도 YTN과의 인터뷰에서 독도 문제에 대해 이렇게 답합니다. 들어보시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핫이슈가 될 수 없습니다. 현재 우리가 점유하고 있는 우리 땅이고 또 최근에 제가 기억하기로는 일본 당국자가 우리에게 이 독도 얘기를 한 기억이 없습니다.
[앵커]
일본 당국자에 기시다 수상이 포함되는 건가요?
[기자]
당국자는 실무급 간부를 언급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한 나라의 정상을 두고 당국자라는 표현은 하지 않습니다. 정상회담에서 독도 얘기 나왔냐는 질문에 김태효 차장은 '일본 당국자가 그런 말을 한 기억이 없다' 좀 모호하죠.
[앵커]
그런데 일본 언론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그런 언급을 했다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우리 대통령실은 아니라는 거잖아요.
[기자]
일본 NHK는 구체적으로 일본 관방 부장관 이름까지 거론하면서 보도하는데, 우리 정부는 아니라고 하죠. 대통령실은 박진 외교부 장관이나 김태효 차장의 발언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반박을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위안부, 독도 언급된 적 없다고 여러 차례 말했고, 수산물 문제는 정상회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했는지는 공개 못한다"고 답을 했습니다.
그런데 주목해야 할 건 소인수 회담에는 대통령과 외교장관. 안보실장, 안보실1차장이 회의 멤버입니다. 확대회담에는 여기에 경제부총리와 산자부 장관이 추가됩니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김태효 차장은 회의 멤버로서 말하는 것이어서, 모호한 외교화법으로 답을 한 게 아닐까 그렇게 보입니다.
[앵커]
일본 쪽의 말을 믿어야 하나? 우리 정부의 말을 믿어야 하나 선택해야 되는 건가요?
[기자]
박진 외교부 장관이 외통위 답변에서 그렇게 말을 했습니다. 김상희 의원이 일본 관방 부장관이 그런 말을 했다는 데 어떻게 된거냐고 질의하자 "일본 말을 믿나 우리 정부 말을 믿나?"라고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우리 정부의 말을 믿어야 하지만, 우리 정부가 처음부터 일본에 일방적으로 양보하다보니 신뢰를 얻지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서는 '바이든이냐, 날리면이냐' 논란도 있었구요.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일본 교과서에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명기하겠다는 일본 총리 말에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 기다려달라"고 했습니다.
[앵커]
그때 아니라고 했었죠.
[기자]
청와대는 완전 부인했어요. 그런데 이게 외교문서에서, 위키리크스에서 공개되면서 사실로 드러났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 정부라고 해서 꼭 믿을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좀 모호한 게 있고요.
김태효 1차장이 이런 말을 했어요. "정상회담 전 일본과 비공개 협의하면서 우리가 3자변제안을 이렇게 하려고 한다고 했더니 일본이 깜짝 놀랐다. 이러면 한국 국내정치에서 괜찮을지 모르겠으나, 우리(일본)으로서는 이게 학수고대한 해법인 것 같다"고.
[앵커]
이게 3자변제안에 대해 말한 거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우리가 염두에 둬야 하는 건 일본이 외교적으로 이런 이용을 잘한다는 겁니다. 정상회담 의제도 아니고 독도나 위안부 문제는 민감한 사안인데, 일방적으로 던져요. 그래 놓고는 자기네 언론에는 얘기했다, 거론했다 밝힙니다.
[앵커]
국내정치에 이용하기 위해서죠?
[기자]
일본 정치에 이용하는 거죠.
[앵커]
한일 정상간 동상이몽이 좀 있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한일 정상이 공동기자회견을 했는데 1998년 김대중 오부치 선언에 대한 언급도 비슷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발표와 기시다 총리의 발표를 이어서 들어보시죠..
[윤석열 대통령]
이번 회담은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정신을 발전적으로 계승하여 양국 간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한일 간 협력의 새 시대'를 여는 첫걸음이 되었습니다.
[기시다 일본 총리]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에 발표한 한일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기자]
두 정상의 언급은 비슷해 보이지만 내용을 따져보면 완전 다릅니다. 내용을 따져보면 완전히 다릅니다. 일본의 역대 내각 입장이라는 것은 침략 자체를 부정하는 것도 포함돼 있거든요.
[앵커]
그러면 우리 정부가 일방적으로 양보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거 아닌가요?
[기자]
그런 평가를 받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윤 대통령의 선제적 조치 발언이나 김태효 1차장의 "우리 대통령과 윤석열 정부는 일본과 무엇을 주고받는 협상을 원하지 않습니다"라는 발언은 일방적 양보 또는 외교참사라는 비판을 받는 요소입니다.
그리고 김태효 1차장이 "지금 우리가 뭐가 부족해서 뭘 얻어내겠다 하는 발상을 버리고 좀 더 세계적으로 글로벌하게 나가고 싶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외교란 일방적으로 주고 선의를 기대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데 가해자인 일본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고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피해자들이 정당한 배상을 요구하는 걸 '뭘 얻어내겠다는 발상' 정도로 치부하는 듯한 언급을 한 건 논란의 소지가 있습니다.
[앵커]
그래서 야당에서는 외교참사니 굴욕외교니 하면서 비판하지 않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민주당은 박진 외교부 장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을 외교참사 3인방으로 꼽으며 문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야당은 정상회담 과정에 대한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은 물론 국정조사 실시나 청문회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동원하겠다는 태도입니다.
대학정책학회와 전국교수노동조합 등 17개 교수·연구자 단체는 "역사상 최악의 외교참사가 발생했다"며 일제 강제노동 피해자 제3자 변제안 철회와 박진 외교부 장관 탄핵을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앵커]
그런데 외교문제를 두고 국정조사를 할 수 있을까요?
[기자]
사실 쉽지 않은 문제죠. 박진 외교부 장관 탄핵도 이미 해임 건의안이 통과됐지만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지 않습니까. 유인태 민주당 고문은 국정조사나 탄핵은 어려울 것이고 상임위 차원의 청문회는 가능할 걸로 전망했습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독도 관련 일본 언론의 허위보도에 대해 대한민국 국회의원 공동의 이름으로 항의 성명을 발표할 것을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 등 여당 지도부에 공식 제안했는데 여당이 이를 받아들일지 미지숩니다. 어쨌건 이 논란은 계속 될 걸로 보입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권영철 대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