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첫 시즌부터 팀을 4위로 이끌며 포스트 시즌 진출에 성공했고, 준플레이오프(준PO)에서 우리카드를 꺾고 플레이오프(PO) 진출까지 이뤄냈다. '초보 감독'이라는 수식어를 무색하게 만든 뛰어난 성과를 거뒀다.
권 감독은 2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시즌 도드람 V리그 남자부 포스트 시즌 우리카드와 준PO를 마친 뒤 "사실 언론에서 초보 감독이라고 해서 마음이 상했다"고 짐짓 불만 섞인 농담을 건넸다. 이어 "오늘 이겼으니 이제 초보 감독이 아니지 않나"라며 승자의 여유를 보였다.
하지만 복장에서는 아직 초보 감독의 티가 나는 듯했다. 지난 시즌까지 감독들의 복장은 정장으로 제한됐지만, 한국배구연맹(KOVO)이 올 시즌 규정을 변경해 감독들이 트레이닝 복을 입고 경기를 지휘할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권 감독은 올 시즌 정장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았다.
권 감독은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었던 우리카드와 준PO에서도 어김없이 정장을 입고 나왔다. 이에 정장을 고집하는 이유를 묻자 "특별히 징크스가 있어서 입는 건 아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처음 감독을 했을 때부터 정장을 입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면서 "감독이 되면 입어보고 싶었다. 내겐 갑옷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전력은 이날 승리로 2년 연속 PO 진출에 성공했다. 권 감독은 "선수들이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줬다"면서 "타이스와 상대 세터 황승빈이 물리게 포메이션을 가져간 것이 효과를 본 것 같다"고 밝혔다.
1, 2세트를 내리 따낸 뒤 3세트에선 18 대 25로 패하며 잠시 주춤했다. 하지만 곧바로 4세트에서 임성진의 눈부신 활약에 힘입어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임성진은 4세트에서 처리하기 까다로운 2단 연결 공격 득점을 해내는 등 6점을 터뜨리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권 감독은 "(임)성진이가 오늘 경기를 통해 많이 성장할 것 같다"면서 "앞으로 자신감이 더 올라갈 거다. PO에서도 잘할 거라 믿는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권 감독은 포스트 시즌 미디어 데이에서 선수들이 '미친' 활약을 펼쳐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날 경기에서 가장 '미친' 모습을 보여준 선수로 서재덕을 꼽았다.
서재덕은 이날 13점에 공격 성공률 50%로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권 감독은 "오늘은 조금씩 다 미친 것 같았다. 그 중에서도 재덕이가 리시브, 공격, 서브 모두 완벽하게 해내며 미친 모습을 보여줬다"고 엄지를 세웠다.
원정 팬들의 열렬한 응원도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됐다. 권 감독은 "팬들의 응원을 받으면 힘이 난다. 너무 감사하다"고 전한 뒤 "팬들의 응원에 보답하려면 이겨야 한다. 컨디션 관리를 잘해서 PO에서도 좋은 경기를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