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k-치안?…CCTV 두고 고민 깊은 경찰‧자영업자

주민 3.5명 당 한 대씩 폐쇄회로(CC)TV가 배치
자영업자들 "경찰 수사 협조시 장사에 지장"
경찰 "폐쇄회로(CC)TV를 위해 영장 부담"
지자체 차원의 민간 부문 지원 필요

CCTV 모습. 연합뉴스
#전주서 한 호프집을 운영하는 A씨는 폐쇄회로(CCTV) 설치를 두고 고민이 깊다. 유흥가 주변에 위치한 탓에 싸움이 잦아 경찰이 수시로 화면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옆 가게는 있던 폐쇄회로(CCTV)도 최근 없앴다. 장사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 경찰의 요구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또 손님이 되레 '왜 초상권을 침해하냐'는 식으로 장사를 방해하는 경우도 들었다.

#전북의 한 일선 경찰서 강력팀에서 근무하는 경찰관 B씨는 최근 걱정이다. 폐쇄회로(CCTV)를 통해 범죄 단서를 확보한 뒤 수사를 진행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모텔과 술집 주인들이 최근 폐쇄회로(CCTV)를 없애거나, 있어도 보여주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A 경찰관은 하루에 많게는 폐쇄회로(CC)TV를 몇십 건을 확인해야 한다.

전북현대모터스의 외국인 선수 구스타보의 아내는 앞서 자신의 SNS에 한국의 치안에 대해 감탄한 듯한 게시글을 올린 바 있다. 그는 "두려움이 없이 핸드폰을 오후 10시에 들고다닐 수 있다"며 웃는 이모티콘을 남겼다.

이처럼 한국이 외국인들로부터 치안에 대한 높은 신뢰도를 가질 수 있는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폐쇄회로(CC)TV가 큰 몫을 차지한다. 뚜렷한 감시망 속에 소위 'K-치안'으로 불릴 만큼 한국의 치안은 안전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폐쇄회로(CCTV) 공화국'…경찰‧자영업자 "CCTV 놓고 고민"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08년 15만 7197대였던 공공기관 폐쇄회로(CC)TV 설치·운영 대수는 지난 2021년 145만 8465대로 약 828% 증가했다. 해마다 평균 약 21.9%씩 증가한 셈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2021년 말 약 1600만 대(민간·공공기관 포함)로 추정된다. 주민 3.5명 당 한 대씩 폐쇄회로(CC)TV가 배치된 셈이다.

이처럼 한국은 '폐쇄회로(CC)TV 공화국'으로 불리고 있지만, 최근 전북의 일선 경찰서 형사팀 경찰관들은 '폐쇄회로(CC)TV를 없애는 경우가 많고, 있어도 협조가 잘 안 돼는 상황에서 수사에 활용할 CCTV가 급감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전북의 한 일선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경찰관 B씨는 "모텔이나 유흥가 주변에서는 정말 CCTV를 보기가 어렵다"며 "무늬만 CCTV고 실제로는 녹화가 안 되는 경우가 많거나, 아니면 녹화가 됐더라도 '바쁘다'며 경찰을 돌려세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수사의 원점이 되는 폐쇄회로(CC)TV를 수시로 확인해야 하지만, 경찰이 강제로 열람하기 위해서는 영장이 필요하다. 뚜렷한 혐의점도 없이 폐쇄회로(CC)TV를 보기 위해 영장을 신청하는 것에 대해 시간과 노력 등 부담이 크다.

모텔과 유흥가의 술집 주인들의 입장도 난감하다. 장사를 준비할 시간인데 경찰 조사를 위해 시간과 날짜 별로 일일이 폐쇄회로(CC)TV를 살펴보며 시간을 낭비해야 한다.

특히 경찰에 폐쇄회로(CC)TV를 보여준 것을 알게 된 손님은 '초상권을 침해했다'며 되레 점주를 협박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전주 아중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A씨는 "설치를 해야하나 고민도 들지만, 옆집 이야기 들어보면 안 하는 게 났겠다 싶다"며 "장사도 바쁜데 일일이 찾아줘야 하고 비용도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폐쇄회로(CCTV)에 잡힌 한 방화접의 모습. 기사와 관련 없습니다. 연합뉴스

지자체 예산 부족에 '인력난'…"국가 차원 지원 필요해"

전문가들은 이처럼 민간 영역의 폐쇄회로(CC)TV에 경찰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결국 공공 차원의 폐쇄회로(CC)TV가 늘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자체별로 운영되고 있는 폐쇄회로(CC)TV 통합관제센터는 현재 인력난에 봉착한 경우가 다반사다.

16일 전북도 등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2월 말 기준 도내에 설치된 CCTV는 모두 1만 6857대다. 총 184명의 관제 인력이 이를 담당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1인당 50대가 적합하다고 보고 있는데, 전북의 경우 1인당 약 91대를 보고 있는 셈이다. 특히 지난 2019년부터는 정부 차원의 예산도 따로 받지 않아 각 지자체가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내의 한 변호사는 "결국 국가적인 문제로 생각하고 예산 배정을 해야 하는 부분이다"며 "민간 영역에서 비용을 지불하며 경찰 수사에 협조하는 것은 자영업자에게도 큰 짐이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에 CCTV 관련 예산을 지자체별로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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