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윤석열 대통령이 1박 2일 간의 일본 방문을 마치고 조금 전 귀국길에 올랐습니다.
윤 대통령 개인으로서는 취임 후 방일이었지만 한국 정상으로는 4년만, 셔틀외교로는 12년만의 의미있는 행보였는데요.
중단됐던 외교 복원을 통해 경색됐던 한일 관계를 정상화하기로는 합의했지만, 일본 측의 과거보다 진전된 사과를 이끌어내지는 못하면서 다소 아쉽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대통령실 출입하는 박정환 기자와 이번 일본 방문의 성과와 과제 등, 자세한 내용을 나눠보겠습니다.
[앵커]
박 기자, 이번 한일정상회담 성과 어떻습니까.
첫번째로 한일 관계 정상화를 들 수 있겠습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양자 차원의 정상 방문을 한 건 2011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 이후 12년 만입니다. 상대국을 오가는 정상회담, '셔틀외교'의 복원이고요.
안보적인 면에서는 군사정보보호협정, '지소미아'에 대한 완전 정상화 선언을 했죠. 양국 간 군사기밀 공유 채널이 복원되면서 북핵 위협에 적극 대비하자는 차원이고요.
일본은 우리나라에 대한 반도체 핵심 품목 수출 규제를 해제했습니다. 아울러서 양국은 국가안전보장회의, NSC 차원의 한일 경제안보대화를 출범시키기로 했습니다. 한일 관계 개선 차원에서 전방위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양국의 공동 이익을 도모하자는 겁니다.
[앵커]
두 정상 모두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하겠다고 했는데요?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어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대한 계승의 뜻을 밝혔는데요. 잠시 두 정상 발언 들어보시죠.
[윤석열 대통령]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이 25주년되는 해입니다. 양국간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한일 간 새 시대를 여는 첫걸음이 되었습니다"
[기시다 총리]
"일한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해나가겠습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한일 양국 간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선언이 담겼죠. 그만큼 양 정상이 한일 관계 개선의 의지를 계승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양국 대화의 물꼬가 우리 정부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법 발표로 트이지 않았습니까. 기자회견에선 구상권에 대한 일본 기자의 질문도 나왔는데, 윤 대통령은 "상정하고 있지 않다", "구상권이 행사된다면 다시 모든 문제를 원위치로 돌려놓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만큼 이번 해법을 통해 미래로 가는 한일 관계를 강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정상회담 뒤 2차에 걸친 만찬도 함께 했다면서요?
어제 정상회담을 마치고 도쿄 번화가인 긴자의 스키야키 식당, '요시자와'에서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기시다 총리와 유코 여사가 부부 동반 만찬을 진행했습니다. 요시자와는 1924년 정육점으로 시작해 현재는 식당을 함께 운영하는 노포인데요. 스키야키와 샤부샤부, 스테이크 등이 유명하다고 합니다.
2차는 인근의 '렌가케이'라는 식당에서 두 정상이 만찬을 이어갔는데요. 렌가테이는 경양식집으로 128년 역사를 자랑하고 돈가스와 오므라이스의 발상지로 알려진 곳입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이 맥주잔을 기울이다가 화합하는 뜻으로 한국 소주를 함께 마셔보자고 제안했고 그렇게 맥주와 소주를 곁들여 마신 기시다 총리가 '한일 우호의 맛'이라는 표현으로 화답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허심탄회한 분위기 속에 윤 대통령은 임기 내 한일 관계를 전례 없이 진전시키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기시다 총리도 적극 공감했다는 후문입니다.
[앵커]
그러나 일본 측의 직접 사과는 없어 아쉽다는 반응도 나오죠.
[기자]
그렇습니다. 우리 쪽에 통 큰 결단과 양보에 비해 호응이 미진한 것 같다는 분위기인데요. 기시다 총리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이 부족하다는 한국 내 여론을 호전시키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하겠느냐'는 우리나라 기자의 질문에 "양국이 연계해 하나하나 구체적 결과를 내고 싶다"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역대 일본 정부가 일왕과 총리를 비롯해 50여 차례 사과한 바 있는데, 그 사과를 한 번 더 받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미래 세대를 위한 역사적 창을 열었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문법으로 한·일 관계를 풀겠다는 윤 대통령 의지의 표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기시다 총리는 굉장히 신중한 스타일이라는 일본 여론도 있습니다. 이 정도도 최선으로 보여진다는 분석도 있고요.
