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특급' 스롱 피아비(33·블루원리조트)가 처음으로 열린 프로당구(PBA) 시상식에서 정상에 우뚝 섰다. 특히 서툰 한국말에도 어렵게 '코리안 드림'을 이뤄낸 벅찬 소감을 밝혀 더욱 감동을 안겼다.
스롱은 14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서울 비스타홀에서 열린 '2022-23시즌 프로당구 PBA 대상 시상식'에서 영예의 여자부 대상을 안았다. 남자부 조재호(NH농협카드)와 함께 초대 시상식의 가장 영광스러운 자리에 올랐다.
2022-2023시즌 스롱은 왕중왕전인 월드 챔피언십을 포함한 9개 투어에서 3승을 거두며 시즌 포인트 랭킹 1위에 등극했다. 특히 개막전인 블루원리조트 챔피언십, 마지막 정규 투어인 크라운해태 챔피언십에 이어 상금 랭킹 상위 32명만 나서는 'SK렌터카 월드챔피언십 2023'까지 제패하며 올 시즌의 시작과 끝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공교롭게도 조재호 역시 같은 대회에서 정상에 등극했다.
여기에 스롱은 이날 남녀 선수 통틀어 가장 많은 4관왕에 올랐다. 스롱은 팀 동료들과 함께 블루원리조트의 우승을 이끌어 팀 리그 대상을 받았다. 강민구와 함께 베스트 혼합 복식상을 수상한 스롱은 여자부 베스트 애버리지(이닝 평균 득점)상까지 챙겼다. 스롱은 올 시즌 1.035의 애버리지를 기록했다.
특히 스롱은 대상 수상 뒤 인터뷰에서 먹먹한 소감으로 깊은 울림을 줬다. 일단 스롱은 "너무 감사합니다"면서 "한국어를 잘 못해서 적어온 거 읽을 테니 이해해주시오"라는 깜찍한 부탁으로 웃음을 안겼다. 아마도 '이해해주십시오'라고 적었을 텐데 발음이 쉽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스롱은 "큰 상을 주신 PBA와 블루원리조트 등에 감사한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말도 안 통하고 문화도 달랐다"면서 "(외국인에 대한 주위의) 차갑고 싸늘한 시선에 가슴이 아팠다"고 고국을 떠나 낯선 이국에서 힘들었던 지난달을 돌아봤다. 스롱은 지난 2010년 국제 결혼을 통해 한국에 왔다.
하지만 곧 스롱은 "좋은 날이 올 거라 믿고 열심히 살다 보니 이렇게 기쁜 날이 왔다"고 감격적인 표정을 지었다. 스롱은 28살 연상의 남편 김만식 씨의 권유로 3쿠션을 시작해 대한당구연맹(KBF) 랭킹 1위, 세계 랭킹 2위까지 오른 뒤 마침내 PBA까지 정복했다.
스롱은 "낳아주신 것은 캄보디아지만 사람답게 살게 기회를 준 곳은 대한민국"이라면서 "한국을 너무 사랑하고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는 감동적인 소회를 밝혀 박수 갈채를 받았다. 이어 스롱은 "분에 넘친 사랑을 받은 만큼 보답하고 싶다"면서 "난치병 어린이를 치료하고 돈 없어 공부 못 하는 사람에게 장학금도 주고 희망 키워가는 선수들도 돕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름난 효녀로서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스롱은 "부모님 더 이상 고생시키지 않게 좋은 집 지어드릴게요"라고 효도를 실천할 의지를 다진 뒤 "대한민국 사랑하고 모두 건강하기를 바란다"며 소감을 마무리했다.
스롱 외에 블루원리조트는 엄상필과 다비드 사파타(스페인)가 베스트 남자 복식상도 받았다. 사파타는 이미래(TS샴푸∙푸라닭)와 함께 남녀 베스트 단식상을 수상했다. 여자 복식상은 NH농협카드의 김민아와 김보미가 차지했다. 벤치 타임 아웃 성공률 1위를 기록한 SK렌터카 다이렉트가 팀워크 상을 받았다.
◆ '2023 PBA 대상 시상식' 수상자 명단
▲ 감사상(5명) : 코스모스(김종희 대표) 고리나(임정철 대표) 프롬(이태호 대표) 솔병원 빌리존
▲ 공로상(3명) : 김노재(심판 부위원장) 한기환(아나운서) 남도열(초대 경기위원장)
▲ 특별상(3명) : 노운하(파나소닉) 장기영(TS트릴리온) 권길주(하나카드)
▲ 모범상(2명) : 김재근(크라운해태) 하비에르 팔라존(휴온스)
▲ 공헌상 : 프레드릭 쿠드롱(웰컴저축은행)
▲ 3부투어 MVP(후보 3명만 발표) : 김태관, 신동민, 박기명, 이정훈
▲ 2부투어 MVP : 강상구
▲ 프런트상 : 임현빈(하나카드 원큐페이 단장)
▲ 베스트 복식상 : 엄상필-다비드 사파타(남자복식∙블루원리조트) 김민아-김보미(여자복식∙NH농협카드)
▲ 베스트 혼복상 : 강민구∙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
▲ 베스트 단식상 : 다비드 사파타(블루원리조트) 이미래(TS샴푸∙푸라닭)
▲ 팀워크상 : 강동궁(SK렌터카 주장)
▲ 팀리그 대상 : 블루원리조트 엔젤스
▲ 영스타상 : 임성균(TS샴푸∙푸라닭)
▲ 베스트드레서상 : 에디 레펜스(SK렌터카) 이미래(TS샴푸∙푸라닭)
▲ 퍼포먼스상 : 강민구(블루원리조트)
▲ 뱅크샷상 : 조재호(NH농협카드) 김가영(하나카드)
▲ 베스트 애버리지상 : 프레드릭 쿠드롱(웰컴저축은행) 스롱 피아비(웰컴저축은행)
▲ 신인상 : 안토니오 몬테스 김진아(하나카드)
▲ 대상 : 조재호(NH농협카드)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