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21일(한국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위치한 론디포 파크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전에서 멕시코를 6 대 5로 이겼다. 2009년 대회 이후 14년 만의 결승에 진출했다.
8회까지 일본은 4 대 5로 끌려갔지만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무라카미가 승부를 뒤집었다.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가 우중간 2루타,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가 볼넷으로 걸어나가면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고 무라카미가 결정을 지었다.
앞선 4타석에서 무안타에 그쳤던 무라카미는 마지막 타석에서 결정적인 한 방을 날려 팀을 결승으로 이끌었다. 5타수 1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다.
일본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의 과감한 승부수가 적중했다. 무사 1, 2루에서 번트 대신 무라카미의 강공을 선택했고, 무라카미는 감독의 믿음에 확실히 보답했다.
구리야마 감독은 경기 후 스포츠닛폰 등 일본 언론을 통해 "희생 번트도 생각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무라카미를 믿고 강공을 지시한 것.
무라카미는 차세대 거포로 기대를 모으는 선수다. 지난해 일본인 최다 홈런(56개) 기록을 세우며 일본 프로야구(NPB)의 새 역사를 썼다. 여기에 타율 3할1푼8리, 56홈런, 134타점을 기록해 역대 최연소 타격 3관왕까지 거머쥐며 펄펄 날았다.
하지만 이번 WBC에서 활약은 다소 아쉬웠다. 무라카미는 특히 조별 리그 4경기에선 타율 1할4푼3리(14타수 2안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무라카미는 2라운드부터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이탈리아와 8강전에서 3타수 2안타 1타점 3득점으로 부진을 털어냈고, 이날 멕시코와 4강전에서 끝내기 적시타를 터뜨려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구리야마 감독은 "무라카미는 부진한 동안 팀에 폐를 끼치고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나는 그가 '세계를 놀라게 할 타자'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대회 내내 무라카미에게 '마지막에는 네 덕에 이기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고, 나는 믿고 있었다"고 전했다.
9회말 선두 타자로 나서 2루타를 치고 나간 오타니 역시 무라카미를 향한 믿음이 있었다. 오타니는 "무라카미가 이번 대회에서 부진해서 힘들었을 텐데 마지막에 정말 좋은 스윙을 했다"면서 "내가 출루만 하면 무라카미가 쳐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강조하지만 정말 좋은 스윙이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일본은 22일 같은 장소에서 미국과 결승전을 벌인다. 미국은 전날(20일) 쿠바를 14 대 2로 대파하고 결승에 선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