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경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LA 할리우드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SBS '8 뉴스'는 양자경 수상 소감을 보도하며 "다른 이들이 여러분들에게 전성기는 지났다고 말하지 못하게 하세요. 결코 포기하지 마세요"라고 음성과 자막을 내보냈다.
그런데 수상 소감 원문을 보면 양자경은 "여성 여러분(And ladies), 누구도 여러분에게 당신의 전성기는 지났다고 말하지 못하게 하세요. 결코 포기하지 마세요"라고 명확하게 격려할 대상을 지칭했다. SBS는 자막뿐만 아니라 '여성 여러분(And ladies)'이라는 음성도 지운 채 내보냈다.
양자경은 아시아계 중년 여성 배우로 할리우드에서 성과를 이뤘고, 평소 여성 인권에도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그런 맥락과 배경을 담아낸 수상 소감이었던 것. SBS를 제외한 KBS, MBC 등 다른 지상파 뉴스에서는 해당 음성과 자막을 그대로 내보냈다.
이를 접한 시청자들은 SBS가 여성의 한계 없는 도전을 격려한 양자경의 수상 소감을 의도적으로 '날조·왜곡·조작' 보도했다며 비판을 쏟아냈다.
특히 언론을 통해 "꼭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해당 단어를 삭제했다"는 SBS 보도국의 입장이 나오면서 역풍은 더욱 거세졌다. SBS가 자의적 해석으로 양자경의 소감 의미를 훼손했다는 지적이다.
14일 현재 SBS 공식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을 보면 비판과 함께 사과를 촉구하는 시청자들의 글이 잇따른다.
시청자 김모씨는 "양자경씨의 수상 소감을 편집하고 왜곡해서 번역해서는 안 된다. 의미를 완전히 왜곡해서 그것이 사실인 양 전달한 것"이라며 "(꼭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라는 건) 기자의 '의견'이지 번역이 아니다. 양자경씨에게도 매우 무례한 행위다. 발화자의 의도와 강조점을 의도적으로 왜곡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모씨는 "화자의 맥락을 삭제하고 입맛에 맞춰 편집한 SBS는 뉴스를 송출할 자격이 없다"고, 또 다른 시청자 김모씨는 "양자경 배우 수상 소감 왜 날조하느냐"라고 의견을 남겼다.
박모씨는 "임의로 발언을 편집해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훼손한 조작 보도를 했다면 명백한 언론 윤리 위반이다. 담당자가 나서서 사과하고 정정 보도하는 것이 당연하다"라고 일침했다.
SBS는 아직까지 이에 대한 사후 조치나 공식 입장을 내놓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