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1월, 아산 우리은행을 이끄는 위성우 감독과 전주원 코치는 마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것만큼이나 크게 웃었다. 4.8%라는 매우 희박한 확률을 뚫고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그해 1순위는 숭의여고 출신의 박지현이었다. 고교 시절에 이미 태극마크를 달았을 정도로 최고의 유망주라는 평가를 받았다. 전 시즌 챔피언 우리은행의 1순위 당첨 확률은 매우 낮았기 때문에 우리은행은 박지현에 대한 스카우트 작업을 일체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적이 일어났다.
박지현은 신인왕을 차지했고 데뷔 3번째 시즌에 리그 베스트5로 선정됐다. 올 시즌에도 평균 15.3득점, 8.9리바운드, 4.5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다시 한 번 리그 베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아울러 우리은행의 압도적인 정규리그 우승에 기여했다.
2019년 당시 6개 구단 가운데 가장 높은 28.6%의 1라운드 당첨 확률이 있었던 전 시즌 최하위 OK저축은행(현 부산 BNK)의 표정은 어두웠다. 박지현과 함께 프랜차이즈의 부흥을 기대했지만 4.8%의 기적 앞에 차질이 빚어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신인드래프트에 대한 평가를 당장 알 수는 없는 법이다. 지금은 BNK가 된 구단이 선택한 인성여고 출신의 2순위 유망주 이소희도 꾸준히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왔다.
이소희도 박지현이 그랬던 것처럼 3년 차 시즌부터 주전급으로 도약해 팀의 주축 선수로 활약했다. 단기간에 BNK의, 더 나악 여자프로농구의 간판 슈터로 성장했다. 지난 2021-2022시즌 3점슛 성공률 39.9%를 기록했고 올 시즌에는 37.6%의 적중률을 남겼다.
이소희는 올 시즌 평균 16.9득점, 4.4리바운드, 2.4어시스트를 기록했고 6개 구단 전체 선수 중 가장 많은 3점슛 77개를 터뜨렸다. 국가대표 슈터 강이슬(청주 KB스타즈)이 지난 5시즌 연속 지켰던 시즌 최다 3점슛 기록의 새로운 주인공이 탄생했다.
이소희는 이 같은 활약을 바탕으로 BNK를 정규리그 2위에 올려놓았고 박지현과 나란히 2022-2023시즌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베스트5에 이름을 올렸다.
두 선수의 플레이 스타일은 다르다. 박지현은 신장 183cm의 다재다능한 가드/포워드로 득점뿐만 아니라 수비와 리바운드, 경기 운영에 도움을 준다. 신장 170cm의 가드 이소희는 득점 기술이 다양하고 특히 득점 폭발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우리은행에는 정규리그 MVP 김단비와 베테랑 김정은, 박혜진이 있다. BNK는 포스트시즌에 유독 강한 김한별을 앞세운다. 19일부터 치열하게 펼쳐진 챔피언결정전(5전3선승제)에 여자프로농구의 미래를 책임질 2000년 드래프트 동기들도 가세한다. 4년 동안 급성장한 두 선수의 대결에도 많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