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부산 사상구 한 버스 정류장 앞. 열 명 넘는 시민들이 버스를 기다리며 모여 있었지만, 마스크를 벗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시민 황인성(22·남)씨는 "방금 지나간 버스를 보니 출근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너무 많았다"며 "좁은 버스 안에 사람들이 많이 밀집하는 상황이라서 아무래도 감염이 우려돼 아직은 마스크를 쓰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부산도시철도 2호선 감전역 승강장에도 마스크를 벗은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마스크를 내린 채 음료수를 마시거나 통화를 하던 시민들도 열차 도착 안내방송이 들리자 마스크를 서둘러 고쳐 썼다.
지하철 이용객들은 이미 마스크 착용이 익숙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마스크를 한동안 더 쓸 것이라고 말했다.
고지영(45·여)씨는 "오랫동안 써왔는데 하루아침에 벗으려고 하니까 뭔가 부담스럽고 어색하다"며 "서로 피해를 안 주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아직은 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영호(78·남)씨도 "마스크가 나를 보호하지만, 나로부터 다른 사람들도 보호해준다"며 "나 하나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더 전파될 수도 있고, 엄청난 파급이 올 수도 있으니 남들에게 피해를 주기 싫어서 쓰고 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동차 내부에는 비교적 젊은 이용객들이 간혹 마스크를 벗은 모습도 보였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지하철을 탄 하민지(20·여)씨는 "이제 마스크를 안 챙겨도 돼서 귀찮지 않고, 답답한 게 없어서 좋다"며 "대부분 쓰고 있어서 처음에는 살짝 눈치가 보였지만, 막상 벗고 타 보니 지금은 또 괜찮다"고 미소 지었다.
이날 부산시도 대중교통 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완전히 해제됐다. 국내에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지 만 3년 만이자, 정부 차원의 마스크 의무 착용을 시행한 지 2년 5개월 만이다.
이에 따라 버스와 도시철도, 택시와 비행기 안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칸막이 없는 마트 내 약국 등 개방형 약국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이미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진 상황에서 공간이 구분되지 않는 구내 약국에서만 마스크를 쓰도록 한 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에 따른 조지다.
이제 남은 코로나19 주요 방역 조치는 병원·일반 약국, 감염취약시설(요양병원·정신건강증진시설·장애인복지시설 등) 마스크 착용 의무와 확진자 7일 격리 의무다.
방역당국은 위기 단계 조정이나 세계보건기구(WHO) 감염병 등급 조정 등과 연계해 추가적인 조정을 검토해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