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경찰청은 이승만(52)과 이정학(51)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각각 4번씩 진행한 결과 둘 모두 "상대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의 진술 행태가 '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의 재판 과정에서 서로에게 살인 사실을 미루는 등 진술 행태가 유사한 것으로 보아 이들 가운데 백 경사 피살사건의 진범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경찰은 이들 가운데 한 명이 백 경사를 피살하고 권총을 탈취한 뒤 2003년 1월 대전 은행동에서 현금 수송차에 있던 4억 7천만 원을 탈취한 사건에 사용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 사건은 이승만이 '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본인이 했다"고 자백하기도 했다.
또한, 경찰은 21년 전 현장에서 발견된 발자국 2개를 갖고 이승만과 이정학에게 비교·정밀 분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발자국은 당시 금암동 파출소에서 뒷문에서 발견됐다. 발자국의 형태로 보아 범인이 도주하는 과정에서 찍힌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은 당시 파출소의 상황을 본 목격자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목격자는 법 최면 조사를 했으며 구체적인 상황을 진술했다. 이는 경찰의 수사에 주요한 참고 자료 중 하나로 사용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승만과 이정학이 '서로 상대방이 범행을 하고 총기를 갖고 왔다'고 진술하고 있다"며 "그동안의 수사와 피의자들의 행태를 봤을 때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진술의 진모를 확인하기 위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경찰은 이승만과 이정학이 경찰의 수사 상황을 미리 파악하고 경찰의 수사를 회피하는 데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직접 증거가 될 부분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앞서 이승만과 이정학은 '백 경사 피살 사건'이 벌어질 당시 대전과 전북 전주를 오가며 음반 테이프 유통사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 경사가 피살당한 곳이자 근무지였던 전주와 이들의 접점이 생긴 대목이다. CBS노컷뉴스는 이를 단독 보도했다.
경찰은 지난 2월 13일 이승만으로부터 총기의 위치에 대한 구체적 제보를 받고 다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지난 3일 이승만의 진술을 토대로 울산의 한 숙박업소 천장에서 백 경사의 총기를 발견했다.
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은 이승만과 이정학이 지난 2001년 12월 21일 대전 서구 둔산동의 옛 국민은행 충청지역본부 지하 1층 주차장서 출납과장을 살해하고 3억 원이 든 현금 가방을 탈취해 도주한 사건이다. 이들은 2022년 8월 25일 사건 발생 7553일 만에 경찰에 의해 검거됐다. 이승만은 무기징역을 이정학은 징역 20년을 1심에서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