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쇼헤이가 희망의 신호탄을 쐈고 대회 기간 내내 부진했던 '일본 홈런왕' 무라카미 무네타카는 결정적인 순간 부활했다.
일본이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에 진출했다.
일본은 2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멕시코와 WBC 4강전에서 9회말에 터진 무라카미의 역전 끝내기 2타점 2루타에 힘입어 6-5로 승리했다.
극적인 승부였다.
오타니는 일본이 4-5로 뒤진 9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멕시코의 바뀐 투수 지오바니 가예고스를 상대로 2루타를 때렸다. 반전의 서막이었다.
이어 7회말 동점 3점포의 주인공 요시다 마사타카가 볼넷으로 걸어나갔고 타석에는 지난해 56홈런으로 일본인 한 시즌 최다홈런 기록을 썼던 무라카미가 들어섰다.
무라카미는 이번 대회 들어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앞선 네 타석에서도 안타 없이 침묵하며 이름값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라카미는 좌중간을 가르는 대형 2루타를 쳤고 그 사이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으면서 승부가 결정됐다.
이로써 일본은 22일 WBC 우승을 놓고 미국과 맞붙게 됐다.
일본은 경기 중반까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멕시코는 LA 에인절스의 왼손투수 패트릭 산도발을 선발로 기용했다. 일본은 시속 160km 이상이 빠른 공을 밥 먹듯이 던지는 사사키 로키로 맞섰다.
승부의 균형은 4회에 깨졌다.
멕시코는 4회초 2사 후 로우디 텔레즈와 아이삭 파레데스의 연속 안타로 만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밀워키 브루어스의 내야수 루이스 유리아스는 사사키가 던진 시속 146.1km의 바깥쪽 컷패스트볼을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넘겼다. 멕시코가 3-0으로 앞서갔다.
멕시코는 경기 중반까지 일본 타선을 꽁꽁 묶었다. 산도발은 4⅓이닝 동안 탈삼진 6개를 곁들이며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5회 1사에서 등판한 호세 우르퀴디는 6회까지 무실점 행진을 펼쳤다.
멕시코의 좌익수 랜디 아로사레나는 홈런성 타구를 점프해서 잡아내는 등 화려한 수비로 마운드를 도우며 멕시코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일본은 7회말 단숨에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2사 1루에서 오타니가 타석에 들어서자 멕시코는 고의볼넷을 선택했다. 오타니의 한방을 의식한 크게 의식한 것이다.
결과는 의도대로 되지 않았다. 다음 타자 올 시즌부터 보스턴 레드삭스 유니폼을 입는 요시다가 조조 로메로를 상대로 우월 3점홈런을 때려 스코어를 3-3으로 만들었다.
멕시코는 8회초 다시 2점을 뽑아 달아났지만 일본은 8회말 1점을 만회해 역전의 발판을 놓았다.
이 과정에서 과감한 작전이 나왔다. 8회말 무사 1,2루에서 겐다 소스케가 쓰리번트를 성공해 주자를 한 베이스씩 진루시킨 것이다. 이어 대타 야마카와 호타카가 희생플라이를 날려 점수차를 1점으로 좁혔다.
멕시코는 9회초 추가 득점에 실패했고 그 대가는 뼈아팠다. 일본은 오타니로 시작해 무라카미로 마무리 된 화력쇼를 바탕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무사 1,2루에서 번트 대신 무라카미의 강공을 선택한 일본 벤치의 믿음이 성공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