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EN:]컬렉터 헌정 오세영 추모전…"칸딘스키보다 희열"

'축제'(1989). 박재석 제공
한 컬렉터(미술품 수집가)가 지난해 작고한 작가의 헌정 추모전을 마련해 주목된다.

박재석(57·힐링&웰빙 부대표) 컬렉터는 15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인사아트센터 1·2층 전시장에서 '오세영 화백 추모전'을 연다. 그가 2019년부터 수집해온 오세영 화백(1939~2022)의 작품 42점을 출품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해외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겼지만 국내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작가를 재조명하기 위한 전시다.

박 컬렉터가 오 화백의 열렬한 팬이 된 것은 '축제'(1989)를 보고 나서다. 그는 15일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30년간 근무한 삼성전자를 지난해 퇴직하기 전까지 10년간 '마음건강사무국' 국장으로 일할 때 마음을 치유해주는 그림을 찾느라 동분서주했다. 그때 '축제'를 처음 접했는데 바라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고 마음이 안정됐다. 칸딘스키 그림을 봤을 때보다 더 희열을 느꼈다"고 했다. '축제'를 시작으로 총 42점을 차곡차곡 수집했고, 내친 김에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에서 예술기획을 공부했다.

'심성의 기호'. 박재석 제공
전시에서는 '축제' 시리즈와 '심성의 기호' 시리즈, 이슬, 안개 등 자연을 소재로 한 작품 등을 두루 감상할 수 있다. 낙서화 같기도, 아동화 같기도 한 '축제' 시리즈는 파스텔톤 색채와 율동감 덕분에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태극기의 괘와 효를 재해석한 '심성의 기호' 시리즈에서는 미국에서 이방인 작가로 활동하면서 그리워했을 한국에 대한 애정이 오롯이 느껴진다. 오 화백은 생전 전시 수익금을 러커스 대학(미국 뉴저지주) 한국어과 설립 기금으로 기증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화순(에이앤씨미디어) 대표는 "오 화백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작품 스타일이 눈에 띄게 바뀔 만큼 도전과 실험을 즐겼다"고 말했다. 박 컬렉터는 "후기작 '심성의 기호' 시리즈에는 1996년부터 청각장애를 앓은 오 화백의 내면이 표현된 것 같다"고 했다.

오세영 화백. 박재석 제공
서울대 회화과를 수료하고 홍익대 미술대학원에서 공예를 전공한 오 화백은 1979년 제6회 영국 국제판화비엔날레에서 특별상인 옥스퍼드 갤러리상을 수상하는 등 유망작가로 꼽혔다. 그러나 박정희 독재정권을 비판한 '로봇'(1979) 연작으로 정부의 압박을 받아 1980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오 화백은 미국에서 뉴욕과 팔라델피아에 아뜰리에를 열고 작업하는 틈틈이 대학에서 새로운 화풍과 보존성 높고 질감 표현에 좋은 재료를 공부했다. 1984년 뉴욕소호작가협회 정회원으로 활동하며 미국평론가가 심사하는 '외국작가 10대 작가상'을 수상했다. 1994년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국립미술관이 초대로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박 컬렉터는 "오 화백 작품을 상설 전시하는 공간을 마련한 계획이다. 기회가 되면 학교 순회전도 열고 싶다"고 말했다.
박재석 컬렉터. 박재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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