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850억 원. MZ세대를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웹소설 시장의 규모(한국출판산업진흥원 추산)다. 지난해 방송된 JTBC '재벌집 막내아들'은 동명의 웹소설 '재벌집 막내아들'을 원작으로 제작한 TV 드라마로 전국 시청률 26%를 기록하며 역대급 인기를 끌었다.
그 가능성을 보여준 것은 90년대 PC통신 나우누리를 통해 연재물로 인기를 끌었던 윈조격 웹소설 '엽기적인 그녀'의 영화화다.
당시 국내 영화시장을 휩쓸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쥬라기공원3' '혹성탈출'을 제치고 신드롬을 일으킨 영화 '친구'와 더불어 2001년 여름 극장가를 접수하며 역대 두 번째 빠른 400만 관객 돌파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국내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는 보기 힘든 성공으로 중국·일본을 비롯해 아시아는 물론 북미시장까지 파급됐다. 한류의 출발점으로도 꼽힌다. 최종 관객수 약 488만 명으로 당시 영화시장 규모로 보면 지금의 '천만 관객' 수준에 버금가는 규모다.
주호민 작가의 인기 웹툰 '신과함께' 원작을 기반으로 2017년 개봉한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은 14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만화 원작 최초의 천만 돌파 영화에 올랐다. 이를 계기로 기존의 문학을 뛰어넘는 자유분방함과 창의적인 스토리들이 대거 쏟아져나왔다.
이처럼 그래픽 노블과 웹툰, 드라마 대본집과 에세이 등 미디어 플랫폼 간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현상을 분석하고 한국문학의 확장성을 전망하는 세미나가 열린다.
한국문학번역원(이하 번역원)은 1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번역원 4층 대강당에서 '문학의 경계와 혼종: 그래픽노블(웹툰), 에세이 및 영화/드라마 대본집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전문가 세미나를 개최한다.
김소원(만화비평‧연구가, 남서울대 강사), 이화진(연세대 글로벌한국학연구소 연구교수), 박현주(에세이스트, 장르문학 비평가) 3인이 발표‧토론하고 번역원 번역아카데미 전임의교원인 소영현 교수가 사회를 맡는다.
번역원은 이번 세미나를 통해 미디어 간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트랜스미디어 시대에 발맞춰 한국문학이라는 범주의 확장 가능성을 논의하고, 이를 통해 한국어 콘텐츠 해외진출 지원 정책의 외연 확대를 모색한다.
그래픽 노블(웹툰), 에세이, 영화·드라마 대본집 등 언어와 이미지, 영상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장르에 대해 살펴보고 한국문학 기존 범주와도 비교해 본다. 나아가 여러 매체의 특성이 혼종된 한국어 콘텐츠의 해외진출 지원 방향에 대한 전문가 의견도 들어볼 예정이다.
만화연구가 김소원 교수는 코믹스, 그래픽 노블, 웹툰 등 만화를 일컫는 여러 용어와 그 경계를 살펴본다. 그래픽 노블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게 된 배경과 그 경계의 모호성, 웹툰의 정의에 대한 고찰 등을 거쳐 문학의 관점에서의 장르 확장과 비평 가능성 등에 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연세대 이화진 교수는 기존 희곡집과 시나리오(영화·드라마 대본집) 간의 층위와 문학의 원본성, 대본·각본집에 대한 작품성 평가에 대해 발표한다.
장르문학 비평가이자 작가, 에세이스트로 활동하는 박현주 비평가는 현대문학의 복합양식성(Multimodality)과 비평적 관점에서의 문학의 경계, 문학이 언어 단일 양식의 예술인지에 대한 의견, 문학예술 지원 기관의 정책 수립을 위한 새로운 장르의 이해에 대해 이야기한다.
앞서 지난 2월 '문학의 경계와 확장: 장르문학과 웹소설의 경계'를 주제로 전문가 세미나를 개최한 번역원은 이번 두 번째 세미나를 바탕으로 '한국문학'의 지원 범주에 대해 고민하는 한편, 지원정책과 관련 업계 현황 등을 검토해 한국어 창작 콘텐츠의 번역출판지원 정책 방향을 수립해 나갈 예정이다.
세미나는 번역원 유튜브 채널에서 생중계되며 당일 현장 참석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