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부르는 급식실…대책 내놨지만 '속 빈 강정'

폐암에 확진된 학교급식 노동자인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조합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회의실에서 열린 급식 종사자 폐암 검진결과와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급식 현장의 노동환경 등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14일 '학교 급식종사자 폐암 건강검진 중간 결과'를 발표하면서 '학교급식실 조리환경 개선 방안'을 내놨지만, 구체성이 결여된 대책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핵심 대책으로 내놓은 게 △시도교육청별 적정 배치기준 시행 및 인력 배치 △휴게실·샤워장 등 휴식환경 개선 △질병 및 감염병 등 긴급한 휴가사용 등에 따른 대체인력 지원체계 마련 △퇴직·채용 등에 대한 체계적 관리·운영 정도인 데다, 이마저도 '권고' 수준에 그쳐서다.
 
교육부는 건강검진 후속 지원 및 조리실 환기설비 개선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달 고용노동부·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시도교육청(서울·충남·전남·경남)·안전보건공단과 함께 '학교 급식종사자 폐암 예방 관계기관 TF'를 구성한 바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과 전국교육공무직본부(이하 본부)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교육부 대책 재검토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급식종사자들은 1인당 식수 인원이 많다 보니 조리흄(cooking fumes)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아 폐암 발생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1인당 식수 인원 개선과 함께 조리흄 노출 작업시 1인당 최대 노출시간 명시를 요구하고 있다. 조리흄은 고온의 조리기구에서 발생하는 유증기와 유해물질, 미세입자를 총칭하는 용어다.
 
본부에 따르면, 공공기관 급식실 조리원의 경우 1인당 식수인원이 80명 가량이다. 반면 초·중·고교 급식실의 경우는 1인당 120~140명에 이른다.
 
더욱이 급식종사자가 퇴직한 경우 열악한 근무여건으로 신규인력 충원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본부측 김미경 수석부본부장은 "현장 퇴직자는 계속 늘어나는데 폐암 사태 때문에 '죽음의 급식실'로 인식돼, 신규채용을 해도 오지 않아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교육부 대책은 교육청이 기존 재정에서 인력을 확충하라는 것으로, 실효성이 없는 내용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인천대 노동과학연구소가 지난해 본부 의뢰로 수행한 '학교급식실 노동자 작업조건 실태 및 육체적 작업부하 평가' 연구용역 결과, 적정 배치기준은 1인당 87명이었다. 
 
본부는 아울러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상 특수건강검진 대상 유해인자에 조리흄 포함 △학교안전보건법 시행규칙상 공기질 의무검사 대상에 조리실 포함 △지하와 반지하에 위치한 급식실 지상 이전 등을 요구했다.
 
김 수석부본부장은 "교실과 교무실, 식당은 공기질 의무검사 대상에 포함되지만 조리실만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가 특수 마스크와 신개발 제품을 포함한 개인보호구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지만, 초미립자인 조리흄을 마스크로 막을 수 없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란 점도 강조했다.
 
학교비정규직 노조 역시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교육당국과 정부는 학교급식노동자의 폐암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이래로 법제도 개선과 환기시설 개선 그리고 적정인력 충원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어떠한 대책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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