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구 대표팀은 21일(한국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위치한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전에서 멕시코를 6 대 5로 이겼다. 4 대 5로 끌려가던 9회말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가 2타점 끝내기 적시타를 터뜨려 역전승을 거뒀다.
결승에 안착한 일본은 디펜딩 챔피언 미국과 22일 같은 장소에서 우승을 놓고 다투게 됐다. 2006년, 2009년에 이어 WBC 통산 세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LA 에인절스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마이크 트라웃(미국)과 오타니 쇼헤이(일본)의 맞대결에 관심이 쏠린다. 두 선수 모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야구 천재다.
외야수 트라웃은 현역 최고의 타자로 꼽히는 선수다. 2011년 에인절스에서 데뷔한 그는 MLB 통산 350홈런을 때려냈고, 아메리칸리그 MVP(최우수 선수) 3회(2014년, 2016년, 2019년), 실버 슬러거 9회, 올스타전 출전 10회 등 화려한 이력을 남겼다.
미국 대표팀의 주장을 맡고 있는 트라웃은 이번 대회 6경기에서 타율 3할1푼8리, 1홈런, 7타점, 출루율 4할4푼4리로 활약하며 타선을 이끌고 있다.
2018년 빅 리그에 진출한 오타니는 투타 모두 정상급 실력을 보여 스타 반열에 올랐다. 데뷔 첫 시즌부터 아메리칸리그 신인상을 거머쥔 뒤 2021년 MVP, 실버 슬러거 1회, 올스타 2회 등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오타니는 WBC에서도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투수로 2경기 2승 평균자책점 2.08, 타자로 타율 4할5푼, 1홈런 8타점, 9득점으로 완벽한 투타 겸업을 보여주고 있다.
오타니는 멕시코와 4강전을 마친 뒤 마이니치 신문 등 일본 언론을 통해 "결승전에서는 불펜 투수로 등판하고 싶다"면서 "즐기는 마음을 갖고 내일을 맞이할 것이고, 반드시 이기고 싶다"고 밝혔다. 구리야마 감독 역시 "오타니의 몸 상태를 봐야 한다. 등판 가능성이 '제로'는 아니다"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두 선수는 세계 최고의 선수로 명성을 떨치고 있지만 공교롭게도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트라웃은 빅 리그 우승 경력이 없고, 오타니 역시 2016년 일본 시리즈 우승 이후 단 한 번도 정상에 오른 적이 없다. 그만큼 이번 WBC 우승에 대한 갈망이 크다.
소속팀 동료지만 WBC에서는 적으로 만났다. 마지막에는 오타니와 트라웃 중 한 명만이 웃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