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피해 '해변'으로…푸껫·파타야 머무는 러시아인들

올해 태국 입국자수 말레이 이어 두번째…부동산 투자도 급증

푸껫 공항의 러시아 여객기. 연합뉴스

러시아인이 태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관광객뿐만 아니라 태국에 투자하고 뿌리를 내리려는 사람도 크게 늘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제한됐던 이동이 자유로워진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의 불똥을 피하고자 태국으로 향하는 러시아인이 많다는 분석도 나왔다.

16일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태국 이민국은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태국을 찾은 러시아인이 약 37만6천명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한 해 동안 태국을 방문한 러시아인 43만 5천 명에 육박할 만큼 큰 폭으로 늘었다.

올해 1~2월 태국에 입국한 외국인은 말레이시아인이 50만 4천 명 규모로 가장 많았고, 러시아가 두 번째였다. 한국(31만 7천 명), 중국(23만 2천 명), 인도(19만 2천 명)가 뒤를 이었다.

작년 러시아는 말레이시아, 인도, 싱가포르, 미국, 한국 등에 이어 아홉 번째였다.

판타나 눗차낫 이민국 부국장은 "일부 러시아인들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전쟁의 악영향을 피하기 위해 태국에 머무는 것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태국을 찾는 러시아인 대부분은 부유한 휴가객이며 해변 지역을 좋아한다"며 "많은 관광객 유입은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인의 태국행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됐다는 외신 보도도 나온 바 있다.

알자지라는 최근 "지난 1년간 많은 러시아인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징집과 경제적 피해를 피해 태국을 찾았다"며 "지난해 푸껫에서 콘도(아파트)를 구매한 외국인의 약 40%는 러시아인이며, 상당수가 태국으로의 이민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태국 푸껫. 스마트이미지 제공

푸껫과 파타야 등 해변 도시가 특히 러시아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분아난 빠따나신 파타야관광협회장은 "파타야를 찾는 외국 관광객 대부분이 러시아인"이라며 "그들은 약 10~20일을 보내고 돌아간다"고 말했다.

지난해 태국이 국경을 다시 열자 파타야에 매일 약 300명의 러시아인이 도착했고, 그 수가 하루 500~700명으로 늘었다고 협회는 전했다.

팟타난 삐숫위몬 푸껫부동산협회장은 "많은 러시아인이 푸껫을 찾아 1주~6개월간 머물고 있다"며 "풀빌라를 사서 지내거나 임대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사태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 등으로 양국을 오가는 항공편은 대부분 운항이 중단됐으나, 지난해 10월 이후 노선이 속속 복구됐다. 태국은 러시아와의 협력을 확대하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민국은 많은 러시아인이 유입되고 있지만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범죄자 등이 태국에 잠입했다는 정황은 없으며, 태국에서 벌어진 러시아인 범죄는 대부분 경미하다고 밝혔다.
태국 정부는 지난 14일에는 러시아와의 범죄인 인도조약 초안을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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