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형사재판소(ICC)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결국 법정에 끌려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의지 섞인 전망을 제시했다.
17일(현지시간) CNN 방송에 따르면 카림 칸 ICC 검사장은 전날 CNN 인터뷰에서 나치 전범,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슬라비아 대통령, 찰스 테일러 전 라이베리아 대통령 등 사례를 들면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앞서 국제 사회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뉘른베르크 국제 군사 재판을 통해 나치 독일에 가담한 인사 다수를 처벌했다.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은 유고슬라비아 내전이 끝난 뒤 2001년 체포돼 코소보와 보스니아에서 자행된 인종청소 등 전쟁 범죄 혐의로 유엔 산하 국제 유고전범재판소(ICTY)에서 재판받았다. 그는 2006년 재판 도중 감옥에서 심장마비로 숨졌다.
찰스 테일러 전 대통령도 1991~2001년 약 5만 명이 숨진 인접국 시에라리온 내전에서 반군단체(RUF)를 지원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ICC 산하 시에라리온 특별법정에서 테러, 살인 등 혐의가 인정돼 50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칸 검사장은 "이들 모두는 강력하고 막강한 개인이었으나 결국 법정에 서게 됐다"면서 푸틴 대통령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자행한 전쟁 범죄 혐의에 따라 재판받게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ICC는 17일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아동을 불법적으로 이주시킨 전쟁 범죄 행위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볼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다면서 그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ICC가 공식적으로 러시아 최고위급 인사를 피의자로 특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가 원수급으로는 오마르 알 바시르 수단 전 대통령,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독재자에 이은 세 번째 ICC 체포영장 발부 사례다.
영장 발부에 대한 러시아 측 반발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게 칸 검사장 입장이다.
앞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트위터에 "러시아는 다른 여러 국가와 마찬가지로 이 법원의 관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따라서 이 같은 결정은 러시아 연방에 대해 법적인 관점에서 무효하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2016년 ICC에서 탈퇴해 ICC가 러시아 연방과 시민에 대한 사법처리 권한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 칸 검사장은 "로마 법령 제27조는 개인의 공식적 지위가 ICC 관할권과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면서 "ICC의 독립적 재판관들도 영장 발부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반박했다.
칸 검사장은 또 비록 ICC가 궐석재판은 인정하지 않지만, 심리(confirmation hearing)의 경우 피고인 없이도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어린이의 강제이주 사례가 지금까지 ICC에 1만6천 건 이상 기록됐다면서 "이 같은 범죄 작전은 국가 최고 지도자의 명령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칸 검사장은 푸틴 대통령을 겨냥해 "자신이 무죄라고 생각한다면 투항하고 결백을 증명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