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닭에 보약까지…수행비서 공소장에 담긴 김성태 '호화 도피'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황진환 기자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의 수행비서로 알려진 인물이 재판에 넘겨지면서 김 전 회장의 해외 도피 생활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김 전 회장은 한국에서 공진단은 물론 김치, 고추장과 같은 식자재까지 조달받아 생활한 것으로 조사됐다.

16일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박모씨의 공소장에 따르면 박씨는 쌍방울 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임박한 지난해 5월 28일 김 전 회장의 지시에 따라 이른바 '금고지기'로 알려진 쌍방울 그룹 재경총괄본부장 김모씨와 함께 캄보디아로 출국했다.

박씨는 약 20년간 김 전 회장의 운전기사 겸 수행비서 역할을 했으며 2010년 2월부터 쌍방울 그룹 이사로 근무 중인 인물이다.

박씨는 캄보디아 현지에서 그룹 비서실 관계자에게 연락해 '김 전 회장의 동선을 극비로 하고 법인카드가 아닌 개인카드로 싱가포르행 항공권과 호텔을 예매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해외도피를 현지에서 도운 수행비서 박모씨. 연합뉴스

이후 김 전 회장은 이 항공권 등을 이용해 5월 31일 싱가포르로 출국했고 지난해 6월 12일 태국으로 다시 이동했다.

박씨는 김 전 회장이 태국에서 7개월간 도피 생활을 하는 동안 옆에서 돕는 역할을 했다. 김 전 회장을 만나러 오는 쌍방울 임직원에게 생활용품과 한식 등을 보내도록 요청하기도 했다. 박씨는 직접 요리해 김 전 회장에게 음식을 제공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박씨는 지난해 6월 17일부터 8월 10일까지 7차례에 걸쳐 쌍방울 임직원을 통해 전기밥솥 등 생활용품은 물론 굴비, 젓갈, 닭발, 고추장, 참기름, 들기름, 생닭, 건어물, 묵은지 등 각종 음식과 공진단 등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또 박씨가 지난해 6월 9일 태국 방콕에서 쌍방울 비서실 관계자에게 "유흥업계 종사자가 김 전 회장을 만나기 위해 쌍방울 임원과 함께 태국으로 출국할 수 있도록 왕복 항공권을 예매하라"고 지시한 내용도 공소장에 담았다.

박씨는 지난 1월 태국 방콕 인근에 있는 골프장에서 김 전 회장이 체포되기 전까지 태국한인회장 등의 도움을 받아 은신처를 계속 옮겼다. 또 현지에서 개통한 2~3대의 휴대전화를 김 전 회장과 나눠 쓰면서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도피 생활이 적발되지 않기 위해 은신처에서 자동차로 1시간 이상 떨어진 곳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이 지난 1월 10일 태국 빠툼타니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다 현지 경찰에 검거된 당시 모습.

박씨는 지난 1월 10일 김 전 회장이 태국 빠툼타니의 한 골프장에서 현지 경찰에 체포될 당시에는 현장에 없어 검거를 면했다가 며칠 뒤 태국 국경에서 붙잡혔다.

지난달 7일 국내로 압송된 박씨는 체포 당시 휴대전화 6대와 서류 뭉치, 돈다발 등이 담긴 가방을 휴대하고 있었다. 휴대전화 가운데 2대는 김 전 회장이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알려졌다. 1대는 국내에서 사용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박씨에 대한 첫 재판은 오는 22일 수원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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