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다음주 주주총회…'거수기' 사외이사 논란

거수기 역할 비판받는 은행권 사외이사 연임률, 70% 넘길 듯
고금리 이자장사 비판에 주주환원율 높이는 금융지주들

연합뉴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이번주 일제히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지배구조 정상화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거수기에 불과한 것으로 비판받고 있는 은행권 사외이사들의 연임률이 70%를 넘길 것으로 예상돼 논란이 일고 있다.

고금리 이자장사 비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지주들은 주주환원율을 높이며 '달래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 '거수기' 비판받는 사외이사 70% 이상 재추천

정부와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지배구조 정상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가운데서도 올해 주요 금융지주의 이사회 구성원 변화는 예상보다 크지 않을 전망이다.

단순히 최고경영자(CEO)들의 의사결정을 보완하는 역할을 넘어 이사회가 전문성을 바탕으로 '콘트롤타워'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최소한의 변화만을 가하며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주인없는 회사'인 금융지주 수장들의 제왕적 지배구조 배경에 거수기 이사회가 자리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지난해 4대 금융지주가 이사회에서 논의한 안건 총 128건 가운데 부결된 안건은 없었다. 반대 의견을 낸 것도 전체 4건에 그쳤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연말부터 금융지주 CEO 교체를 압박하는 한편, 이사회 개편 필요성에도 힘을 싣고 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는 최근 발표한 4대 금융지주 주총 안건 관련 보고서에서 신한·하나·우리금융의 사외이사 연임 후보들에 대해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라임·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채용 비리, 대규모 횡령 사태 등 금융지주의 대형 사고가 잇따른 가운데서도 이사회가 별도의 대응 없이 넘어가 연임 자격이 없다는 주장이다.

신한금융의 경우 최종적으론 무죄 선고를 받았지만 ISS는 조용병 회장의 채용비리 소송 1심에서 유죄를 받은 이후 이사회가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4대 금융 사외이사의 70% 이상이 재추천돼 연임될 예정이다. 4대 금융의 임기 만료 사외이사 28명 중 21명이 연임 후보로 추천됐고 이중 새로 추천된 사회이사 후보는 7명이다. 통상 추천된 후보가 주총에서 선임되는 않는 경우는 드물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부분 후보들이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내부통제 등 이슈가 계속되고 있는데 CEO와 사외이사들이 집권을 위해 공생을 이어가는 구조는 변화되지 않았다"면서 "지난해부터 시작된 금융당국의 은행권 압박도 이같은 부분을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당국은 사외이사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천명했다. 지난달 6일 금융감독원은 업무보고에서 금융지주 이사회의 독립성을 높이겠다며 감독 당국과 은행 이사회 간 직접적인 소통을 정례화하며, 은행 이사회 구성의 적정성, 이사회의 경영진 감시기능 작동 여부 등에 대해 면밀한 실태점검을 시행하겠다고 했다.

금융당국이 이사회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인데 실제로 시행되면 향후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주주환원 확대' 주목…역대급 이익에 주주가치 제고 추진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들은 이번 주주총회를 통해 대폭 확대된 배당 성향 정책을 결의할 예정이다.

우선 신한금융은 올해 확대된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배당성향을 지난해 26.05%에서 올해 23.54%로 낮췄지만, 3000억원어치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정하면서 총 주주환원율을 전기 대비 4%포인트 상승한 30%로 높인 것이다.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배당 성향은 각각 26.15%, 27.49%로,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통해 총 주주환원율을 33%, 32% 수준까지 올린다. 우리금융지주의 배당 성향은 전기 25.28%보다 높은 26.18%를 제시했고, 연중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30% 수준으로 주주환원율을 맞출 계획이다.

추가로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분기 배당이 가능하도록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주총에서 정관 변경을 결의한다.

이는 금융지주들이 지난해 벌어들인 역대급 이자 이익에 금융지주 주가가 따르지 못하면서 주주들의 불만이 커진데 따른 일종의 '당근'이다.

4대 금융지주는 작년 순이익 15조850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1조3077억원 늘어난 이익을 얻었다. 그중 4대 지주의 이자 이익은 39조6735억원으로 작년 수익의 대부분이다. 기준금리 인상과 채권시장 경색 등에 따라 기업 등을 중심으로 대출이 크게 늘어난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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