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의 런던 회심?…한강 곤돌라 발표 나흘만에 '신중모드'

현장시찰 당일 강풍에 멈춰선 런던 케이블카
오세훈 시장 현장 둘러본 뒤 "경제적 타당성 고민 필요"…발표 나흘만에 신중모드 전환
템즈강 운행하는 수상 버스는 호평…"잠실~상암 30분 주파, 가능여부 검토"

영국 런던 템즈강을 가로지르는 '런던 IFS 클라우드 케이블카' 선로. 13일(현지시간)에는 강풍으로 운행이 중단돼 선로를 운행하는 케이블카가 보이지 않았다. 장규석 기자

현지시간 13일 오후, 런던 템즈강변 노스 그리니치(North Greenwich) 선착장을 내리자마자 세찬 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동행한 가이드는 "런던에 바람이 세게 불지 않는데 요 며칠 이상 기후 탓인지 바람이 매우 거세다"고 설명했다. 눈을 뜨지 못할 수준의 돌풍에 옆에 있던 기자의 안경이 날아가기도 했다.

그렇게 선착장에서 3분여 정도 걷자 '런던 IFS 클라우드 케이블카' 탑승장이 보였다. 입구에는 출입을 금지하는 안전띠가 바람에 나부꼈다. 템즈강을 가로지르는 선로에는 매달린 케이블카를 볼 수 없었다. 강풍에 케이블카 운행은 전면 중단됐다.
 
케이블카 운영사 관계자가 나와 오세훈 서울시장을 맞았다. 이 관계자는 "케이블카를 10년 동안 운영했지만 이런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바람 상황에 따라 10분 또는 1시간 정도 운행을 멈추는 경우는 있었지만 종일 운영이 중단되는 상황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것.

출입이 금지된 탑승장 입구. 런던=공동취재단

런던 IFS 클라우드 케이블카는 템즈강 양안 1.1km 구간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교통수단이다. 90m 높이의 주탑에 걸린 선로를 따라 그린니치 페닌슐라(Greenwich Peninsular)에서 로얄 독스(Royal Docks)까지 10분 만에 도달한다. 다리가 없는 템즈강 하류를 건널 수 있는 교통수단으로 지하철, 버스, 수상버스 등과 연계돼 운영되며, 케이블카 1대 당 8명 씩 하루 최대 6만2천명을 수송할 수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앞선 지난 9일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한강을 가로질러 강남북을 연결하는 곤돌라 설치 계획을 밝혔다. 오 시장은 "강남북간 대중교통 연결이 필요한 주요 거점과 관광명소에 곤돌라를 설치해 교통 편익을 증진하고 색다른 이동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한강 '곤돌라' 구상의 토대가 된 것이 바로 런던 IFS 클라우드 케이블카다.
 

나흘 전 발표했지만…한강 곤돌라 "경제성 고민 더 필요"  

운영사 관계자에 따르면 케이블카는 주로 관광용으로 사용되고 있고, 런던 올림픽 당시에는 주요 장소로 이동하기 위한 용도로도 활용됐다. 올림픽이 끝나고 난 뒤에는 관광객 감소로 적자를 겪기도 했다. 주요 교통수단과의 접근성은 높지만 따로 환승할인 등의 정책은 실시하지 않는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같은 현장의 설명은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과 연계해 시민의 일상생활 속 신(新)교통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서울시의 구상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관계자의 설명을 듣는 오 시장의 얼굴에 복잡한 표정이 스쳤다.
 
오세훈 시장이 13일(현지시간) 'IFS 클라우드 케이블카'를 방문, 관계자로부터 케이블카 운영현황 등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서울시 제공

케이블카 탑승장을 직접 둘러 본 뒤 동행한 기자들에게는 "경제적인 타당성이나 실용성에 대해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운을 뗐다. 특히 가장 유력한 노선으로 검토됐던 잠실마이스스포츠단지와 연계한 곤돌라 사업에 대해 "과연 관광 수요가 얼마나 있을지 그리고 강 건너까지 갈 필요성이 있는 관광객들이 얼마나 있을지 이런 것은 굉장히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고민을 드러냈다.

오세훈 표 '한강 르네상스 2.0' 구상의 주요 사업 중 하나인 '한강 곤돌라' 구상이 불과 나흘 만에 '신중모드'로 돌아서는 순간이었다. 오 시장은 "곤돌라는 수요를 면밀히 파악, 경제성을 확보하도록 시종점을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템즈강 리버버스는 호평…"한강 도입여부 검토"

신중모드로 돌아선 곤돌라와 달리, 템즈강 주요 지역을 연결하는 수상버스인 '런던 리버버스'(River Bus)에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런던 리버버스는 런던의 동-서를 연결하는 주요 교통수단으로 연간 1천만 명 이상이 이용하고 있다. 특히 극심한 정체를 피해 런던 도심 주요지역을 오가는 통근용으로 리버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이 증가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이 13일(현지시간) 런던의 동-서를 연결하는 주요 교통수단 중 하나인 '리버버스(River bus)'에 직접 탑승해 설명을 듣고 있다. 서울시 제공

오 시장은 리버버스를 직접 탑승한 자리에서 "속도가 빠른데 소음도 없고 굉장히 쾌적한 느낌이 든다"며 선박의 동력과 연료, 그리고 정류장이 몇 개인지 등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며 관심을 나타냈다. 선착장에 내리는 런던 시민들과 강변 양쪽을 유심히 살펴보기도 했다.
 
오 시장은 "제일 탐 난다"며 "우리도 1년에 몇 번 홍수 날 때만 제외하면 얼마든지 기술적으로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잠실에서 여의도, 상암까지 20-30분이면 주파할 있을 것 같다"면서 "(이번에) 아이디어를 얻고 돌아가서 실용적으로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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