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자유 향한 감각적 발걸음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

외화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감독 애나 릴리 아미푸르)

외화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 스틸컷. 판씨네마㈜ 제공
※ 스포일러 주의
 
경계에 선 존재를 바라보는 시선은 마치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 '모나리자'와 닮았다. 누군가는 모나리자에서 자애로운 미소를, 누군가는 서늘한 무표정을 발견한다. 영화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은 경계엔 선 존재가 자유를 향해 발 내딛는 이야기다. 감독은 이러한 어른들을 위한 고딕 동화를 뮤직비디오적인 감성으로 재해석했다.
 
붉은 달이 뜨던 밤, 폐쇄병동에서 탈출한 모나(전종서)는 화려한 조명에 이끌려 도착한 낯선 도시에서 자신의 특별함을 알아챈 기묘한 사람들을 만난다. 모나의 능력으로 일확천금을 꿈꾸는 댄서 보니(케이트 허드슨), 모나에게 첫눈에 반한 로맨티스트 DJ 퍼즈(에드 스크레인), 모나에게 락 스피릿을 가르친 11살의 소울메이트 찰리(에반 휘튼) 그리고 모나를 뒤쫓는 언럭키한 경찰 해롤드(크레이그 로빈슨)까지. 그렇게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모나의 모험이 펼쳐진다.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은 '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 '더 배드 배치' 등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선보인 애나 릴리 아미푸르 감독의 세 번째 장편이다. 베니스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이자 배우 전종서의 할리우드 데뷔작으로도 일찌감치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은 사회 안에서 다른 존재로 취급받는 '이방인'이자 세상의 '아웃사이더'가 자신을 구속하는 세상을 떠나 자유를 향해 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또한 경계에 놓인 이들이 만나 서로를 위로하고 구원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외화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 스틸컷. 판씨네마㈜ 제공
동양인 모나는 오랜 시간 폐쇄병동에 갇혀 지낸 인물이다. 그 안에서조차 모나는 핍박받고 폭력의 대상이다. 동시에 경계의 대상이자 이른바 '보통'의 존재들과 섞여 살 수 없는 이질적인 존재다. 그런 모나는 이방인이자 경계인이다. 또한 아웃사이더다. 그런 모나가 붉은 달이 뜨던 날, 초능력을 발휘해 감옥 같던 폐쇄병동에서 탈출한다.
 
모나는 사람을 조종해서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이게 만들 수 초자연적인 힘을 가졌다. 보통의 영화에서라면 모나는 자신이 지닌 큰 힘을 이용해 누구보다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 속 모나는 강력한 힘을 지녔음에도 '약자'다. 사회는 모나를 강자로 인정하지 않는다.
 
모나가 폐쇄병동에 갇힌 구체적인 이유는 그려지지 않는다. 사회의 주류인 백인이 아닌 비백인 모나의 자유를 박탈하고 가둬두면서도, 모나가 폐쇄병동에 갇힌 이유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는 것은 그 '이유'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인지 모른다. 사회가 한 개인을 억압하고 편견으로 바라보고 폭력을 행할 때 어떤 합리적이고 정당한 이유가 없는 경우도 많다.
 
단지 그가 주류와 다른 비주류라서, 이방인이라서, 경계인이라서 차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어쩌면 모나라는 존재는 우리 사회가 인정하지 않고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비주류' '이방인' '경계인'의 표상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그런 모나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유대 관계를 맺는 이들 역시 이른바 한 사회가 주류로 인정하지 않는 경계인이다.
 
외화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 스틸컷. 판씨네마㈜ 제공
'보통'의 범주를 벗어난 존재, '보통'의 무리로부터 배척당하는 존재를 비주류라 한다면 현대 사회는 비주류의 사회일지도 모른다. '정상성' '보통'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것을 억압하는 사회에서 대부분은 주류인 척 자신을 가장하거나 비주류가 된다.
 
폐쇄병동에서 탈출해 바깥세상으로 나온 모나를 보는 시선 속에는 대개 공포와 경계가 담겨 있다. 혹은 보니처럼 모나를 돈벌이의 수단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모나 그 자체를 보지 않는 세상에서 그를 온전히 바라봐주고 받아들여 주는 건 퍼즈와 찰리다.
 
학교라는 사회 안에서 찰리는 모나처럼 경계인이다. 찰리는 초반엔 이방인일 모나를 경계한다. 이는 낯선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지 모나 자체에 대한 두려움은 아니다. 찰리는 경계하되 편견으로 바라보진 않는다. 그리고 경계를 걷어낸 후 바라본 모나에게서 순수함을 발견하고, 그와 유대를 쌓아간다. 또, 모나가 자유를 찾도록 자신의 자유를 희생한다.
 
퍼즈는 겉보기에는 위험한 인물이지만, 찰리처럼 모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순수한 감정으로 대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처음 그가 모나에게 접근했을 때, 아마도 관객들은 마치 찰리처럼 퍼즈를 경계하며 바라볼 것이다. 외적인 부분에서 퍼즈는 우리 사회가 경계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모나를 바라보는 여러 시선과 인물을 통해 영화는 우리가 가진 선입견, 특정 이미지에 대한 편견을 향해 경고한다. 우리가 누군가를 바라보는 시선이 사회적으로 학습된 비틀린 시선일지 모른다고 말이다.
 
외화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 스틸컷. 판씨네마㈜ 제공
모나가 자유를 찾아 몸을 실은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 붉은 보름달이 구름에 가려지지 않은 채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붉은 달이 모나를 대변하는 상징물이라면, 내내 구름에 가려져 빛을 발하지 못하던 붉은 달이 비로소 온전한 모습을 드러낼 때 이상한 쾌감마저 느껴진다.
 
영화는 친절하지 않다. 대신 감각적인 요소, 특히 록의 비트와 네온의 컬러 등 시청각적 요소를 감각적으로 활용한다. 또한 영화에서 다양한 음악은 귀를 즐겁게도 하지만 동시에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들을 이야기하는 역할로 작용한다. 때로는 대사처럼, 때로는 내레이션처럼 작용하기에 음악을 감상하면서 동시에 무슨 말을 전하고자 하는지 조금 더 귀 기울여 보는 것도 영화를 감상하는 한 가지 방법이다.
 
모나리자는 알 듯 말 듯 신비로운 분위기로 사람을 매료시키는 작품이다. 영화 속 모나도 그러한 분위기를 풍기며 관객들을 매료한다. 이는 캐릭터의 설정도 설정이지만, 전종서라는 배우가 지닌 힘에서 비롯된 매력이다. 보니를 연기한 케이트 허드슨 역시 그동안 보지 못했던 모습을 발산하며 그가 어떤 배우였는지를 상기시킨다. 그리고 눈에 띄는 건 찰리 역 에반 휘튼이다. 미래가 기대되는 배우의 현재이자 과거를 만난다는 건 기쁜 일이다.
 
107분 상영, 3월 22일 개봉, 15세 관람가.

외화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 메인 포스터. 판씨네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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