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 1차전 호주와 경기가 열린 지난 9일 일본 도쿄돔. 강백호는 이날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타격감은 좋았다. 4 대 5로 뒤진 7회말, 역전의 발판을 마련해야 할 시점에 강백호는 최정(SSG)의 대타로 타석에 올랐다. 이때 통쾌한 중전 2루타를 날려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그런데 너무 흥분했던 탓일까. 주먹을 불끈 쥐는 세리머니를 펼치다 그만 강백호의 발이 베이스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호주 내야수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곧바로 강백호를 태그해 아웃시켰다.
황당한 장면이었다. 대표팀은 강백호의 실수로 그만 호주를 추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결국 7 대 8로 패하며 대회 첫 승마저 무산됐다.
대표팀의 분위기는 크게 가라앉았고, 뒤이어 열린 한일전에서도 13 대 4 참패를 당하며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고 말았다. 체코와 중국을 잇따라 잡아내며 간신히 반등에 성공했지만 이미 일본(4승 무패)과 호주(3승 1패)에 뒤처진 뒤였다. 결과는 1라운드 탈락.
강백호는 13일 중국과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를 마친 뒤 "기대해 주신 팬들께 죄송하고, 기대하신 만큼 잘하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안일한 행동으로 팬들을 실망시킨 것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전했다.
당시 상황에 대한 더 자세한 해명도 빼놓지 않았다. 강백호는 "그 상황에서는 제가 좀 아쉬웠던 건 맞다고 생각하고 보여드려선 안 될 플레이였다"면서 "기분이 너무 좋아서 주체를 못 했던 것 같다. 실망시켜드려 죄송하고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지난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도 비슷한 실수를 저지른 바 있다. 도미니카공화국과 3·4위 결정전에서 껌을 잘근잘근 씹는 장면이 중계 화면에 포착돼 태도 논란으로 일으켰다. 팀이 지고 있던 시점에 일어난 상황이었기 때문에 거센 비난을 면치 못했다.
강백호는 "저번 대회에서 좋지 않아서 열심히 준비했는데 이번에도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앞으로 열릴 대회에서도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끝으로 팬들에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강백호는 "안 좋게 보시는 분들도 많고 모두 저를 좋아해 주실 순 없겠지만 인간성이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