앞서 위안부 합의 파기 등 우리 정부에 대한 불신도 있고 기시다 총리 말대로 조금씩 조금씩 신뢰를 쌓아 앞으로 양국의 발전이 어떻게 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앵커]
일본 언론에선 회담에서 독도, 위안부 발언도 논의했다고 했는데 대통령실은 아니라고 부인했는데요.
일본 정부가 한일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이 끝난 뒤 자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관련 내용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독도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대통령실은 위안부 문제든 독도 문제든 이번 한일정상회담에서 논의되지 않았다고 못박았습니다.
하지만 야당은 게속해서 비판을 이어가고 있어 추이를 지켜봐할듯 합니다.
[앵커]
마지막날인 오늘은 정재계 인사들을 만나 바쁜 일정을 보내겠네요.
[기자]
윤 대통령은 오늘 오전 도쿄 시내 한 호텔에서 일본 내 주요 한일 친선단체 인사들을 접견했는데요. 일본 자민당 부총재인 아소 다로 전 총리, 일한의원연맹 회장에 취임하는 스가 오시히데 전 총리도 참석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한일 정상회담의 의미에 대한 대화를 나눴고요.
이후에는 일본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이즈미 겐타 대표도 만났습니다. 요청이 들어와 만나게 됐다고 하는데요. 우리나라 야당보다 일본 야당을 먼저 만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기도 합니다.
[앵커]
마지막 게이오대 일정도 진행하죠.
[기자]
윤 대통령은 오후 게이오대 미타캠퍼스 강당에서 한일 미래세대 강연회를 진행했는데요. 200여명의 학생들이 참석해 강연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윤 대통령은 "미래 세대가 바로 한일 양국의 미래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내기 위해 조금 더 용기를 내자"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일본에서 윤 대통령의 인기가 좋다던데요.
그렇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기시다 총리가 다소 선비 스타일인 점과 달리 윤 대통령은 호탕한 성격이라는 반응을 보였는데요. 도쿄 시내에서 마주친 시민들은 사진을 찍는 등 관심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김건희 여사에게는 패션에 주목하며 미술과 문화에 밝다는 반응을 보이는 등 관심을 보였습니다.
어제 기시다 총리가 때이른 도쿄의 벚꽃을 보니 윤 대통령을 환영하는 거 같다 했는데, 앞으로도 한일 관계의 봄이 올지 지켜봐야 할 거 같습니다.
[앵커]
국내에서는 비난 여론 거세습니다. 특히나 제3자변제 해법으로 인해서 여당 지지율까지 동반 부진에 빠졌는데요. 야권 뿐 아니라 시민사회계 등 각계에서 비난 여론 거센데 대통령실은 어떻게 대응?
오늘 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대통령 직무 긍정 33% 부정 60%로 부정이 2배 가까이 되고 국민의힘은 34% 민주당은 33%로 양당 격차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됩니다.
'강제징용 제3 변제' '주 69시간제' 등의 후폭풍으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동반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특히 국민의힘 지지율 낙폭이 커, 그간 '이재명 리스크' 반사이익에 기대던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린 양상입니다.
[앵커]
정상회담 말고 현안 하나만 다룰까요? 69시간제 일단 대통령이 출국 전 지시를 하셨는데 묘안 있나요.
[기자]
윤 대통령은 근로시간 개편 방안에 대해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는 인식을 갖고 입법예고된 정부안 보완을 지시했는데요. 특히 MZ근로자, 노조 미가입 근로자, 중소기업 근로자 등 노동약자에 대한 의견에 귀를 귀울이겠다는 방침입니다. 다소 소통과 정책 홍보가 부족했지만 이제라도 제대로 정책을 펼쳐보겠다는 입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