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대표팀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초라한 성적표를 안고 조기 귀국했다.
이강철 감독(kt)이 이끄는 대표팀은 14일 오후 2시 일본 도쿄 나리타 공항을 출발해 오후 5시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지난 4일 2023 WBC 출전을 위해 일본 도쿄돔을 향해 출국한 지 꼭 10일 만이다.
당초 대표팀은 14년 만의 WBC 4강 진출의 부푼 꿈을 안고 장도에 올랐다. 2006년 초대 대회 4강을 이룬 한국 야구는 2009년 준우승까지 차지했으나 2013년과 2017년 2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절치부심해 이번 대회 4강을 노렸지만 이번에도 1라운드를 통과하지 못했다.
대표팀은 한 수 아래로 평가를 받은 호주와 1차전에서 7 대 8로 지면서 사실상 8강 진출이 어려워졌다. 역대 최강 전력으로 출전한 일본에는 4 대 13 대패를 당해 영원한 라이벌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해졌다. 뒤늦게 체코, 중국을 꺾었지만 호주가 3승 1패로 4연승을 달린 일본에 이어 조 2위로 8강에 진출했다.
이날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선수단은 정장을 입은 가운데 굳은 표정으로 서둘러 떠났다. 공식 환영 행사는 없었고, 일부 팬들이 사인 요청을 했지만 선수들은 정중하게 거절했다. 어이없는 주루사로 호주전 패배의 한 원인이 된 강백호도 침통한 표정으로 굳게 입을 다물었다.
이 감독은 입국 인터뷰에서 "선수들은 정말 잘 준비했고 선수들은 역대급으로 많이 훈련했다"면서 "결과가 이렇게 나왔지만 선수들은 몸을 빨리 만들려고 정말 잘해줬다"고 감쌌다. 이어 "저도 아쉽고 선수들도 엄청 아쉬울 것"이라면서 "선수들에게는 (비판을) 자제해주시면 고맙겠다. 비난은 저한테 다 해달라"고 당부했다.
대표팀은 호주와 1차전에서 선수 기용과 전술 운용에서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투수 교체가 매끄럽지 않았다는 지적과 함께 1점 차로 뒤진 9회 마지막 공격에서 선두 타자가 출루하고도 번트 작전을 쓰지 않아 논란을 빚었다. 결국 강공 작전은 무위로 돌아갔고, 뒤늦게 2사에서 1루 주자 토미 현수 에드먼(세인트루이스)이 도루를 시도했지만 횡사하면서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
호주와 1차전에 7명 투수가 나서고도 7점을 내주고, 일본과 경기에서 겨우 콜드 게임 패배를 면하는 등 투수진 부진도 심각했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저희 선수들이 잘했는데 자기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며 "소형준이나 이의리나 젊은 선수들이 자기 공만 던졌어도 충분히 좋은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이어 "자기 기량을 다 발휘할 줄 아는 것도 실력이겠지만 그게 되려면 경험도 쌓아야 한다"면서 "뛰어난 기량을 가지고 있으니까 조금 기다려주시면 잘 성장해서 국제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감독은 대표팀 전임 감독제에 대해 "거기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어 김원중(롯데), 정철원(두산), 원태인(삼성) 등 투수들에 대한 일각의 혹사 비판에 대해서는 "한국시리즈에서 투수 몇 명을 쓰는지 알아보시고 말했으면 좋겠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대표팀이 씁쓸하게 귀국한 가운데 프로야구는 전날 시범 경기에 들어갔다. 에드먼과 김하성(샌디에이고) 등 메이저 리거들을 제외한 대표팀 선수들은 소속팀으로 돌아가 올 시즌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