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소장의 갑질로 힘들었다"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경비원에 관해 동료 경비원들이 해당 관리소장의 퇴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20일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아파트 정문 앞 인도에서는 해당 아파트 경비원 77명이 모여 숨진 경비원 A씨를 추모하고 '갑질 의혹'에 휩싸인 관리소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행진을 벌였다.
아파트 경비대장은 "3월 14일 오전 7시 40분 (해당 경비원)이 떨어져 죽었다"며 "우리의 요구는 하나다. 간접 살인자인 관리소장을 즉각 해임할 것을 요구한다"고 외쳤다. 이어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 대응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자리에 모인 경비원들은 A씨의 죽음을 기리는 묵념을 한 뒤, "000 경비반장을 억울한 죽음으로 내몬 관리소장은 물러나라"며 "유족에게 사죄하고 즉각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소장 퇴진'을 외치며 해당 아파트 정문에서 관리사무소 인근까지 행진을 하다 잠시 멈춰 선 뒤 소장을 향해 구호를 외쳤다. 이후 A씨가 떨어져 숨진 아파트 정문까지 행진을 이어 나갔다.
A씨가 투신한 아파트 앞에서 이 경비대장은 "계급 강등이 얼마나 원통했으면 우리 경비원 77명을 대변해서 죽었을까"라고 원통함을 내비쳤다.
아파트 관계자는 "지난 18일 단지 내에 분향소를 설치했고 한동안 유지할 예정"이라며 "4월 18일까지 계속해서 집단행동을 이어 나갈 것 같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4일 오전 7시 40분쯤 강남구 대치동 한 아파트 단지 내에서 해당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던 70대 A씨가 투신한 뒤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직전인 14일 오전 7시 16분쯤 경비대장에게 "나를 죽음으로 끌고 가는 관리소장은 나의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책임져야 한다"는 내용의 유서를 보냈다.
이에 서울 수서경찰서는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원인에 대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갑질 여부'에 대한 조사권을 가진 서울지방노동청 강남지청에 해당 내용을 통보했다며, 조사 과정에서 위법 행위가 발견될 경우 엄정한 사법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70여 명의 경비원이 근무하는 해당 아파트에서 10여 년간 경비반장으로 일을 하다가 며칠 전 일반 경비원으로 강등됐고, 이에 따른 고통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A씨가 사망하기 며칠 전에도, 해당 아파트에서 근무하던 미화원이 심장마비로 사망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관리소장은 "유서는 조작된 것이고 누군가 대필한 것. (경비원들에 대한) 갑질은 전혀 없었고, 한 번도 호통치거나 한 적이 없다"며 "해고를 당한 뒤 사망했다는 미화원을 해고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